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득 과정 정말 제대로인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일이 주민등록증 발급받는 것 다음으로 흔한 일이 되어버렸죠. 그만큼 운전이 일상화되었다는 의미일 텐데요. 하지만 이 면허증을 손에 쥐는 과정은 나라에 따라서는 쉬운 일일 수도,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면허증 받기 어렵다고 소문난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의 경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엔 저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분이 몇 년 전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준비했습니다.
헤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 중인 박00(여)님이 주인공으로, 그녀는 한국에서 면허를 따 6년이나 영업직에 있으며 매일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나름 운전 잘한다는 소리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그가 왜 독일에서 다시 면허증을 취득하게 됐을까요?
참고로 독일과 한국은 2003년부터 상대국의 면허증을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거주 신고일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신청만 하면 시험 없이 면허증 교체가 가능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녀가 전해주는 독일의 면허 취득 과정의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Q : 한국에서 면허증을 취득하신 걸로 아는데 왜 독일에서 면허 취득 시험을 보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A : 사실 한국 운전면허증을 독일 것으로 이미 바꾼 상태예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에서 자동 변속기로 면허를 땄죠. 자동으로 운전 자격을 취득했을 경우 독일에서도 면허증을 바꿀 때 자동 변속기 차량만 운전해야 합니다. 이게 면허증 뒷면에 아예 표시가 되어 나와요.
한데 독일은 수동 변속기 차량들이 얼마나 많아요? 만약 수동 차량을 지금 면허증으로 몰면 저는 불법 운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수동 변속기 차량으로 면허를 다시 따려고 해요.
*보충 설명 : 독일은 2021년부터 자동변속기로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의 경우에도 일정 정도의 수업(꽤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받으면 우리의 2종 면허에 해당하는 클래스의 수동 변속기 장착 자동차의 운전이 가능합니다. 이전까지는 허락되지 않았죠.
Q : 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건가요?
A : 아뇨. 저는 다행스럽게도 실기 시험만 보면 됩니다.
Q :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획득하는 과정이 (비록 일부이지만) 쉽지 않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계십니다. 우선 간단하게 독일에서의 취득 절차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A : 시작은 학원을 선택하는 일이겠죠. 선택한 학원에 등록을 하는데, 이때 비용으로 60유로를 냈어요. 이 등록비는 학원마다 좀 다릅니다. 저의 경우는 응급처치나 이론 수업과 시험 등의 과정을 뛰어넘고 바로 실기 수업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실기 과정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보통 일반 운전과 특별운전으로 나누는데요. 각 운전마다 시간당 비용을 계산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은 시간당 31유로를 내고 특별운전은 41유로를 내죠. 실기시험 비용은 89유로입니다.
*보충 설명 : 독일은 응급처치 코스(하루)를 마쳤다는 수강증이 없으면 시험 자체를 볼 수 없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2시간 (실제로는 90분 수업) 수업을 최저 12회를 받아야 이론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Q : 처음 학원 등록할 때 좀 특별한 절차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A : 일단 학원에 등록을 하면 시청에 가서 운전학원에 등록했다고 알려야 해요. 그런데 이처럼 관공서에 사실을 알리고 등록을 하려면 그보다 먼저 지정 안경점에 가서 (안과 아님) 시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도 한 10유로 정도 비용이 들죠. 물론 시청에 등록할 때도 다시 비용을 50유로 냈습니다. 이렇게 등록하면 나중에 시청에서 실기시험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내는데요. 이게 약 두 달 정도 걸리죠. 이 공문이 와야 비로소 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Q : 주행 연습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A :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큰 모의 연습장에서 연습하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이 바로 공공도로로 나갑니다. 처음 몇 번은 학원 강사가 본인이 앉아 있는 보조석 쪽에 있는 페달을 직접 밟고 저는 핸들만 돌리는 식으로 공터에서 주로 연습을 했어요. 일종의 감 익히기라고 해야겠죠?
그런데 학원 강사가 "오케이" 사인을 줄 때까지 몇 주가 걸리든 연습을 해야 합니다. 덕분에 돈이 엄청 들죠. 좀 익숙해졌다 싶으니까 그때부터 시내 주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고속도로 주행도 했는데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 독일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끔씩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기도 하고, 어쩔 땐 설명한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기도 했어요.
*보충 설명 : 주행 연습은 기본이 13회입니다. 한 번에 90분씩 수업을 받게 되며, 별개로 하는 특별 주행은 총 12회입니다. 특별 주행은 국도 주행 5회, 고속도로 주행 4회, 그리고 야간 운전 3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이렇게 하고 바로 실기로 넘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학원 강사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주행을 더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개인 간 면허 비용과 기간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 차의 엔진룸을 열어 기본 구조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시험 시 이를 물어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타이어에 바람 넣는 법도 알려주는데요. 한 마디로 단순히 운전을 어떻게 하는가가 아닌, 차의 기본, 운전의 기본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훈련하고 이를 테스트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독일 면허 취득 비용은 평균 180만 원(환율 기준)입니다. 비싼 바이에른주는 평균 224만 원, 가장 저렴한 브란덴부르크가 145만 원 평균이고, 프랑크푸르트가 작년 기준 195만 원 정도입니다.
Q : 주행에서 가장 힘든 점과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뭘까요?
A : 일단 규칙이 너~무 많아요. 표지판도 많아서 이론 수업을 듣지 않은 저는 적응하는 게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포르파르트(Vorfahrt)라고 부르는 우선 차량 규칙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제가 보기에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었어요.
부산에서 운전할 땐 주위의 운전자들과 눈치 싸움하면서 다소 공격적(?) 운전을 해왔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바로 Vorfahrt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독일에선 특히 표지판을 잘 봐야 하며, 주택가 주행 시에는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을 늘 신경 써야 합니다. Rechts vor Links Strasse라고 부르는 거 같았어요.
*보충 설명 : 독일에서 운전할 땐 Vorfahrt(우선주행권) 개념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에는 없는 개념으로 두 가지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첫 번째가 우선주행차로 표시로, 노란색 다이아몬드 표지판이 있는 도로의 차량들에게 교차로나 합류 시 우선 주행권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최우선 권리죠.
사진 속 우측 신호등 아래 노란색 다이아몬드형 표지판이 보이시죠? 이게 보이는 쪽, 그러니까 제가 사진을 찍고 있는 방향의 차로에 우선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표시가 없는 교차로나 주택가 등에서의 주행은 어떨까요? 레히츠 포(어) 링(크)스(Rechts vor Links) 라는 문구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런 표시가 없는데, 이때는 내가 주행하는 차로의 오른쪽에 있는 차로 차량이 우선이 됩니다.
정리하면, 노란 다이아몬드 표시가 있는 차로가 우선입니다. 만약 그 표시가 없다면 Rechts vor Links 룰에 따라 무조건 내 차의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우선 주행권이 있습니다. 이걸 포(어)파(르)트(Vorfahrt)라고 하고, 독일 운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기본이 되는 내용입니다. 이런 룰을 몰라서 시비가 붙거나 욕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Q : 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A : 어려움이라기보다는 흔히 숄더 체크라고 하는 거 있죠? 차로 변경할 때 사각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거, 여기서는 Schulterblick (슐터블릭)이라고 하는데 코너를 돌 때마다 아우토반 등에서 합류할 때마다 계속해서 이걸 해줘야 합니다. 뒷좌석 유리창까지 보라고 하더군요.
Q : 수동 변속기가 낯설 텐데, 이건 어떠세요?
A : 처음에는 변속 시점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툭하면 엔진이 꺼지고, 너무 빨리 변속기 페달 (클러치)에서 발을 떼거나 하는 등의 문제로 몇 주를 고생했죠. 클러치에서 발을 잘 떼면서 가속페달을 빨리 밟아 쭈욱 나가는 건 아직도 가끔 틀립니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 잘못 밟아 차의 시동을 꺼트리는 것도 저의 고질적 문제죠.
솔직히 수동변속기를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왜 기어를 자꾸 올리고 내리는지 이해를 못 했어요. 또 수동 같은 경우는 브레이크를 굳이 밟지 않아도 기어를 바꾸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 오토만 운전했던 저에겐 그게 너무 생소해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학원 강사가 참 고마웠던 게, 제가 수동 운전을 어려워하면서 자꾸 긴장하고 겁먹으니까 걱정 말라는 말을 계속해 주면서 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해 줬어요. 굉장히 인내를 갖고 잘 가르쳐 주고 있어서 그 점이 고마웠어요.
*보충 설명 : 독일의 운전면허 학원은 대체로 규모가 작습니다. 1명 내지 2명이 운영과 강습을 겸하는 곳들이 많죠. 물론 여러 명 강사들을 두고 지점을 갖고 있는 학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규모입니다. 이처럼 규모는 작지만 강사가 수강생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그에 맞는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신들 평판이 어떻게 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잘 가르치려 노력들 합니다.
Q : 운전을 배우면서 독일 자동차 문화의 특징 같은 걸 느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A : 일단 인상적이었던 게 깜빡이(Blinker)를 켜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또 그렇게 깜빡이를 켜면 거의 모든 운전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어요. 너무 잘 비켜줘서 당황할 정도였으니까요. 또 자전거 보호도 엄격하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자전거와 자동차가 나란히 달릴 땐 법적으로 무조건 1미터 이상은 차가 자전거에서 떨어져 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보충 설명 : 자전거와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할 때는 도심 도로냐 국도냐 등에 따라 간격의 차이가 다르고 이를 다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정말, 소소한 부분들까지 규정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를 다 숙지하고 운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Q : 한국과 독일의 면허학원을 다 경험하신 게 되는데, 우리 학원들의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A : 우린 너무 쉽게 면허를 줍니다. 제가 다닐 때도 쉬웠는데 그 이후(간소화 조치) 더 쉬워졌다고 들었습니다. 독일만큼 꼼꼼하게 주행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시군청 등에 등록해서 몇 달 기다려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좋다 봅니다.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 전에 시력검사를 해서 이 운전자가 꼭 안경을 끼고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도 정해두는데, 이런 것도 좋다고 봐요.
Q : 그렇다면 독일 면허 취득 과정에서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싶은 건 뭐가 있을까요?
A : 너무 비싸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운전이라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뭘 하든 돈이 듭니다. 뭔 규칙이 또 그렇게 많은지,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규칙 좀 줄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보충 설명 : 독일은 교통 표지판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런 표지판을 읽고 실제로 운전 시 적용하는 게 힘든 일이죠. 이론 시험의 경우만 해도 굉장히 까다로워, 스무 가지 시험 유형이 존재하고, 객관식이지만 정답이 2개 이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 하고, 개인적으로 이론 수업을 철저히 복습하지 않으면 떨어질 확률이 커집니다.
보통 10점 마이너스면 탈락인데, 한 문제가 심한 경우 5점짜리도 있어서 5점짜리 두 개 틀려버리면 그냥 탈락입니다. 그리고 독일도 요즘은 속성과정이란 게 있어서 일주일엔 4일 정도를 몰아서 이론이나 연습주행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1종 면허를 취득했으니 독일에서도 1종에 준하는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2종에 해당하는 B 클래스로는 그냥 바꿔주지만 1종 수준의 독일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다시 시험을 봐야 합니다.
Q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
A : 아직도 주행 연습하러 가기 전은 겁나서 가슴이 떨려요. 해도 해도 헷갈려서요. 많은 규칙과 익숙하지 않은 수동 변속기 운전 등으로 운전하는 내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독일) 많은 한국 분들이 면허증을 바꾼 후 바로 운전을 시작하는데, 사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저처럼 오토만 운전했던 분은 특히 여기서 이론 공부 및 실기 연습을 어느 정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충 설명 : 8월부터 시작했던 그녀의 운전교육은 12월까지 이어집니다. 참 힘들고 긴 여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은 평균 실기 시험의 불합격률이 30%, 많은 지역은 40%나 됩니다. 그처럼 철저하게 연습을 하고 기간을 두고 배웠음에도 30% 불합격률이라는 건, 정말 시험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런데 2021년부터는 실기시험 시간을 5분 이상 늘렸고, 시험을 다 본 다음 다시 5분 정도 인터뷰를 하도록 새롭게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더 어려워진 거죠. 비용과 시간을 얼마나 들였겠습니까? 그런데 불합격한다면 이보다 더 속상한 일도 없을 겁니다. 안 떨어지기 위해 더 열심히들 공부하고 연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인들의 운전 실력은 상당히 수준이 높고, 또 자신들의 운전에 대한 자부심도 높은 편입니다. 물론 독일인들이라고 다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면허 취득까지의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분명 도로 안전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