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식당 사장들이 믿는 머피의 법칙이 있다. '손님을 맞으려면 라면을 끓이거나 자장면을 주문하라!'
사장이 라면이나 자장면 한 젓가락을 들면 뚝 끊겼던 손님들이 줄이어 들어온다나? 정말 맞는지 테스트해본다.
그냥 짜짜로니는 심심한 것 같아 조금은 특별한 재주를 부려 스테이크용 등심을 잘라 넣고 등심 짜짜로니를 만들었다. 그리고도 모자라 큐민을 조금 넣어 먹어보니 이국적인 향이 나는 색다른 맛이다. 색다르긴 하지만 두 번은 안 할 맛이다. 조금만 넣어보길 잘한 것 같다.
쓴 맛과 강한 향, 매운맛을 동시에 지닌 분말로 혼합 향신료의 주원료. 주로 멕시코 요리 등에 쓰이며 칠리파우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쉬라즈 와인과 어울리는 스파이시한 향의 안주를 개발하느라 주문한 큐민인데 정말 병아리 눈물의 1/4 만큼만 넣어도 향이 지독하게 강하다. '저걸 언제 다 쓰나?' 저 큐민을 하루에 한 통씩만 다 사용하며 매출을 올린다면 벼락부자가 될 것 같다.
그런 날이 온다면, 세계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에 땅 보러 다니느라 엄청 바빠지는 것은 아닌지 짜짜로니를 먹으며 잠시 행복한 공상에 빠져본다.
이 생각 저 공상을 하며 짜짜로니를 먹는 마음은 두 가지로 갈린다.
일단은 몹시 배가 고프니 내가 젓가락을 다 놓기 전까지는 주문이 안 와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래도 매출을 생각해야 하니 먹는 중간에라도 주문이 와서 알림 벨이 울렸으면 하는 바람. 그런 가운데 많은 식당 사장들이 믿는다는 그 '미신'같은 우연이 실제로 정말 일어날 지에 대한 기대로 가슴 두근거림은 계속되었다.
결과는?
결국 이날 주문 알림음은 내가 짜짜로니를 한 그릇 다 비운 후 설거지를 하고 수 십 분이 지날 때까지 울리지 않았다. 고기까지 넣은 짜짜로니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났지만 젓가락을 놓는 마음은 어쩐지 헛헛하고 서운했다.
중간에라도 주문 벨이 울렸으면 좋았을 텐데. 만일 그랬다면 "하 참, 식당 일을 하다 보면 때맞춰 밥 한 끼 먹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거든?"이라고 퇴근 후 만나는 남편에게 조금은 거들먹거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도 모처럼 새롭게 짜짜로니도 끓여 먹어 봤고 무엇으로도 방해받지 않고 행복한 공상까지 해 가면서 시장기가 충분히 가시도록 편안히 점심을 먹었으니 실제로 손해 본 것은 없다. 나에게서 비껴나간 미신 같은 우연이 조금 김 빠진 기분을 안겼을 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궁금함이 생겨난다.
코로나로 손님이 뜸하고 비까지 내리는 월요일 점심, '손님 마중 라면'을 끓인 사장은 과연 나 혼자였을까? 어딘가에 동지가 있었다면 칼칼한 떡라면이라도 끓여 그와 소주 한 잔 나누고 싶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