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화

포유류에서 조류로

by 달빛시

과학은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물리는요. (f=ma) 하지만 귀를 쫑긋 세웠던 영역은 있었어요. 바로 지구과학과 생물 일부. 별, 화석, 지층 등이 재밌었거든요. 인류의 진화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발음하며 학자가 된 듯한 착각에도 빠지곤 했답니다. 그렇게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를 향해 온 인류 진화의 과정은 아기의 성장과도 조금은 유사한 것 같아요. 손으로 치발기나 젖병을 들고 놀다가 마침내 두 발로 서고, 이젠 생각을 표현하는 걸 보면요. (물론 누워 있다고 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애써 순서를 맞춰보면 그러하네요.) 그런데 조금 색다른 진화도 있어요. 다름 아닌 포유류에서 조류로의 진화입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아빠보다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기도 아빠가 아무리 안아주고 같이 놀아줘도 엄마를 향한 애정의 방향이 바뀌진 않더라고요. 그건 아마도 '젖' 때문인 것 같아요. 포유류를 포유류(젖먹이 동물)로 불리게 하는 것이요. 하지만 그걸 언제까지나 줄 수는 없기에 엄마는 다른 음식들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턱받이나 수저도 준비하고요.


첫 이유식 실패 후, 크고 까끌거리는 재료들을 더 갈고 끓이고 으깨서 만든 아기 식사. 그걸 아기의 입으로 들여보내며 엄마는 새가 되었어요. 미음이 아기의 목구멍 속으로 쏘옥 넘어가는 순간,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거든요. 게다가 밥을 더 달라고 입을 쩍쩍 벌리는 아기가 마치 아기새처럼 보였고요. 덩달아 수저를 든 저도 엄마새가 된 듯했지요. 그 순간 다짐을 했답니다. 아기 맘마는 내 손으로 만들자, 라고요.


하지만 이유식 만드는 것 외에도 육아와 얽힌 일들은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져 있잖아요. 청소하기, 빨래 하고 널고 개기, 아기 씻기기, 잠 재워주기, 놀아주기, 산책 가기처럼요. 그래서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어요. 아기 밥을 좀더 간편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요. 그렇게 해서 요즘엔 비교적 쉽게 이유식을 만들게 되었어요. 가끔 입으로도 만들 때도 있고요. 그땐 물론 신랑의 손과 발이 필요하지만요.


그러고 보니 육아를 통해 진화하는 건 아기만이 아니었네요. 엄마새가 되어 날개도 달 수 있게 되었고, 요리 실력도 시나브로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좁디좁았던 마음에 아기가 뛰어놀 수 있도록, 그 터를 넓히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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