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누구나 하나쯤 한 해 지켜야 할 나만의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 또는 책을 많이 읽기 등 매해 단골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런 리스트 중에서 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계획적인 소비 생활’ 아닐까요? 올 한 해에는 보다 계획성 있는 소비 생활을 하여서 돈을 낭비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쓰겠다는 다짐을 한번씩은 해보게 됩니다. 그러나 역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겠지요. 아무리 계획적으로 소비하겠다고 다짐을 해도 돌아보면 ‘내가 저것을 왜 샀을까’ 싶은 것들. 다음 주 분리수거를 예약하는 아름다운 쓰레기가 또 있기 마련입니다. 설령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꼭 사야 할 물건들을 휴대폰에 간략히 리스트업을 하고 그 물건들만을 쏘옥 담을 수 있는 작은 에코백을 하나 메고 가볍게 마트 입구를 들어섰다 할지라도 계산대 앞에서 ‘종량제 봉투 하나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됩니다. 가져간 에코백에 담을 만큼의 물건들은 이미 한참 넘어서 계산대 앞에 수북이 쌓여있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계획적인 소비 생활의 가장 큰 숙적은 아마도 충동구매 아니까요? 이것만 사야지 라고 휴대폰 속 메모장에 리스트를 적어갔음에도 일단 사고 싶은 것들 앞에서는 쉽게 무너지는 것이 소비자라 불리는 우리의 흔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충동구매란 일반적으로 ‘계획되지 않은 구매’를 뜻합니다. 즉, 만약 당신이 마트에 가기 전 사고자 했던 제품들과 마트를 나온 후 계산된 제품 간의 차이가 크다면 충동구매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은 충동구매를 자주 하는 편인가요? 충동구매를 한다면 어떤 제품들을 주로 구매하나요? 충동구매를 통해 사는 제품들은 보통 쾌락재가 많습니다. 쾌락재는 실용적이거나 기능성의 제품이 아닌 구매 시 즐거움이나 재미, 짜릿함 등이 소비의 목적이 됩니다. 이러한 쾌락재는 우리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들어간 드럭 스토어에서 새로 나온 립스틱의 화려한 유혹을 못 이기는 척 슬쩍 구매할 때 아름다운 컬러와 화려한 패키지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뿌듯함, 바로 쾌락재의 가장 전형적인 충동구매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충동구매 후에는 찾아오는 뜻밖의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죄책감’입니다. ‘죄책감’이란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또는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후회나 자책감, 고통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해당합니다. 충동구매로 쾌락적 즐거움을 얻었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 공평하여 충동구매 후에는 ‘내가 왜 이것을 구매했을까’라는 죄책감이 따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충동구매 직전에 이러한 충동구매가 야기될 수 있는 죄책감을 누군가 상기시켜 준다면 충동구매를 하지 않을까요? 즉, 이렇습니다. 당신이 아까 드럭 스토어에서 새로 나온 립스틱을 구매하려는 순간, 같이 갔던 친구가 ‘너 집에 비슷한 립스틱 많잖아. 너 다음 주에 나올 신용카드 고지서 생각해. 너 이거 또 사면 후회할 거야’, 이 정도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한다면 당신은 충동구매를 단념하게 될까요? 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충동구매의 경향이 높은 소비자에게 충동구매 후에 발생하는 죄책감에 대한 단서를 주었을 때 쾌락재 구매는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즉, 대표적인 쾌락재에 해당하는 ‘초콜릿’을 충동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당신이 초콜릿을 구매한 후에 예기되는 죄책감에 대해서 적어주세요’라고 죄책감과 관련된 단서를 제공하자 소비자들은 초콜릿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충동구매를 하려는 그 순간에 ‘예기되는 죄책감’이라는 카드를 쓰윽 내미는 것만으로 쾌락재의 충동구매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만약‘아닌데, 난 예기된 죄책감을 적어 내려가도 초콜릿 살 건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구결과를 다시 한번 요약해보면 충동구매 경향이 높은 소비자일 경우에만 이러한 예기된 죄책감이 충동구매를 조절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충동구매 경향이 높지 않은 소비자는 예기된 죄책감이 충동구매를 조절하는 단서가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즉, 예기된 죄책감은 충동구매 경향이 높은 소비자에게만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충동구매를 자주 하는 소비자라면 예기된 죄책감이라는 처방전을 한번 사용해보시길 권합니다. 내가 이것을 구매했을 때 얼마나 후회할 것인가에 대해서 구매 전 살짝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당신의 충동구매에 따른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충동구매를 하는 그 순간에 예기된 죄책감을 재빠르게 꺼내서 충동구매를 방어해야 하는 그 찰나, 이미 계산대를 넘어서 버렸고 계획된 죄책감이 스멀거리며 나타난다면, ‘굿 티이밍’이란 왜 이리 어렵고 험난 하단 말인지 또 하나의 죄책감을 감당해야 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네요.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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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티클
양윤, 박민지. (2014). 충동구매 경향성과 예기된 죄책감에 따른 쾌락재와 실용재의 선택.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 광고, 15(1), 4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