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ranillo
템프라니요(Tempranillo)는 스페인 리오하(Rioja)와 나바로(Navarro) 지역에서 유래한 레드 품종이다. 껍질이 두꺼운 편으로 안토시아닌 함량이 풍부하다. 때문에 짙은 컬러에 구조감이 좋고 미디엄 풀에서 풀바디의 강건한 레드 와인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한다. 템프라니요는 2020년 기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식재된 양조용 포도 품종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베리아 반도, 그러니까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재배한다. 아르헨티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일부 재배하지만 확실히 자리 잡지는 못했다. 포르투갈에서는 틴타 호리츠(Tinta Roriz), 아라고네스(Aragones) 등으로 불리며 활발하게 재배한다. 일반 와인은 물론 포트(Port)와 같은 주정 강화 와인에도 사용하는데, 포르투갈에서는 블렌딩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무래도 템프라니요 하면 스페인 와인이 떠오른다. 스페인 전역에서 재배하며 특히 리오하(Rioja),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토로(Toro)에서 최고의 템프라니요를 생산한다. 템프라니요는 온화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일교차가 큰 경우 단단한 골격과 우아한 풍미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해발고도 500m~750m 사이의 리오하와 토로, 800m 이상 올라가는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빼어난 템프라니요 와인이 나오는 이유다. 리오하에서는 가르나차(Garnacha, 그르나슈(Grenache)의 스페인 이름), 마주엘로(Mazuelo, 까리냥(Carignan)의 스페인 이름), 그라시아노(Graciano) 등을 소량 블렌딩해 풍미와 복합미를 더한다.
템프라니요는 대표적인 조생종 중 하나다. 이름이 '일찍'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템프라노(Temprano)에서 유래했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리베라 델 두에로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틴토 피노(Tinto Fino)라고도 부른다. 가벼운 스타일이나 숙성 초기의 템프라니요 와인은 딸기, 검붉은 베리, 검은 체리, 라즈베리, 자두 등 다양한 과일 풍미를 가볍게 드러낸다. 하지만 숙성이 진행되며 감초, 담배, 훈제 육류, 코코아 등의 뉘앙스도 드러난다. 템프라니요는 특히 오크 숙성이 잘 되는 품종이다. 리오하에서는 템프라니요 와인을 전통적으로 아메리칸 오크에서 장기간 숙성했다. 리오하의 크리안자(Crianza), 리제르바(Reserva),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의 오크 숙성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길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오크 숙성을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는 프랑스산 오크통과 중고 오크통을 함께 사용하고 숙성 기간을 살짝 짧게 함으로써 템프라니요의 과일 풍미를 드러내는 동시에 오크의 향신료 뉘앙스를 가볍게 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과 상관없이 와인메이커의 의도에 맞춰 숙성 기간을 조절해 출시하는 와인들도 많다. 전통적인 등급보다는 고객의 입맛과 양조자의 의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스타일이든 모던한 스타일이든 참 좋은 템프라니요 와인이 많다. 특히 한국 시장에는 우리 입맛과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들이 다수 수입돼 있다. 올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맛있는 요리와 함께 템프라니요 와인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