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통금융의 피벗이 시작되는 해

금융은 다시 ‘주체’가 될 수 있는가

by 꽃돼지 후니

2006년 8월,
Amazon은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EC2를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이 결정은 다소 엉뚱해 보였다. 온라인 유통회사가 왜 서버를 빌려주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마존의 운명을 바꿨다.

오늘날 클라우드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만들어내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아마존은 이 한 번의 결정으로 이커머스 기업에서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아마존은 유통을 버리지 않았다.
수익 구조의 중심축을 옮겼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전통금융이 정확히 같은 기로에 서 있다.


피벗의 본질: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바꾸는 것

피벗(pivot)은 원래 농구 용어다.
한 발을 축으로 고정한 채,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다.
전부를 바꾸지 않는다. 중심은 유지하고 방향만 틀어낸다.

CES의 오랜 주최자 게리 샤피로는 그의 책 Pivot Or Die에서 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피벗은 당신이 누구인지 바꾸는 일이 아니다.
핵심 신념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단 하나의 결정을 바꾸는 일이다.”

아마존에서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Jeff Bezos였다.
그는 “클라우드는 우리 사업이 아니다”라는 내부 반대를 뚫고 실행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온 전제를 버린 것’이다.

이제 이 질문을 금융에 던질 차례다.

“결제, 계좌, 대출은 여전히 은행만의 사업인가?”
“금융회사의 핵심 가치는 ‘상품’인가, ‘인프라’인가?”


2026년이 전통금융의 변곡점인 이유

전통금융은 지금 세 가지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1. 기술 압력
클라우드, API, AI, 블록체인으로 금융의 기술 장벽이 무너졌다.


2. 규제 환경 변화
BaaS,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등
“금지”에서 “관리된 허용”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3. 수익성 압박
예대마진 중심 모델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도달했고,
거래 수수료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시점이 바로 2026년 전후다.
더 이상 “관망”은 전략이 아니다.
결정을 미루는 순간, 피벗의 주체가 아니라 피벗의 대상이 된다.


전통금융이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피벗 방향

1. 결제 → BaaS (Banking-as-a-Service)

기존의 결제 비즈니스는 수수료 기반이다.
그러나 API로 계좌·카드·KYC·컴플라이언스를 묶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은행 인프라를 통째로 파는 플랫폼이 된다.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계정당·프로그램당 사용료 + 리베이트 구조로 전환된다.

이 피벗의 핵심은 간단하다.

“우리가 직접 고객을 잡지 않아도,다른 서비스가 은행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


2. 결제·핀테크 → 스테이블코인·STaaS

스테이블코인은 투기 상품이 아니다. 결제 인프라의 재편이다.

전통금융이 준비금·규제·감사 역량을 붙여 Stablecoin-as-a-Service(STaaS)로 나설 경우,

기업은 자기 브랜드의 코인을 발행하고

금융사는 발행·준비금·온·오프램프를 책임진다.

이때 금융은 다시 신뢰의 앵커(anchor)가 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결정의 용기다.


3. 거래소·프로토콜 → 커스터디·기관 인프라

리테일 거래와 자체 토큰은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보안, 키 관리, 인프라는 다르다.

기관용 커스터디

디지털 자산 결제·정산

ETF·자산운용사를 위한 백엔드

이는 금융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은 여전히 전통금융의 핵심 자산이다.


4. 블록체인·DeFi → 네오뱅크·결제 인프라

체인은 이제 “확장성 경쟁”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상점, 플랫폼이 쓰는 결제·정산 인프라 체인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금융은 다시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피벗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코로나19 당시 미국 최대 가전 유통사 베스트바이는 비대면 픽업 모델을 즉각 도입해 위기를 넘겼다.
아이디어가 새로웠던 게 아니다. 결정이 빨랐다.

Apple 역시 마찬가지다. Steve Jobs의 애플은 하드웨어를 버리지 않았다.
뮤직·TV·아케이드를 묶어 구독과 생태계 중심으로 축을 옮겼다.

샤피로는 이를 “45도 피벗”이라 부른다.
전부 바꾸지 않는다.
가장 무거운 축 하나만 이동시킨다.


금융은 다시 ‘주체’가 될 수 있다

2026년은 전통금융이 플랫폼의 부속품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금융 패러다임의 주체로 남을 것인지가 갈리는 해다.

피벗은 배신이 아니다.
정체성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피벗은
환경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고,결정을 바꾸는 용기다.

아마존이 그랬고,애플이 그랬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조직은
언제 마지막으로 결정을 바꿨는가?

2026년,
전통금융의 피벗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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