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거인이 온체인으로 들어온 이유

블랙록 BUIDL의 4가지 파괴적 혁신

by 꽃돼지 후니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 흐름 속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BUIDL(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제도권 금융의 판도를 바꾸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본고에서는 글로벌 핀테크 분석가의 관점에서 BUIDL이 가져온 4가지 핵심적 파괴적 혁신과 그 전략적 시사점을 분석합니다.

unnamed (3).png 노트북LM을 통한 인포그래픽

[BUIDL 펀드 개요]

발행인: 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 Ltd.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

법적 근거: 미국 증권법 Reg. D Rule 506(c) 및 투자회사법 §3(c)(7) (사모 발행)

투자 자격: 적격매수인(Qualified Purchaser, QP) 한정 (개인 자산 5백만 달러, 기관 자산 2천5백만 달러 이상)

최초 청약: 최소 5백만 달러 이상

기초 자산: 현금, 미국 국채(T-bill), 환매조건부채권(RP)

블랙록 구조.png

혁신 1: "기다림의 시대는 끝났다" – USDC를 통한 24/7 실시간 아토믹 결제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 펀드 환매는 은행망을 경유하며 최소 T+1(영업일 기준 1일) 이상의 정산 주기를 가집니다. 그러나 BUIDL은 서클(Circle)과의 협업을 통해 아토믹 결제(Atomic Settlement)를 도입, 24/7 실시간 자금 회수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분석가적 관점에서 BUIDL의 온체인 환매는 단순한 환매가 아닌 '제2차 시장 거래(Secondary Market Exchange)'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투자자는 서클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다음의 2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즉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Approve 단계: 투자자가 BUIDL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서클(Circle)의 오프램프 주소에 지불 권한을 부여합니다.

Redeem 단계: 함수 호출 즉시 지정된 수량의 BUIDL이 소각(Burn)됨과 동시에, 서클 유동성 풀에서 동일한 수량의 USDC가 투자자 지갑으로 전송됩니다.

전통과 BUIDL.png

혁신 2: "유휴 자본의 종말" – 담보자산으로서의 폭발적 효율성

BUIDL의 가장 파괴적인 전략은 단순히 이자를 받는 펀드를 넘어, 이 토큰 자체가 디지털 자산 거래의 '핵심 담보(Collateral)'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2025년 11월 바이낸스(Binance)가 BUIDL을 기관용 담보자산으로 채택한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BUIDL을 담보로 활용하여 '현물-선물 차익거래(Cash and Carry Trade)'와 같은 델타 중립 전략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는 선물 시장의 베이시스 차익뿐만 아니라, BUIDL이 보유한 미 국채의 이자 수익(약 5%)을 동시에 향유하는 'Yield Stacking(수익 쌓기)'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바이낸스 등 주요 디지털 자산 금융기관의 BUIDL 담보 활용은 델타 중립 전략을 수행하면서도 기초자산의 수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유휴 자본’(idle capital) 시대의 종말을 예고함"

아토믹 결제.png

혁신 3: "법적 효력과 기술의 조화" – 하이브리드 원장 기반의 매일 배당

BUIDL은 투자 수익 분배 방식에서도 정교한 설계를 보여줍니다. 토큰 가격을 1달러($1)로 고정(Par Value)하되, 매일 발생하는 이자 수익만큼 새로운 토큰을 생성(Minting)하여 투자자 지갑에 직접 입금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즉각적인 복리 효과를 제공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기술적 디테일은 '하이브리드 원장 구조'입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의 기록은 투명성을 보장하지만, 법적 권리추정력(Presumptive Power)은 명의개서대리인인 세큐리타이즈(Securitize)의 마스터 원장에 있습니다. 만약 온체인 기록과 오프체인 원장이 충돌할 경우 오프체인 장부가 법적 원본으로서 우선합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취하면서도 제도적 안정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펀딩 후 토큰화.png

혁신 4: "신뢰의 하이브리드" – 전통 금융 거물들의 전략적 컨소시엄

BUIDL은 블랙록 혼자 만든 결과물이 아닙니다. 각 분야의 '골드 스탠다드'들이 결합하여 구축한 제도적 신뢰의 생태계입니다.

BlackRock: 전략 운용 및 국채/RP 투자를 통한 원금 안정성 확보.

BNY Mellon: 수탁기관 및 국채 장부 관리자로서 오프체인 자산의 안전판 역할.

Securitize: 토큰 발행 플랫폼이자 명의개서대리인으로서 법적 효력 부여.

Circle: USDC 준비자산을 활용한 즉각적인 환매 유동성 공급.

이러한 협업 체계는 가치 평가가 불투명했던 기존의 조각투자 모델과 달리,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 국채'를 기반으로 하여 글로벌 토큰 증권(ST) 시장의 표준 벤치마크(Benchmark)가 되었습니다.


블랙록 펀드가 왜 혁신적인가 – 한국에서 더 크게 보이는 이유

블랙록의 BUIDL 펀드가 혁신적인 이유는 단순히 “국채를 토큰화했다”는 기술적 실험 때문이 아닙니다. 이 펀드는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을 ‘실험’이 아닌 ‘운영 체계’로 받아들인 첫 사례에 가깝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블랙록은 블록체인을 새로운 상품 포장지로 쓴 것이 아니라 결제·환매·담보·유동성 관리까지 금융의 핵심 프로세스 자체에 내재화했습니다.


BUIDL은 미국 국채(T-bill)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도, 환매 과정에서 은행 영업시간과 송금망에 묶이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USDC)과 결합해 24/7 실시간 아토믹 결제를 구현했고, 이로 인해 전통 MMF가 갖는 시간 지연·상대방 리스크·중개 비용을 구조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이는 ‘상품 혁신’이 아니라 시장 인프라 혁신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더 불편해진다. 우리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을 “위험한 가상자산” 프레임 안에서만 다루고 있지만, 글로벌 자본은 이미 이를 결제 레일(payment rail)이자 담보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쓰고 있습니다. 블랙록은 규제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Reg D, 적격매수인(QP), 사모시장 구조를 활용해 규제 안에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즉, 혁신은 규제 밖이 아니라 규제 해석과 설계 능력의 차이에서 발생했습니다.


더 본질적인 혁신은 협업 구조다. 블랙록(운용), BNY멜론(수탁), 서큐리타이즈(명의개서·토큰화), 서클(유동성)이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는 “은행 vs 코인”이 아니라 은행+코인 생태계의 결합 모델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권에 스테이블코인 전문가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묶어 설계할 컨소시엄 경험과 상상력의 부재입니다.


BUIDL은 말합니다.
“토큰화는 상품이 아니라 질서의 문제이며, 스테이블코인은 투기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다.”
이 메시지를 읽지 못하면, 한국 금융은 또 한 번 ‘합법화 이후 따라가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가져올 다음 파도

블랙록 BUIDL의 성공은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결제 수단(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이 금융 혁신의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BUIDL이 실시간 아토믹 결제를 통해 시간과 비용,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는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실증적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미 입법화된 토큰 증권(STO) 제도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질적인 금융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법과 송금·결제 네트워크 구축이 조속히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관급 자산이 24시간 내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즉시 현금화되는 '프로그램 가능한 금융'의 시대, 당신의 투자 전략은 이 거대한 자본 효율성의 파도에 올라탈 준비가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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