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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시 Dec 03. 2018

고마워  

음식 에세이 5 :: 닭고기 미음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곰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 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어린 송아지가 큰 솥 위에 앉아 울고 있어요, 엄마,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아기와 노래를 하다 보면 많은 동물들을 만납니다. 비단 동요뿐이던가요. 책 속 주인공들도 동물이 허다해서 그걸 읽는 저는 곰도 되고 두더지도 되지요. 집 밖에서는 길고양이, 강아지, 참새, 비둘기들도 얼마나 많이 마주치던지요.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라도 만날 때면 아기와 함께 녀석에게 말을 겁니다. '야옹 야옹, 야옹아 안녕?'. 어떤 고양이는 고개를 돌리고, 다른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혹 우리를 향해 눈을 깜박이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기, 고양이, 저 이렇게 셋은 공기로 만든 끈으로 묶인 관계가 되지요. 그럴 수 있는 건 동물은 인간의 친구, 무엇보다 아기들의 친구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식탁 위에서입니다.


아직은 말을 못하는 아기이지만,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소재는 대개 식사에 대한 것인데요. 쌀미음을 먹을 때에는 벼와 쌀에 대한 이야기, 배미음을 앞에 두고는 황금빛 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요. 그런데 닭이나 소처럼 육식을 할 때에는 저도 모르게 멈칫 할 때가 있어요. "아가야, 이 속에는  꼬꼬닭이 들어 있어. 그런데, 음...?"



닭고기 미음

    재료 : 불린 쌀 15g 닭고기  안심 10g 물 150g 

    도구 : 믹서, 체, 이유식 냄비

    과정 

        0. 쌀은 미리 불려놓기 (둘다 30분 이상)

        1. 불린 쌀을 믹서에 갈기 (물 20g과 함께) 

        2. 물 100g과 함께 닭고기 익히기 (닭고기는 미리 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두기, 육수 버리지 않기) 

        3. 2를 1에 함께 넣어 가기 (믹서에 남은 것들은 물 10g과 함께 씻어서 담기)

        4. 3과 2의 육수를 센불에서 끓이기 (끓으면 약불로 줄여 남은 물로 농도 맞추기. 거의 안맞춰도 됨)

        5. 4를 체에 거르기 



잠시나마  채식주의자가 되리라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육식의 종말'을 읽던 중이었어요. 그런 다짐을 했던 건 동물에 대한 미안함을 필두로 모아진 육식의 불편함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마지막 장까지 다다르기도 전에 증발되어버린 채식주의자에 대한 결심. 이십 년  넘게 먹어온 고기는 여전히 맛있었고, 그걸 대신 할 콩고기는 찾기도 어려운 데에다가 맛도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귀찮았거든요.  하지만 가능하면 건강하게 자란 고기를 먹으며, 제 살과 뼈를 내어준 생명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 시간에 아기에게도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해요.


"이 속에는 꼬꼬닭이 들어있어.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라고 닭이 자기 살을 빌려준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닭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이걸 먹고, 튼튼하게 자라서 다른 것들을 네 몫을 잘 하며 살면 좋겠지?"


음. 동물들이 들으면 화를 낼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재로선 저의 최선이거든요. 맛있지만 불편한 고기. 현명하게 먹는 법을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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