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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Jul 25. 2021

식당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①

언젠가 기억날 오늘이 되기를

 무더위로 아침부터 푹푹 찌는 오늘, 이른 오전에 새로 열게 될 매장에 가서 이리저리 치수를 재고 견적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집기가 들어가지 않은 빈 공간이라서 어떻게 꾸며질지, 머릿속으로 디자인한 것이 그대로 실제로 구현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주방을 만들어 넣고 일부 집기를 철거해야 하는 새로운 매장

게다가 너무나 더운 여름철이라서 공사 기간도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예상 비용도 생각과 달리 초과되는 부분이 있겠지요.


지금까지 두 번의 요리 작업실과 한 번의 매장을 열면서 느낀 건데요. 새로 열고자 하는 가게 콘셉트를 잡고, 장소를 물색하고, 새로운 집기며 식기를 인터넷으로 골라보는 동안, 딱 거기까지가 마치 꿈을 꾸는 양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가슴도 두근두근 설레고, 뭔가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하며 세상의 모든 기운이 나에게로 향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잔금을 지불하고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서 도면을 그리고 견적을 받고.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이 끝나고 간판 걸고 영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냉엄한 현실 세계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때부터가 걱정 시작이지요.  아마 이 부분은 모든 식당 사장님이 공감하실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구닥다리 8m 줄자로 사이즈를 재느라 생고생을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며 티슈를 뽑 듯 나가는 돈 걱정을 시작으로 오픈 이후 들어와야 할 돈(매출) 걱정까지, 한동안 연주를 못해 굳은 손으로 그랜드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제 걱정의 범위와 내용은 넓고도 다양합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감수하고, 더욱이 요즘같이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현실에서 이 모든 어려움을 겪어나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간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6년 전 인테리어를 하고 시작한 현재의 매장, 이제 BYE!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를 가지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초심이란 좋아하는 일, 내가 그토록 하고자 했던 일에 대한 열정일 겁니다. 첼로와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내가 직접 만든 요리와 좋은 와인을 서빙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을 가져보는 것이 그간의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으니까요.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일과 사람으로 인해 지치게 되는 날이 분명 올 텐데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위와 싸우며 걱정을 이겨가며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열심이었던 오늘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더위가 좀 수그러들어야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지 않으실 텐데 말이죠. 이 또한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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