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내가 사는 것은 사은품

커피는 기꺼이 당신에게 양보하겠어요.

첫째 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펑펑 오고 찬바람이 매서웠습니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메일 확인을 확인하고 커피를 마시러 집 앞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눈길이 꽤 미끄러웠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려니 계산대 옆에 플레이 모빌이 쌓여있었습니다. 아마 그때가 열 한시쯤 이었습니다. 제가 이 플레이 모빌은 뭐냐고 물으니 계산대 점원이 매우 친절하게 ‘버디 세트’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음료 한 잔과 플레이 모빌을 같이 판매하는 세트라더군요. 호기심에 하나 주문했더니 계산대의 친절한 점원은 플레이 모빌의 거치대도 판매한다고 또 친절하게 제게 소개해주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부터 4주간 매주 새로운 플레이 모빌이 버디 세트에 함께 판매되는데 그 세트를 다 모으고 거치대에 세팅하면 된다네요. 아. 그런 거군요. 들어보니 또 혹하여 버디 세트를 주문하고 거치대까지 사니 스티커를 하나 주더군요. 왠지 뭔가 샀다는 뿌듯한 기분으로 씩씩하게 집에 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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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

새로운 목요일입니다. 아침에 산책하다가 오전 열 시쯤에 스타벅스 앞을 지나다가 커피를 사러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플레이 모빌의 종류가 세 가지나 있더군요. 플레이 모빌만 사면 안 되냐고 했지만, 계산대 점원은 ‘버디 세트’로만 판매한다네요. 커피 세 잔은 필요 없어서 ‘로이’라는 이름이 예쁜 플레이 모빌이 있는 버디 세트를 구매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어쩌다 인터넷 기사를 보니 스타벅스 플레이 모빌이 엄청 인기라 거의 솔드 아웃이라는 것입니다. 당근만 파는 시장에서 12,000원짜리 음료 포함 ‘버디 세트’의 플레이 모빌이 음료 없이 하나에 20,000원이라는 것입니다. 앗. 그랬구나. 우리 집 앞 스타벅스가 변두리 동네에 있어 아직 남아 있었구나. 그날 오후 또 스타벅스에 들려 보니 이미 퍼니쳐 세트는 솔드 아웃이고 ‘준 ’만 남아 있더군요. 잽싸게 준이 있는 버디 세트를 사서 집에 오니 영 찜찜. 퍼니쳐 세트가 유독 가지고 싶더군요. 집 반경의 2킬로미터 이내의 스타벅스 매장을 모두 돌아보았으나 버디 세트는 모조리 솔드 아웃. 아. 이럴 수가. 다음 주 목요일에 나오는 새로운 플레이 모빌의 버디 세트는 꼭 사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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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 알람시계를 맞추고 6시 50분에 일어나 잽싸게 집 앞 스타벅스로 향합니다. 아직 7시가 안 된 시간인데 서른 명 정도의 손님들이 빼곡하게 줄 서 있습니다. 오늘 새로 나온 플레이 모빌은 3종. 그중 특히 서핑하는 ‘그레이스 ’는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용으로 한 세트 더 구매해야 해서 오늘 사야 하는 세트는 총 4세트. 근데 문제는 아침 7시에 커피 4잔을 뭐하지? 커피는 다른 사람을 줄까? 드디어 내 순서가 되어서 4세트를 주문하니 1인 3세트로 한정 판매. 플레이 모빌 세 개, 그리고 음료 3잔을 손에 들고 집에 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마시고 아이스가 든 음료 두 잔은 냉장실로. 아. 아침부터 피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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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주.

당근만 파는 시장에서 퍼니쳐 세트를 음료도 없이 이만 원에 팔길래 비싸서 안 샀는데 이제 사만 원입니다. 한 주 만에 값이 두 배로 올랐습니다. 오늘은 ‘우주인 레오’가 포함된 버디 세트를 사기 위해 어김없이 아침 7시까지 집 앞 스타벅스로 직행. 아침부터 잽싸게 달려갔더니만 내 앞에 이미 5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줄 서 있습니다(엉엉). 버디 세트는 1인 1세 트라고 합니다. 제 앞 손님은 하나를 주문하자마자 맨 뒷줄로 잽싸게 달려가서 다시 줄을 섭니다. 오늘은 다행히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레오’를 데리고 터벅터벅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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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왜 이렇게 스타벅스의 한정판에 집착하게 된 거지? 지난 4주간의 저를 돌이켜보니 저 자신이 약간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한정판에 대한 소비 욕구, 즉 희소성에 의한 구매는 꽤 오래된 소비 행동이자 소비 심리학의 관심 있는 연구주제이기도 합니다. 한 연구자들은 희소성이 제품에 대한 가치의 평가와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당연히도 소비자들은 제품이 희소하다고 생각될수록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고, 구매 의도 또한 높았습니다. 연구자들은 특히 이러한 효과가 어떠한 제품에서 더 잘 나타나는가를 분석하였는데 상징적 가치와 감정적 가치가 높은 제품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기능적인 가치의 실용재 보다 더 감정적으로 좋아하거나 나의 일부와 같이 상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경우에 희소성은 더욱 빛이 났던 것입니다.


소비자가 희소성 있는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론을 근거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경제학적 관점에서 희소한 자원은 더 많은 수요와 경쟁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적은 수요의 자원이 가진 희소성은 더 많은 수요를 촉진합니다. 상품이론(Commodity Theory)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있는데요, 상품의 가치는 소유의 불가능에 의해 정해질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소비자들은 구매 가능한 대상보다 구매 기회가 더 제한적일 때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이론으로 심리적 저항 이론(Psychological Resistance Theory)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 인간은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어지면 그 자유를 유지하거나 행동하는 데에 심리적 반발감이 형성됩니다. 학창 시절에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바로 그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데로 살 수 없는 상황은 심리적 반발감을 키우게 되고 우리는 그 제품을 더 갈구하게 됩니다.


지난 4주간 저의 ‘버디 세트’를 향한 욕심과 열정을 생각해보니 진짜 그런 듯싶네요. 처음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이 구매한다 하니 갑자기 ‘버디 세트’에 대한 소유욕이 확 높아지더니, 내가 원하는 데로 살 수 없다 하니 더 사고 싶어 지는 반발심이 불같이 일어나니 말입니다. 스타벅스의 버디 세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언제라도 가서 맘껏 살 수 있는 제품이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새벽에 줄을 서거나, 고가에 재판매가 되고 또 그것을 사고 싶어서 당근만 파는 시장에 들락거릴 일도 없겠죠. 기업의 얄팍한 상술로만 치부하기에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희소성의 가치. 늘 그렇듯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자로 살아가는 것은 퍽 어렵습니다.


P.S. 이럴 수가. 당근만 파는 시장에서 이젠 버디 세트의 플레이 모빌 풀세트가 커피도 없이 32만 원이라니.


오늘의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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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김형준. (2019). 희소성과 심미성이 제품가치 평가 및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상품학연구, 37, 1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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