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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Feb 06. 2022

어둠 공포증


한 친구가 자신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사진을 찍어왔다. 고시원방 한 칸 만한 크기의 방, 무질서한듯 보이지만 나름의 순서가 있는 듯 쌓인 책 여덟 권, 그리고 묘한 노란빛 스탠드, 그게 전부였다. 낮에 찍은 사진이었다는데 빛은 스탠드 조명 하나뿐이어서 낮인지 밤인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왜 한낮에도 암실에 있는 것처럼 생활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은 빛을 좋아하는 주광성 동물이지 않은가. 날이 좋으면 창문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빛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어두운 곳을 싫어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어두운 곳은 사실 노래방과 피씨방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노래도 못하고, 게임도 못해서 노래방과 피씨방이 싫었는지,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에만 의존하는 그런 공간이 싫었는지 잘 모르겠다. 전자의 이유로 후자의 논리가 성립되었을 수도. 10대의 중고등학생이 갈만 한 곳이 노래방 아니면 피씨방이었기에 나는 늘 곤란했다. 차라리 주말 저녁 조명탑이 있는 인조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하는게 좋았다. 온갖 핑계를 대며 어찌어찌 10대의 유흥 시설을 피해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늘 밝은 곳만 찾아다녔다. 여전히 친구들 노래방과 피씨방을 좋아했고, 그 둘은 피하기 어려웠다. 술집이라는 유흥 시설 업종이 하나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행선은 노래방 아니면 피씨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역시 나는 어설프게 어둠 공포증을 설명하며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래도 피씨방은 조금 나았다. 가서 게임은 안 해도 인터넷 서핑은 하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지겨워질 때쯤 피파 온라인을 배워 친구들이 소환사의 협곡에서 놀 때 피씨방에서도 공을 찼다. 



그런데 이제는 어둠 공포증을 핑계로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꽤 좋아하는 장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어두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조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지인이 연희동, 연남동 어딘가에 있는 카페가 너무 어둡고, 소리가 울려서 싫다고 했다. 그 이름모를 곳을 나는 단번에 맞췄고, 나는 그곳을 좋아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이유는 어두워서였다. 소리가 울리는 것은 그렇다 칠 수 있는데, 사실 그 마저도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아니라 백색 소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부터 방에 불을 켜지 않고, 두 개의 모니터와 캔들 워머에서 나오는 빛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태블릿으로 가사 없는 노래를 틀어 놓는다. 어두워야 집중이 잘 된다. 독서실이 왜 어두웠는지 알 법 하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한 빛이라도 그곳에 집중이 된다. 아쉽게도 모니터에는 집중이 되지만 책을 읽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어둠 속에 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로켓 배송으로 도착한 모니터 스탠드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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