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교실 청소의 의미

선생님의 마음 정화 의식

by 로렐라이언덕

" 나 때는 말이야~

애들 데리고 온 학교를 왁스칠 했어.

나뭇바닥 사이사이에 낀 먼지 끌개로 다 빼고!

요즘은 뭐, 너무 편해졌지~ "


20대에서 60대를 어우르는 다양한 세대가 같은 직급으로 일하는 학교. 특히 같은 학년을 맡은(=동학년) 교사들은 경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대등하게 친해지고 운명 공동체로 1년을 함께한다.

그래서 50~60대 선생님들의 '라떼썰'은 소위 '꼰대' 보다는 역사의 산증인처럼 느껴진다. 시절 학생이었던 나도 친구들과 함께 왁스칠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 여행을 한다. 겨울엔 나무 장작을 태우고 난로 재 청소도 했었는데...


신규교사 시절, 6학년 담임이었던 나는 청소당번 아이들과 매일 교실청소를 했다. 청소가 안 된 교실에서는 다음 업무로 나아가기가 어려웠다. 너무 바쁜 날에는 모른 척 컴퓨터 앞에 앉아 보았지만 자꾸만 굴러다니는 먼지와 삐뚤빼뚤한 책상에 눈이 갔다. 퇴근이 좀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청소한 후 업무를 하는 것이 효율에 좋았고, 그렇게 아이들이 하교 한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업무 루틴이 되었다.

깨끗해진 교실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은 아이들과 격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같이 빗자루를 잡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나를 교사가 아닌 '청소동료'로 여기는 듯했다. 오늘 수업 중에는 뭐가 재미있었고, 누구랑 누가 요즘 사귀기 시작했는지, 어떤 아이가 좀 소외되는 것 같은지 등, 상담 좀 하자고 앉혀서 물어보면 절대 안 해주던 이야기들도 술술 공유해 주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교실 청소를 함께 하며 아이들과 친해지고, 그 대화 속에서 힌트를 얻으며 나는 좀 더 학생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교사로 성장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 청소당번이 따로 없다. 청소 업체가 일주일에 두어 번씩 들어와 교실 대청소를 해주기 때문이다. 신규 때에 비하면 청소할 시간에 수업 준비를 더 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그래도 하교 후 빗자루를 먼저 잡는 습관을 버리기는 힘들다. 책상 줄을 맞추고 바닥 먼지들을 몰며 조용해진 교실을 순회한다. 아이들 자리 곳곳을 살펴보고, 서랍 속도 들여다 보고, 소소하게 낙서해 놓은 그림들도 구경하다 보면 오늘 그 자리에 앉았던 표정들이 떠오른다.

'@@는 자리도 참.. 산만하구나..ㅠ 오늘 OO이랑은 얘기를 많이 못했네, □□는 왜 얼굴이 안좋아보였지..'

예전처럼 답해 주는 청소당번들은 없어도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하루를 복기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도 아이들을 보내고 빗자루를 꺼낸다. 청소여사님이 오시기 전에 얼른, 너무 깨끗하면 민망하니까 적당히. 마음 정화 의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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