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들의 시 13
저것처럼 살고 싶다
자신만 버림받지 않겠노라며 독 묻은 손톱 내미는 겨울 감자
그 옆에서
버려진 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존재하는 거라고 다독이며
여린 손톱 눌러주는 저것처럼
저것처럼 살고 싶다
결코 늙지 않겠노라며 텁텁함 머금고 있는 단단한 감
그 옆에서
늙는 게 아니라 시간의 물살에 부드러워지는 거라고 위로하며
달콤함 이끌어내주는 저것처럼
사람으로 산다는 건 얼마 간의 죄를 짓는 것
허물이 있다면 햇물 빗물 흙물 몇 사발 먹은 것뿐일 텐데도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온 이름으로 죄를 고하는 향그러운 저것을 보며
나는 아무래도 저것의 붉은 껍질 한 조각이라도 닮으면
잘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 사과처럼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