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하로를 지나던 길이었다.
크리스마스 마켓과 트리를 보기 위해 모처럼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지하도 벽에 멋진 시들이 걸려있어 발걸음을 늦췄다. 아이가 한편이라도 더 보길 바라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코너를 도는데 박스에 우산을 펴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몇 보였다. 아이를 잡은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며 빠르게 걷고 있는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우산은 뭐예요?"
"아~봤구나."
우선 짤막하게 대답하고 이리저리 생각했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하지? 보지 않길 바랬는데.
"잘 집이 없어서 잠깐 여기를 빌린 거야.
밖이 너무 추우니까."
"그러면 호텔을 가면 되잖아."
되묻는 아이의 순수함에 말문이 막혔다.
아직 그 깨끗한 세상에 어두운 조각을 넣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이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는 큰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스쳐갔다.
어떤 것은 보여주고 싶지 않으면서 그것까지 품어 안을 수 있는 큰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완전하게 이기적인 부모의 마음이었다.
"우릴 위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하나뿐인 아들"
광화문 광장 큰 트리를 보며 아이가 흥얼거린다.
'그래요, 진짜 대단하십니다. 그 귀한 아들을..'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 트리에서 눈을 돌렸다.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한없이 무거운 성탄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