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monte
이탈리아 북서부의 보석 같은 와인 산지 피에몬테(Piemonte). 특히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양조한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피에몬테의 진정한 매력은 네비올로를 넘어 다양한 품종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와인들에 있다. 피에몬테의 포도밭은 알프스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와 포 강 유역의 안개, 지역별 다양한 토양이 만드는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다양한 토착 품종을 키워왔다. 특히 아르네이스(Arneis), 티모라쏘(Timorasso) 등 화이트 품종과 돌체토(Docetto), 바르베라(Barbera) 등 레드 품종은 피에몬테 와인의 저변을 이루는 주역들이다. 최근에는 샤르도네(Chardonnay),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같은 국제 품종들로도 빼어난 와인들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스카토(Moscato)와 브라케토(Brachetto)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글에서는 네비올로를 제외한 피에몬테의 주요 포도 품종들을 살펴봤다.
아르네이스(Arneis)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이다. 오래전에는 네비올로 와인의 강한 타닌을 완화하기 위해 블렌딩 했지만, 현재는 단독 양조한 우아하고 아로마틱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흰 꽃향기와 사과, 배, 살구 등 과일 풍미가 향긋하게 드러나며, 산뜻한 산미, 미네랄 뉘앙스가 매력적이다. 더운 여름은 물론 서늘한 가을이나 겨울에도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가벼운 해산물 요리, 구운 채소, 생선회나 카르파초 등과 잘 어울린다.
티모라쏘(Timorasso)
한때 사라질 뻔했으나 최근 부활한 품종이다. 향긋한 플로럴 허브, 레몬, 꿀, 견과류 힌트가 어우러져 다층적인 풍미를 드러내며, 오크 숙성을 거치면 복합미가 배가된다. 구조감과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많은 생산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화이트 바롤로'라는 별명도 있는데, 실제 네비올로 품종과 DNA 프로파일이 85% 정도 동일하다. 크리미한 리소토, 닭고기, 풍미 짙은 해산물 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대표적인 산지는 콜리 토르토네시(Colli Tortonesi). 바롤로의 주요 토양인 토르토니안 토양(Tortonian soil)이 발견돼 그 이름이 유래한 곳이다.
돌체토(Dolcetto)
이름은 '조금 달콤한'이라는 뜻이지만, 돌체토 와인은 낮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 블랙체리, 블랙베리, 자두 등 검붉은 과일의 농도 짙은 풍미가 어우러진 드라이 레드다. 은근히 드러나는 볶지 않은 아몬드 힌트와 허브 뉘앙스가 매력을 더한다. 고품질 돌체토를 원한다면 돌리아니(Dogliani) DOCG를 꼭 기억해야 한다. 맛과 품질, 품격은 물론 중장기 숙성 잠재력까지 갖춘 와인이다. 편하게 즐기려면 돌체토 달바(Dolcetto d'Alba), 돌체토 다스티(Dolcetto d'Asti)도 괜찮다. 대부분 스테인리스 발효 후 빠른 시기에 마시는 스타일이다. 현지인들은 돌체토를 일상 와인으로 즐긴다. 간단한 살라미와 치즈, 버섯 요리 등과 특히 궁합이 좋다.
바르베라(Barbera)
바르베라는 피에몬테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이다. 체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특징으로, 대표적인 와인은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와 바르베라 달바(Barbera d'Alba)가 있다. 일반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산미에 타닌은 부드러우며, 숙성할 경우 가죽과 스파이스, 감초 같은 복합적인 뉘앙스가 드러난다. 전통적으로는 오크 숙성을 거의 하지 않은 신선한 스타일이 많았지만, 1980년대 이후 품질 향상과 함께 프렌치 오크를 사용한 구조감 있는 와인들이 등장했다. 덕분에 바르베라는 가볍게 즐기는 에브리데이 와인부터 장기 숙성이 가능한 프리미엄 와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게 됐다. 샤퀴테리, 토마토소스 파스타, 피자, 치킨과 잘 어울린다.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산도로 깔끔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삼겹살이나 곱창 같은 기름진 음식과도 괜찮다.
국제 품종
피에몬테에서는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 품종도 재배한다. 특히 샤르도네는 랑게(Langhe) 지역에서 활발하게 재배하는데 구조감과 복합미를 갖춘 고품질 와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스틸 와인뿐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에도 많이 사용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피에몬테 국제 품종 와인들은 어느 정도 믿고 마실 만한 품질의 와인들이 많으니 눈에 띈다면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모스카토(Moscato), 브라케토(Brachetto)
모스카토는 이미 한국인의 최애 품종 중 하나다.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는 마트와 와인숍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낮은 알코올과 가벼운 탄산, 적당한 단맛으로 누구라도 싫어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모스카토 다스티보다 탄산과 알코올이 조금 더 강한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도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과일이나 디저트와 함께 즐기지만, 식전주로 마시거나 매콤한 아시안 푸드와 곁들여도 아주 좋다.
브라케토(Brachetto) 품종은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대에는 옅은 다홍빛에 그윽한 장미향과 딸기 향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약발포 와인 브라케토 다퀴(Brachetto d'Acqui)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알코올 도수가 낮고 가벼운 단맛이 드러나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베리와 초콜릿을 사용한 디저트와 찰떡궁합이니 꼭 곁들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