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

쌀뜨물을 먹일 순 없잖아

by 달빛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BTS가 방탄소년단(Bang Tan Sonyeondan Boys)의 약자임을 알았을 때 말이지요. 그럴 듯한 영어의 줄임말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그게 당연한 것. 한국어 고유명사를 영어로 차자표기했을 뿐이니까요. SOS라는 단어도 비슷했습니다. 뭐의 약자일까? Save Our Ship? 아님 Saving Our Safety? 그런데 SOS는 모스 부호 중 가장 단순한 알파벳인 'S'와 'O'을 조합한 것일뿐이더라고요. 그런데 SOS를 Save Our Soul이라고 읽어도 멋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끔 SOS, 정확히는 SMS를 칩니다.


아기에게 첫 미음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숟가락을 바라보던 아기는 거부감 없이 그걸 입에 넣었지요. 그러고는 작은 혓바닥을 낼름. 이후 숟가락을 입에 넣어줄 때마다 시작된 도리도리(싫어싫어)는 미음을 치울 때까지 계속 되었어요. 전날 밤에 쌀을 씻어 불리고, 새 믹서와 냄비와 체를 깨끗이 씻고, 떨리는 마음으로 쌀을 갈아, 냄비에 쌀과 생수를 넣어서 꽤 오랜 시간 불 앞에 서 있다가, 체에 걸러 만든 미음이었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거부당하니 마음은 바닷물에 보름 간 동안 불린 솜덩이가 되었어요. 하지만 일단은 배고파하는 아기에게 분유 한 통을 타준 후 설거지를 했지요. 이후 배부른 아기가 잠든 사이 전화기를 들고 SMS를 쳤습니다.


- (....#%*@...) 근데 미음은 어떻게 만들어요? 열심히 했는데 아기가 안 먹네요.

- 쌀은 불렸어?

- 하루 전부터요.

- 곱게 체에 걸렀어?

- 걸렀어요. 그런데 잘 안 걸러져서....

- 그래서?

- 위에 쬐금 뜬 쌀뜨물 같은 걸 먹였어요. 그리고

- 그리고?

- 알갱이가 남아 있는 것도 섞어 먹였어요.

- 그러니까 그랬지!


SMS 덕분에 밝혀진 문제의 원인. 기껏 힘들게 미음을 만든 후, 마지막 단계에서 실수를 했던 것이지요. 다음에는 물을 더 넣고 체에 걸러서 곱게 먹이라는 답변. 이후 전열을 정비한 요고는 정확히 일주일 후 다시 미음을 만들었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입을 벌리고 먹어주는 아기. 이 모든 게 SMS 덕분이지요. 음식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인생 곳곳 언제 어디서든지 연락을 해도 답신이 오는 SMS, Save My Soul을 해주는 그분은 우리 엄마입니다. Save My Soup도 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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