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과 브런치

by 윙글

9월 12일


웬일로 아침에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었다.

늘 해골 같은 몰골이었는데 오랜만에 사람 같아졌다.

뿌듯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오늘은 둘째의 학교 공개수업이다.

아마도 공개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리라.

둘째이자 막내이고 6학년이니...


첫째 아이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공개수업 참관에 결사반대를 외쳐댔었다.

첫째를 키우는 것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 엄마 된 입장에서 솔직히 중학교 공개수업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는데...

친구들 부모님이 대부분 오시지 않는다며, 내 엄마 한 사람만 서있으면 너무 창피할 것 같다고 절대 오지 말란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 공개수업일 거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공개 수업은 2교시.

열 분 정도 되는 부모님이 교실 뒤에 주르륵 서서 수업을 참관했다.

아이 두 명을 키우면서 몇 번 놓치기도 했었지만 그동안 여러 번 참여했었는데 어쩐지 오늘은 좀 다른 것 같다.

왜 그럴까...?


아이들의 롤모델을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국영수 교과 수업이 아니어서 그런가...?


아이들의 생각이 참 다양해졌구나...

세대가 달라진 것을 느끼는 건가?


반 전체 아이들이 전부 한 번씩은 일어나 발표를 할 수 있게 수업을 준비하셨다.

몇몇 학생만 일어나 발표하던 수업이 아니라서 그런가...?


마지막 공개수업이라서 그런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런 감상에 젖기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다.

한 시간을 걸으라고 하면 얼마든지 걷겠지만 한 시간을 서있으라고 하면 허리가 빠개질 것 같다.

딱 올해부터 그렇게 서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왼다리, 오르나리 체중을 바꿔 실어가며 버티고 버텨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만족이다.

이제 내 할 일은 끝났으니 집에 가 좀 누워야겠다.

그런데...


"엄마, 4교시 영어 시간에 엄마가 왔으면 좋겠어... 친구 OO이도 엄마 오신대요. 엄마 오면 안 돼?"


원래 4교시 교담선생님 수업은 참관하지 않기로 했었다.

아이의 반이 영어 공개수업 대상 학급이 되었다고 했지만, 담임선생님 수업만 들으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집에서 칩거생활 중인 내 체력에 힘들 것 같아 미리 참관하지 않겠다 말해 놓은 상태였다.


눈도 큰 아이가 코로롱초로롱 눈망울을 마주쳐 오면 나는 질 수밖에 없다.

'그래, 마지막이니까 허리 한번 헌납해 보자...'


"응, 엄마 집에 가서 빨래만 널고 다시 올게."

한 시간의 여유시간 동안 집에 가서 잠시 누웠다가 빨래를 널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왜 나 혼자인 거냐...?


수업이 시작할 즈음 도착한 영어 교실에는 학부모가 한분도 안 계셨다.

멈칫.

나는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나 혼자 교실 뒤에 서있으면 아이가 창피하지 않을까?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는 게 더 창피할 것 같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장착하고 열린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배 더 강해진 허리의 통증과 혼자라는 어색함을 참으며 수업을 참관했다.


다행히 아이는 창피하기는커녕 엄마가 와서 너무 좋았다고 나를 또 꼭 안아준다.

참 사랑이 많은 아이다.

진짜 내 할 일이 끝났으니 삐걱대는 다리를 끌며 집으로 향했다.


겨우 옷을 갈아입고 드러누워 천장을 보며 생각해봤다.

왜 이번 공개수업이 다르게 느껴졌는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알 것 같다.

이게 다 브런치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만난 선생님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나의 불편한 느낌이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맞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렵고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재.

말 한마디 쉽게 건네기 어려운 존재.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까 눈치 보게 만드는 존재.

그러면서도 칭찬 한마디 받고 싶어 목을 매던 존재.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어딘가 찌꺼기처럼 남은 그 불편한 감정들이 교사라는 직함을 들으면 튀어나왔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읽은 선생님들의 글은...

사랑 그 자체였다.

인형의 사건기록을 쓰시질 않나, 불량주부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시질 않나...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셨구나.


심지어 둘째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인형의 사건기록을 쓰시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저런 분이 아닐까?' 하는 다소 변태+스토커(?)스러운 생각까지 했다.

마치 그 작가님을 만나고 온 듯한 기분도 조금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댓글을 남기듯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도 남겼다.

'아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수업이 참 좋았습니다. 다양한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별것 아닌 말이지만 선생님께 응원의 말을 해드리고 싶었다.


이 정도면 내가 변한 게 분명하다.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들 덕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생님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생성되었나 보다.

경직된 나의 선입견도 없어지고 선생님들에 대한 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그것을 공개수업에 다녀와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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