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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Aug 24. 2021

고유한 것, 그리고 여사님의 걱정

여든두번째 이야기


우리집 여사님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신다. 이 글을 모든 가정의 현명한 여사님들에게 바친다. 



여사님과 나는 밤 산책을 나섰다. 산책길에는 여러 대형 마트가 나란히 있었다.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들. A사의 마트는 그 중 이 지역에 비교적 가장 오래 있었다. A사 마트는 카트를 끌고 다니며 식료품부터 식기와 자동차 용품, 잡동사니까지 살 수 있는 흔한 대형 마트다. B사는 늘어난 인구와 시장에 대비하여 창고형 마트로 유명한 외국 브랜드를 벤치마킹하여 A사 마트 바로 옆에 건물을 짓고 A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를 보고 C사 또한 더 큰 규모의 창고형 마트를 지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C사의 압도적 승리. B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건물은 용도 변경을 하고 재기를 꿈꿨으나 사람들은 모두 C사의 창고형 마트로 향했다. A사의 마트는 그 규모는 줄었지만 창고형 마트가 아니라는 점과 비교적 싼 가격으로 꾸준히 생존해가고 있다. 



여사님은 내게 마트 전쟁의 결과에 대해 얘기해줬다.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C사는 계열사의 멤버십 프리미엄 운영과 창고형 마트의 원조 격인 외국 브랜드에 비할 만한 제품의 다양성 확보로 창고형 마트 시장에서 압승을 했다는 것이다. B사는 애매한 벤치마킹으로 C보다 먼저 뛰어든 시장에서 도태되었고, A사는 대세를 따르지 못한 결과로 규모는 작아졌지만 적은 양을 장을 볼 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지는 않았다. 외국 브랜드 또한 C사의 상승세에 타격을 입었지만 외국계 회사로서 유일하게 들여오는 제품군과 멤버의 충성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쟁 시장에서 2등은 늘 안쓰럽다. 2등이 1등을 제치는 것은 꼴등이 2등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1등이 1등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2등이 1등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분석하고 1등의 장점을 따라한다고 해서 1등이 될 수는 없다. 2등이 1등이 되는 방법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고유한 것. 물론 나는 등수를 가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등수와 상관 없이 고유한 것은 찾아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고유함에 대한 천착은 중요한 태도다.


여사님은 걱정이 많으시다. 엄친딸과 엄친아, 그리고 아들의 친구들까지. 그들의 성공기는 여사님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누군가 붙기 어려운 시험에 붙고, 번듯한 직장에 돈 냄새 나는 연봉을 번다는 이야기. 몇 명이 같이 뭘 한다고 하면 너도 그걸 해야 하는 건 아니냐는 여사님의 말.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남들 다 하는 것도 못하면 그건 어쩌면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사님의 아들은 산책길에 쏟아지는 팩트 폭행에 가드 올리고 고유한 것을 찾겠다며 발악했다. 고유한 것만 찾다가 너무 특출 나면 다칠 수 있다는 여사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에 철부지 아들은 답했다. 



여사님 아들은 특출 나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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