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memike Mar 11. 2021

응원 받는 도둑의 공통점

예순두번째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과 「뤼팽」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과 「뤼팽」의 내용을 다룹니다.



여러 작품을 보면 간혹 묘하게 연결되는 작품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과 「뤼팽」이 그렇다. 2017년 첫 방영된 「종이의 집」은 스페인에서 만들어져 방영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넷플릭스를 통해 타국에서 더욱 흥행한 작품이다. 「뤼팽」은 영화 「언터쳐블 : 1%의 우정」으로 유명한 배우 오마르 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021년작 프랑스 드라마다. 서로 다른 시기와 국가에서 만들어진 두 드라마는 ‘응원 받는 도둑’이라는 키워드 하에 하나로 묶인다. 



계획적 도둑질 

「종이의 집」과 「뤼팽」의 주인공은 모두 도둑이다. 전자에서는 ‘교수’의 주도 하에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마스크를 쓴 집단이 스페인 조폐국을 무단 점거한다. 후자에서는 추리 소설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모티브로 주인공 ‘아산 디오프’가 희대의 목걸이를 절도하는 것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두 작품의 도둑들은 모두 계획적이다. 조폐국을 점거하기 위해 ‘교수’는 일행을 데리고 몇 달 동안 합숙을 하며 강도 절차를 설계한다. 건물의 설계 도면을 갖고 구조를 분석하고, 가능한 경우의 수를 헤아리고, 어떠한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달리 가면을 쓴 도둑들은 프로토콜을 따른다. ‘아산 디오프’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괴도 ‘아르센 뤼팽’의 책에서 나온 것처럼 변장과 트릭을 써가며 도둑질을 한다. 또 두 작품 모두 드론이나 IOT 기술 등의 첨단 기술을 사용하면서 전략적으로 경찰과 대립한다. 이제는 도둑도 똑똑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익명성 뒤에 숨는 이유 

두 작품의 다른 공통점은 주인공들의 익명성에 있다. ‘교수’를 필두로 ‘도쿄’, ‘베를린’, ‘모스크바’, ‘리우’ 등 세계 도시의 이름을 딴 이름들, 그리고 소설 속 인물인 ‘뤼팽’ 모두 가명이다. 물론 도둑질을 하는 마당에 본명을 내밀 수는 없지만 가명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 점에 있어서 이의 의도성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익명성, 혹은 가면 뒤에 숨는 것은 영화 배트맨에 나온 것처럼 본인이 아니라 본인 외의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함일 수도 있다. ‘교수’가 일행들에게 서로 본명을 절대 알려주지 말라는 것도 혹시 모를 유대감의 형성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명시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아산 디오프’도 본인의 일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을 위해서일 것이다. 



도둑질은 가장일 뿐, 사실은 가족 이야기

「종이의 집」과 「뤼팽」의 메인 플롯은 결국 도둑질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도둑질을 하는지를 이해해봐야 한다. 두 작품 모두 계획은 누군가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 이전 세대에서 현 세대로, 현 세대에서 그 다음 세대로 그 이야기는 옮겨진다. 그들의 도둑질에는 가정사가 담겨 있다. 「종이의 집」에서는 부자 관계에 더하여 형제지간, 그리고 연인의 관계까지 그려진다. 「뤼팽」에서 아르센 뤼팽을 다루는 소설책은 아들과 아버지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동한다. ‘아산 디오프’의 아버지로부터 ‘아산’의 아들까지, ‘아산’은 아들이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존재를 책으로 알려주고자 한다. 자신의 아버지의 존재를 알려주고자 노력하면서 스스로 좋은 아버지는 되지 못하는 ‘아산 디오프’이지만 그 서툰 사랑마저 사실은 가족애에 기반한 것이었음을 보면 도둑질은 수단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뤼팽」(좌), 「종이의 집」(우)


응원 받는 도둑

도둑질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행위다. 그럼에도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응원을 받는다. 도둑을 잡는 경찰보다도 말이다. 오히려 경찰은 무능하고 부패하다고 질타를 받는 편이다. ‘교수’ 일당과 ‘뤼팽’의 치밀한 전략과 통쾌함, 가면을 쓰고 익명성 뒤에 숨는 이유, 그리고 그들의 일대기와 가족애, 형제애, 그리고 사랑이 도둑질을 응원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관계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