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Rhone
“소비자들은 북부 론과 남부 론을 묶어 한번에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북부 론과 남부 론은 테루아와 와인 스타일 모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북부 론은 남부 론보다는 오히려 북쪽의 부르고뉴(Bourgogne)와 더 닮았다.” 북부 론 와인의 거장 장 루이 샤브(Jean-Louis Chave)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품종을 넓은 평지에서 재배해 양조하는 남부 론에 비해 비탈진 경사지에 조성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는 북부 론은 확실히 테루아를 중시하는 부르고뉴와 그 지향점이 유사하다. 사용하는 품종 또한 레드 와인은 시라(Syrah), 화이트 와인은 비오니에(Viognier), 마르산느(Marsanne), 루산느(Roussanne) 등으로 한정적이다.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구조감이 탄탄하고 질감이 좋은 와인이 바로 북부 론 와인이다.
북부 론은 북쪽의 비엔(Vienne)부터 남쪽의 발렁스(Valenc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 산지가 있다. 가장 북쪽에 있는 꼬뜨 로띠(Côte-Rotie)는 시라 품종으로 깊고 풍부한 향과 풍미를 지닌 와인을 만든다. 화이트 품종인 비오니에를 20%까지 블렌딩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시라 품종만 사용하거나 비오니에를 사용하더라도 소량만 섞는 경우가 많다. 꼬뜨 로띠는 크게 라 블론드(La Blonde)와 라 브륀(La Brune)으로 나뉜다. 라 블론드는 화강암과 실트(silt)가 혼합된 토양으로, 보다 섬세하고 향기로운 와인을 생산한다. 라 브륀은 철분이 풍부한 짙은 점판암(slate) 토양으로 더 강렬하고 힘찬 와인을 만든다. 두 지역을 블렌딩해 만드는 경우도 있고 개별 테루아를 살려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떤 꼬뜨 로띠라도 평론가와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
꼬뜨 로띠 남쪽에 인접한 꽁드리유(Condrieu)는 오직 비오니에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만 만든다. 포도밭 면적이 200헥타르도 채 되지 않는 작은 AOP다. 론 강 서쪽으로 펼쳐진 남향/남동향의 가파른 화강암 언덕은 대륙성 기후와 함께 빼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기반이 된다. 이런 테루아에 비오니에 품종의 성격이 더해져 화사한 꽃향기, 풍부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풀바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대부분 드라이한 스타일이지만 드물게 스위트 와인도 만든다. 보통 풍부한 아로마를 즐기기 위해 2-3년 내에 음용을 권장하는데, 일부 꽁드리유는 10년 이상 숙성해 즐길 수 있다. 꽁드리유 북쪽에 위치한 샤토 그리예(Chateau-Grillet)는 단일 포도원이 AOP로 지정된 극히 드문 케이스이다. 꽁드리유와 마찬가지로 비오니에 단일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생산량은 극히 적고 원하는 사람은 많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생 조셉(Saint-Joseph)은 북부 론에서 가장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꽁드리유 남쪽부터 코르나스(Cornas)에 이르기까지 50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데, 그만큼 지역별로 테루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북부는 주로 점토 섞인 화강암(clay-granite) 토양이며, 남부는 이회토(marl)와 화강암이 섞여 있다. 생 조셉 와인은 보통 가성비도 좋아 와인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생 조셉은 레드 와인의 생산량이 많지만 화이트 와인도 일부 생산한다. 레드 와인은 시라 품종에 마르산느와 루산느를 10%까지 블렌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시 시라 품종만 사용하는 추세다. 화이트 와인도 마르산느 혹은 루산느 품종으로 양조한다.
북부 론 남쪽에 있는 크로즈 에르미타쥬(Crozes-Hermitage)는 북부 론에서 가장 와인 생산량이 많은 아펠라시옹이다. 가성비 좋은 와인을 원한다면 크로즈 에르미타쥬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크로즈 에르미타쥬는 론 강의 왼쪽 언덕에 위치하며, 북부 론 최고의 와인 산지 중 하나인 에르미타쥬(Hermitage)를 남북으로 에워싸고 있다. 생 조셉과 마찬가지로 크로즈 에르미타쥬 또한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모두 생산한다. 시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생생한 검붉은 베리 아로마와 후추 같은 향신료가 두드러진다. 루산느와 마르산느를 블렌딩할 수 있지만, 시라 100% 와인이 대세다. 루산느와 마르산느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산미가 강하지 않으며 신선한 꽃향기와 노란 과일 풍미와 함께 헤이즐넛 같은 견과류 뉘앙스를 풍긴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밸런스가 좋고 친근한 스타일이라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에르미타쥬(Hermitage)는 북쪽의 꼬뜨 로띠와 함께 북부 론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다. 크로즈 에르미타주와 달리 포도밭 면적이 150 헥타르가 채 되지 않는 작은 AOP다. 탱 에르미타쥬(Tain-l'Hermitage)의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한 포도밭들은 다양한 테루아로 구성돼 있으며 복합적인 풍미와 단단한 구조감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전통적으로는 다양한 구획들을 블렌딩해 와인을 양조했으나, 최근에는 개별 포도밭들을 강조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시라, 마르산느, 루산느 품종으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 생산한다. 레드 와인은 견고한 구조와 농후한 풍미를 지닌다. 화이트 와인 역시 매끈한 유질감에 고혹적인 풍미, 짭조름한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숙성 잠재력이 좋다. 일찍부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현재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프리미엄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반드시 경험해 보아야 할 와인이다.
코르나스(Cornas)는 북부 론 남쪽에 있는 조그만 와인 산지다. 포도밭 면적은 150헥타르를 살짝 넘어 에르미타주보다 조금 넓은 수준이다. 론 강의 오른쪽 언덕에 위치하며 북으로는 생 조셉, 남으로는 생 페레와 면해 있다. 포도밭은 주로 동향 혹은 남동향 언덕에 있는데, 원형 경기장 모양의 지형이 차가운 북풍(Mistral)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 준다. 전반적인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온화한 편이다. 토양은 주로 화강암, 모래가 섞인 점토, 석회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르나스는 오직 시라 품종으로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코르나스 와인은 론 전체를 통틀어 타닌이 가장 많으며, 컬러가 매우 짙다. 때문에 생산 초기에는 거칠지만, 숙성할수록 동물성 뉘앙스와 버섯 같은 부케가 진한 과일 풍미, 스모키, 미네랄과 어우러지며 매력적으로 변화한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빈티지와 포도밭에 따라 20~30년까지도 숙성할 수 있다.
생-페레(Saint-Péray)는 북부 론 최남단에 있다. 이 지역은 마르산느와 루산느 품종으로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석회암과 화강암이 섞인 토양은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리티와 복합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 모두 신선한 꽃향기와 미네랄 뉘앙스를 지닌 괜찮은 품질의 와인이지만, 생산량이 적고 수입량 또한 적어 한국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눈에 보인다면 꼭 마셔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