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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 척한 고냥이 Aug 30. 2021

와인셀러, 무엇을 사야 할까

용도 별 와인 셀러 추천

날이 더우면 와인 애호가들의 근심이 커진다. 쌓여 있는 와인들 때문이다. 온도에 민감한 와인들이 찌는 듯한 더위에 변질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기온이 떨어진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겨울 쩔쩔 끓는 보일러의 열기도 와인의 적이긴 마찬가지니까. 결국 ‘와인셀러를 사야 하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와인셀러는 고가의 가전제품이므로 구입하는 게 맞는지, 사야 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지 신중하게 따져 봐야 한다. 


최적 와인 보관 환경이란?

셀러를 구매하기 전에 먼저 적절한 와인 보관 조건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는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Bordeaux)>에서 최적 와인 보관 온도를 12.8℃로 제시했다. 12.8℃에서 18.3℃ 사이면 적당한데, 온도가 높을수록 숙성이 빨라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와인 바이블(Wine Bible)>을 쓴 유명 와인 교육자 캐빈 즈렐리(Kevin Zraly)의 의견도 비슷하다.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보관 최적 온도는 10℃ 정도지만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다면서 7~18℃ 사이면 무난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을 포함해 다른 평론가들의 의견도 유사하다. 넓게 보면 7~20℃ 사이에서 보관하면 된다는 것. 중요한 점은 '일정 온도 유지'다. 12℃와 18℃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것보다 15℃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 적정 온도 구간에서 와인을 천천히 숙성시키고 싶다면 낮은 온도, 빨리 숙성시키고 싶다면 높은 온도를 선택하면 된다. 온도 유지만큼 중요한 것이 빛의 차단이다. 가끔 지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햇빛이 잘 드는 진열장에 와인을 세워서 보관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직사광선은 모든 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와인 같은 발효주에는 특히 치명타일 수 있다. 고급 와인을 진열장에 오래 세워 두었다면 계속 진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진동이 많은 환경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켜 와인을 안 좋은 방향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요컨대 와인 보관의 최적 장소는 진동이 없고, 어두우며, 7℃ 이상 20℃ 이하에서 온도 변화가 적은, 와인을 눕혀 보관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조건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셀러와 유사한 환경이다.



그렇다면 습도는? 로버트 파커 등 많은 전문가들이 50-80%를 적정 습도로 제시한다. 코르크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80%가 넘으면 코르크와 와인에는 문제가 없지만, 레이블이 곰팡이 등으로 손상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와인 보관과 습도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저명한 와인 칼럼니스트 매트 크레이머(Matt Kramer)는 양조 과정 중의 오크통 숙성이라면 몰라도, 병 숙성과 습도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70% 정도의 습도는 전통적인 와인셀러의 습도일 뿐, 병입된 와인의 보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코르크가 마르지 않냐고? 어차피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와인에 젖기 때문에 마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크루 캡이나 크라운 캡, 비노락 등으로 마감된 와인들도 많다. 이런 마개를 사용한 와인들은 세워서 보관해도 되며, 당연히 습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니 습도 문제는 각자의 판단과 상황에 따르면 될 것 같다.


나에게 와인셀러가 필요할까?

와인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 외에도, 와인셀러는 여러 편의를 제공한다. 와인을 정리하기도 편하고, 미관상 보기도 좋으며, 보관 와인의 온도가 적정 음용 온도에 가까워 바로 와인을 마시기도 좋다. 하지만 셀러 구매 후 지름신이 내려 과도하게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도 보았고, 반대로 커다란 와인셀러가 텅 비어 있거나 와인 대신 다른 주류나 과일청 등이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보았다. 따라서 와인 구매 성향과 소비 패턴, 보관 상황 등을 고려해 와인셀러 구매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며칠에서 몇 개월 안에 마실 와인만 구입하는 경우, 보관하는 와인이 평균 10병을 넘지 않는 경우는 와인셀러 구입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냥 위에서 언급한 조건과 가장 유사한 창고나 벽장, 서랍장 등에 보관하면 된다. 극단적인 환경만 아니라면 몇 개월 새에 쉽게 변질되지는 않을 것이다.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의 한 칸을 할애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의 화이트와 스파클링 와인은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마시면 되고, 레드 와인의 경우만 30-40분 정도 미리 꺼내 온도를 올려 주면 된다. 10병 전후 용량의 작은 셀러 구매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셀러들은 보통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냉각 방식인데,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냉각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왕 와인셀러를 사려면 냉각 성능이 뛰어난 컴프레셔 방식을 채용한 와인셀러를 사는 게 좋다. 


셀러가 필요한 사람은 10-20병 이상의 와인을 꾸준히 보관하며 수시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다. 특히 고급 와인을 몇 년 이상 숙성시켜 마시고 싶다면 와인셀러는 필수다. 중장기 숙성의 경우 어떤 환경에서 숙성시켰느냐가 와인의 미묘한 맛과 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와인 셀러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추천 와인셀러 Big 4

셀러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와인셀러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는 용도 및 크기 별로 선택할 만한 와인셀러 브랜드 네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LG 디오스 와인셀러다. 최고의 가전 브랜드로 꼽히는 국내 대기업이 만들어 품질도 디자인도 좋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전국 어디에서나 안정적인 AS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버터 컴프레셔를 적용해 진동과 소음이 적고, 3중 글라스 도어는 자외선을 차단해 와인 품질 유지에 도움을 준다. 43병, 71병, 85병, 89병 형 모델이 있는데, 71병 형 이상부터는 상하 칸을 다른 온도로 설정할 수 있다. 음용의 편의를 위해 화이트 와인은 좀 더 낮은 온도에서, 레드 와인은 그보다 살짝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습도 유지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좀 더 고급스러운 셀러를 원한다면 LG 시그니처 와인셀러가 제격이다. 노크온 기능으로 문을 열지 않아도 셀러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냉장고 앞에 서면 알아서 문을 열어 주는 등 첨단 기능으로 무장했다. 문을 열면 저절로 꺼내기 편한 높이로 올라오는 하칸은 샴페인을 보관하거나 안주 등을 위한 냉장/냉동고로 사용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저 진동과 자외선 차단은 기본, 셀러의 온도를 ±0.5℃ 이내로 변화 없이 유지하며 습도 유지와 항균 기능까지 갖췄다. 유일한 문제는 7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 LG 디오스 와인 셀러 (좌측부터 43병 형, 71병 형, 85병 형) ]


커다란 와인셀러를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거나, 사무실이나 서재 등에서 세컨드 셀러로 사용할 소형 셀러를 찾는다면 도메틱 마케이브 와인셀러를 추천한다. 도메틱 마케이브는 국내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조금 생소한 브랜드다. 하지만 도메틱은 냉각 기술의 핵심인 컴프레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스웨덴 기업으로,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수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지닌 고급 와인셀러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는 D17(17병 형)과 D28(28병 형)이 출시되었는데, 유럽 감성의 슬림하고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게다가 셀러의 너비가 D17은 29.5cm, D28은 37.5cm밖에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도 효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작은 크기임에도 상하 칸 온도를 구분해 설정할 수 있으며, 자동 성에 기능과 습도 유지를 위한 보습 트레이를 제공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저소음과 저진동이다. 발생하는 소음은 25~26db 정도인데, 조용한 도서관의 소음 수준(30db) 보다 낮다. 거실은 물론 서재나 사무실에서 사용해도 전혀 방해되지 않는 수준이다. 나만의 공간에 작은 홈바를 만들고 싶을 때 도메틱 와인 셀러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 도메틱 마케이브 와인 셀러 (좌 D17, 우 D28) ]


대형 와인셀러를 찾고 있다면 비노케이브가 합리적이다. 비노케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40병 형이 60만 원대, 80병 형이 80만 원대 수준이다. 대용량은 더욱 가성비가 좋은데, 120병 형이 100만 원대, 200병 형이 130~140만 원대다. LG에서 만든 컴프레셔를 사용했으며, 자외선 차단, 항온 유지 및 환기 시스템 등 기본 기능을 잘 갖추고 있다. 디자인과 디테일은 조금 아쉽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대용량 와인셀러를 원한다면 고려할 만하다. 단, 소음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침실 등 조용해야 하는 곳에는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직접 디자인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유로까브다.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자타공인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셀러 브랜드로, 최적의 와인 보관 환경 제공을 위한 13개의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 와인병의 모양에 맞게 잡아주어 진동을 최소화하고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와인 선반(Main du Sommelier)이 대표적이다. 또한 문열림, 온도 이상, 습도 이상 등 문제 발생 시 비주얼 알람이 작동해 좀 더 와인이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모델 별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으며, 다양한 용량의 제품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클래식한 감성과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디자인 또한 고급스럽다. 전 세계 70여 국가의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고가 와인 애호가들이 유로까브를 선호하는 이유다. 다만 명성만큼 가격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유로까브 와인 셀러 (좌 S059, 우 S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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