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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산에 갈까?

by 꽃돼지 후니

가끔 스스로에게 내려올 산을 굳이 시간을 따로 내어 힘들게 올라가려는지 묻곤했다.
그리고 새벽에 다른사람처럼 여유를 가지면서 쉴 수 있는데 굳이 짐 챙겨 일부로 산을 찾아 올라가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묻곤했다. 그럴때마다 스스로 '그냥 산을 걸으면 생각도 정리되고 편해짐을 경험한 후 몸이 산을 찾고 있으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자'라고 스스로 답을 하게 된다.


필자와 같은 사람이 너무 많은게 한국이라 "한국인은 왜 산에 갈까?"에 대해 과거의 조상들이 생각하는 산과 일제강정기를 넘어 현재까지 산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궁금해졌다.

이정훈.jpg 챗GPT를 통해 필자의 이미지 - 도시남+산악인

한국인과 산의 관계는 단순한 취미나 활동 그 이상으로, 깊은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정체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산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선 시대 선비들에게 산은 학문과 심신 수련, 그리고 문예 활동의 공간이었으며, 현대에는 이러한 전통이 변형되어 스트레스 해소, 건강 증진, 자연과의 교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산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한국인의 정체성 그 자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산과 한국의 역사적 배경

고려대학교 김재영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산에 대한 인식은 지형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전해왔다. 한반도는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한국인의 생활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조선 시대에는 산이 유불선의 종교적 중심지가 되었으며, 산천에 제사를 올리는 국가적 행사가 이어졌다. 선비들은 산을 찾아 자연과 교감하며 학문과 문예 활동을 통해 심신을 수양했다. 이러한 전통은 산을 단순한 자연 지형을 넘어 신성하고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산이 또 다른 의미를 얻게 되었다. 당시 한국인은 국토를 상실한 민족적 아픔을 체력 증진과 산악 활동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산은 더 이상 단순히 숭배와 교감의 장소가 아니라, 정복과 체력 증명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이는 산을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산악 활동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현대 한국의 산악 문화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한국인의 산에 대한 인식은 다시 변화를 맞았다. 1970년대, 정부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산악 활동을 장려했다. 이 시기에는 에베레스트 원정대 파견과 같은 산악 성과가 강조되었으며, 설악산과 같은 명산들이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설악산의 국립공원화와 관광 인프라 구축은 산을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휴양지로 탈바꿈시켰다.


오늘날 산은 건강과 레저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산악회가 시산제와 납회산행 등 연례 행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산을 탐방한다. 육지의 명산뿐 아니라 섬에 위치한 산까지 탐험하며, 그 경로를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는 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등산로와 편의시설을 정비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에서 얻는 한국인의 행복

한국인이 산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체력 단련이나 자연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산에서 학문과 문예를 수련했듯이, 현대인들은 산에서 정신적 안정과 성취감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은 산을 오르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산에 위치한 수많은 사찰은 수행자들과 방문객들에게 명상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며, 종교적 경험을 통해 내적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한국의 산은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각기 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봄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푸르른 숲과 계곡이 시원한 피서를 제공하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설경으로 장관을 이루어 같은 산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산과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인의 산 사랑은 단순히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기저에는 ‘산이 곧 한국이고,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깊은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과 현대적 산행 문화는 모두 산이 한민족의 삶과 역사를 반영한 정신적 유산임을 보여준다. 산을 통해 한국인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표현하며, 자신을 재발견하고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한다.


‘한국인은 왜 산에 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이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제다. 산은 한국인의 삶에서 단순한 취미 활동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신체적, 그리고 정체성적 기반이 되어왔다. 앞으로도 한국인의 산에 대한 애정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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