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

유영진 교수의 ‘토큰 경제’ 문제의식 위에서, 핑거의 2026을 읽다

by 꽃돼지 후니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질문을 붙들고 살아왔다.
기술은 기업을 바꾸는가, 산업을 바꾸는가, 아니면 사회를 바꾸는가.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은 늘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재배치하는가를 결정해 왔다.


유영진 런던정경대(LSE) 교수의 글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냉정한 최신 해설서다. 생성형 AI가 단지 새로운 툴이 아니라, “토큰”이라는 단위로 세계의 업무를 재단하고 가격을 매기며, 그 흐름이 결국 국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글로벌화가 ‘일자리의 수출’이었다면, AI 시대의 글로벌화는 ‘지능의 수출’이 되고, 그 돈의 종착지는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소수의 AI 인프라 소유자 계좌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지점에서, 핑거가 2026년을 맞이하며 내건 슬로건 “Beyond Technology, Toward People”은 단순한 ESG 구호가 아니라, 시대를 읽는 방식이자 생존 전략에 가깝다.
기술이 국가전략의 핵심이 되고, 기술 인프라가 지정학적 무기로 전환되며, AI와 디지털 자산이 결합해 경제의 운영체제(OS)를 재정의하는 시기. 이때 “기술을 더 잘하는 회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업의 정체성과 성장의 기준이 된다.


1) ‘토큰 경제’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소비자인가, 설계자인가

유 교수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AI 서비스는 “토큰” 단위로 거래되고, 전 세계가 API를 호출하며 토큰 비용을 지불할 때 돈은 초크포인트를 가진 곳으로 흘러간다. 칩,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모델. 이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 결국 부의 흡입구가 된다.

여기서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우리는 제조 역량과 금융 인프라 운영 경험을 갖고 있지만, 핵심 초크포인트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토큰을 사는 나라/기업이 될 것인가, 토큰을 파는 나라/기업이 될 것인가

이 질문은 핑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모바일뱅킹과 핀테크는 한국 시장에서 핑거가 쌓아온 강점이다. 하지만 ‘AI 토큰 경제’가 열리면, 금융은 더 이상 앱 화면의 UX 경쟁이 아니라 가치가 이동하는 레일(rails)의 경쟁이 된다. 디지털 자산,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정산과 결제.
기술이 아니라 경제의 배관을 누가 장악하는지가 중요해진다.

핑거가 STO·토큰노믹스·기후테크로 확장하는 이유는 여기서 설명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토큰 경제로 이동하는 세계에서 핑거가 소비자(도입자)로 남지 않고 설계자(인프라 제공자)로 서겠다는 선언이다.


2) 디지털 자산은 ‘투기’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 재설계다

유 교수는 플랫폼 시대의 정치경제학을 해부한다. 플랫폼은 기업 밖의 자산과 활동을 포섭하고, 알고리즘이 질서를 만들며, 소비자-소유자-투자자의 연합이 강화되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비용(노동 불안, 지역 붕괴)은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다.


이 구조는 디지털 자산 시대에도 반복될 수 있다.
토큰화가 자산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 공백과 정보 비대칭이 커지면 부의 편중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 자산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누가 설계하고, 누가 참여하고, 누가 보호받는가.

핑거가 “임팩트테크”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에서 의미가 커진다.
기술이 사회를 바꾼다면, 그 변화는 자동으로 선해지지 않는다. 의도와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고가 실물자산(요트, 부동산, 발전소 등)을 조각 투자로 대중화할 때, 투자자 보호와 정보 투명성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지역 기반 사업의 자금 모집이 투명해질 때, 지역 주민이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구조는 가능한가

해외 프로젝트에서 전통 금융 없이도 자금조달·정산이 가능해질 때, 그 편익이 현지 커뮤니티와 어떻게 공유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기업이 ‘디지털 자산 기업’이 아니라 다음 금융의 공공성까지 설계하는 기업이다.
핑거가 지향하는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는 여기서 현실적 힘을 가진다.


3) 핑거의 2026: 금융의 OS를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싸움

유 교수는 “세계는 더 이상 하나의 공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술은 국경을 허물던 도구에서 국경을 새로 긋는 도구로 변했고, 지정학이 인프라를 무기화하며, 초크포인트가 협상력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런 시대에 핑거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리 선점이다.


모바일뱅킹과 공공·금융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핑거의 현금흐름 기반이다. 하지만 성장의 방향은 “플랫폼 기능”이 아니라 인프라 레이어로 가야 한다.

STO 풀필먼트: 발행-운영-컨설팅-콜센터까지 A to Z

토큰화 자산의 운영 체계: 실물자산의 데이터·권리·정산을 연결하는 표준

디지털화폐/스테이블코인 레일: 24/7 정산, 자동결제, M2M 결제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

기후테크/임팩트: 탄소, 에너지,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투명한 금융’으로 묶는 모델

이건 단순히 “새 먹거리”가 아니다.
유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과거의 글로벌화가 만들어낸 러스트벨트(Rust Belt-녹슨지대)가 있고, AI 토큰 경제가 또 다른 러스트벨트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 만드는 효율이, 누구의 삶을 개선하는가.
기술이 만드는 부가, 어디로 흐르는가.
기술이 강화하는 연합에서, 사람과 지역은 어떤 위치인가.


핑거가 “사람과 사회”를 전면에 세우는 것은, ESG를 해서 착해 보이려는 게 아니다.
기술이 사회를 갈라놓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진 시대에, 핑거는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신뢰를 설계하는 회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혁신은 ‘더 센 기술’이 아니라 ‘더 좋은 구조’다

유영진 교수의 글은 기술 유토피아의 종언을 말한다.
이제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고, 인프라는 무기이며, 토큰 경제는 국제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할 일은 명확하다. 더 화려한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핑거의 슬로건은 결국 이렇게 해석된다.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회로.
즉, 금융의 미래를 “누가 더 빠르게”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롭게, 더 공정하게” 설계하느냐의 싸움으로 끌고 가겠다는 선언.

2026년은 핑거에게 “전환의 해”가 아니라 정체성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모바일뱅킹을 했던 회사가 디지털 자산으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확장처럼 보이지만, 진짜 차이는 방향이다.
“토큰을 도입하는 회사”가 될 것인가, “토큰 경제의 공공성을 설계하는 회사”가 될 것인가.

필자는 후자가 핑거의 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길이야말로, 기술이 다시 사람을 향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디지털 머니는 스테이블코인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