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오른다는 것

행경산악회 2월 정모, 남산 둘레길에서

by 꽃돼지 후니

2월의 남산은 아직 겨울의 그림자를 조금 품고 있었지만, 공기는 분명히 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행경산악회 2월 정모 산행지는 남산 둘레길이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지만, 그 길 위에 서면 도시의 소음은 낮아지고 사람의 목소리는 선명해진다.

이번 산행은 특별했다. 행복한경영대학 총동문회 6대 집행부 김지훈 회장님과 임원진이 함께했다.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세대와 기수, 역할이 어우러진 자리였다. 서울 근교 산행으로 업다운이 거의 없는 남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원점 회귀 코스로 정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 그러나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번 산행은 역대급 참석자 수를 기록했다. 50명.
산악회 운영단은 며칠 전부터 답사를 마쳤고, 뒷풀이 장소까지 철저히 준비했다. 산행은 준비가 절반이다. 길을 미리 걸어보고,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동선과 시간표를 조율하는 일. 보이지 않는 수고가 안전한 하루를 만든다.

오전 9시, 참석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반갑게 인사, 악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 원우, 가족. 초대손님 직함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는 모두 ‘걷는 사람’이 되었다.

그날은 날씨가 다 했다.
햇살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차지 않았다.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남산은 환했다. 방송국 취재팀이 봄 나들이객을 찾기 위해 남산에 나왔고, 우리가 걷는 모습이 화면에 잘 맞았던 모양이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몇몇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응했다. 그날 저녁 뉴스에 행경산악회 회원 대부분이 등장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뜻밖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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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건 참 이상하다.
회의실에서 마주 앉으면 각자의 방어막이 생기는데, 길 위에서는 그게 없다. 걸음이 일정해지면 말도 편해진다. 개인적인 고민, 사업 이야기, 궁금했던 질문, 사소한 농담까지 툭 던지듯 오간다. 듣는 사람은 끼어들지 않고 걸으면서 듣는다. 걷는 속도가 대화의 속도를 맞춘다.

쉬멍쉬멍 걷다 보니 반환점인 남산타워에 도착했다. 20분 휴식. 그 시간은 또 다른 행사였다. 동기별, 기수별, 집행부별, 친한 사람들끼리 사진을 남겼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누구 하나 빠지지 않으려 서로를 챙겼다. 함께 왔으니 함께 남는다. 사진은 증거다. 우리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었다는 증거.

남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더 편안했다.
이미 한 바퀴를 완주했다는 안정감, 대화를 충분히 나눴다는 여유. 종착지에 도착하니 아쉬움이 먼저였다. 그러나 행경산악회의 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또 하나의 정상은 ‘뒷풀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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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나누고, 이어간다
뒷풀이 장소는 장충동 ‘평안도족발’. 2층 독채를 대여했다. 6대 집행부의 동우회 지원금 전달식을 겸한 자리였다. 산에서 흘린 땀은 족발 한 점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맛은 훌륭했다. 그러나 음식보다 빛났던 건 분위기였다. 사무총장의 진행은 매끄러웠고, 전달식은 단정했으며, 박수는 진심이었다. 조직은 이런 장면에서 단단해진다. 지원금은 숫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지속’이다.

뒷풀이는 흥이 있어야 더 즐겁다. 그날은 원우 자제들이 함께해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세대가 섞이면 공동체는 건강해진다. 어른들만의 자리가 아닌, 이어지는 자리. 그게 행경산악회의 방향이기도 하다.

1차가 끝나고 일부 인원은 2차, 3차로 이어졌다.
걸으면서 못다 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다시 이어졌다. 사업 전략, 인재 문제, 투자 이야기, 가족 이야기. 산에서 시작된 대화는 술잔을 사이에 두고 깊어졌다.

두 분의 산악대장과 한 분의 부산악대장 덕분에 산행은 아무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재무위원과 홍보위원의 역할도 빛났다. 연회비 납부자가 늘었다는 보고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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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른다는 것의 의미
산행은 결국 정상에 함께 오르는 일이다.
정상은 높이에 있지 않다. 함께 도착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날 한 회원이 이런 말을 했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사업을 진정 이해합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사업도 산과 같다. 멀리서 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막상 오르면 숨이 차고 길이 험하다. 혼자 오를 수 있지만, 함께 오르면 다르다. 누군가는 속도를 조절하고, 누군가는 뒤를 챙기고, 누군가는 앞에서 길을 읽는다.

행경산악회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단순히 걷는 모임이 아니다. 함께 오르는 법을 배우는 모임이다.

CEO들은 평소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아파도 참고 간다. 그러나 산에서는 다르다. 산은 정직하다. 무리하면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본다. 숨이 차는지, 걸음이 느려졌는지, 표정이 굳었는지.

산에서 배운다.
리더십은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내려오는 것임을.

이번 남산 둘레길은 큰 도전이 아니었다.
업다운도 거의 없고,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의미는 컸다. 50명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속도로 걷고, 같은 장소에서 웃었다는 사실.

산은 크지 않아도 된다.
함께 걷는 사람이 크면 된다.

남산을 한 바퀴 돌고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우리의 관계는 원점이 아니었다. 더 가까워졌고, 더 단단해졌다.

함께 산행을 한다는 것은
함께 정상에 오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 자들만이
진짜 경영을 이해한다.

그날 남산의 햇살 아래, 우리는 또 하나의 정상을 공유했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