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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시 Dec 10. 2018

태교의 힘?

음식 에세이 6 :: 브로콜리 소고기 미음

아기를 낳기 이삼 주 전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그래서 산모교실에 참석한다거나 그럴듯한 태교는 하지 못했지요. 그저 맘 편하게 잘 있는 것을 목표로 아기를 품고 있었는데요. 출산 후 '혹시 이게 태교였나?' 싶은 일들을 가끔 겪곤 해요. 그중 하나가 아기 잠과 연관된 것. 연관된 글을 A4 10장 정도는 금세 쓸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던 '아기 잠재우기'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콘서트를 많이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찾은 공연이 있는데요, 루시드 폴의 콘서트가 그것입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멜로디와 따뜻한 가사가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아기를 품기 전에도, 품고 나서도 가장 많이 들은 게 루시드 폴이에요. 물론 지금도 그러하고요. 자연스레 아기에게도 부모를 제외한 가장 익숙한 목소리는 아마도 그일 터. 그래서일까요? 잠투정을 하는 아기에게 '고등어'를 들려주면 스르르 잠에 빠지는 건 말이에요.


폴 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들려준 음악에는 옥상달빛, 브로콜리너마저, 가을방학 등이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있던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조그맣게 틀어놓고 흥얼거렸으니까요. 그러고 있노라면 침몰하던 감정이 떠오르는 잠수함처럼 되곤 했지요. '춤'을 부르며 제 소리가 옆 방에 기웃거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고요. '유자차'를 따라 하며 집에 가면 꼭 타먹으리라 다짐했어요. '보편적인 노래'에 취해있으면서는 아기를 낳으며 느낀 어려움이 어쩌면 모든 산모들의 것일 수도 있다고 위안을 했지요.


 



브로콜리 소고기 미음

    재료 : 불린 쌀 15g 소고기 10g 브로콜리 10g 물 130g 

    도구 : 믹서, 체, 이유식 냄비

    과정 

        0. 소고기는 찬물에 담가 핏물 빼기, 쌀은 미리 불려놓기 (둘다 30분 이상)

        1. 불린 쌀을 믹서에 갈기 (물 20g과 함께) 

        2. 물 100g과 함께 소고기 익히기 (위에 뜨는 불순물 걸러내고, 육수 버리지 않기) 

        3. 2를 1에 함께 넣어 갈기 (믹서에 남은 것들은 물 10g과 함께 씻어서 담기)

        4. 3과 2의 육수를 센불에서 끓이기 (끓으면 약불로 줄여 남은 물로 농도 맞추기. 거의 안맞춰도 됨)

        5. 4를 체에 거르기 

       


야채 미음에 이어 만들어준 소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미음. 하지만 아기는 육식이 들어간 미음을 잘 먹지 않았어요. 이 녀석이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하나, 라고 생각할 즈음 소고기에 브로콜리를 넣어 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지요? 아기가 입을 쩍쩍 벌리는 거예요. 이게 어쩌면 아기가 브로콜리너마저를 많이 들은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여겨 보며, 유자차를 끓이러 이만 일어납니다. 요즘 너무 추워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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