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러기 May 11. 2022

치만어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있으신가요?


나에겐 자랑스럽게 “내가 이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1등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대한민국 1등이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가장 치만어를 잘한다.


치만어는 아마존 지역의 부족어 중 한 개이며. 현재 2,000명에서 3,000명 정도의 치만부족이 사용하고 있는 소수언어이다. 아마존에 국경을 긋고, 여기 사는 사람은 브라질 국민이다, 여기 사는 사람은 볼리비아 국민이다라고 나누는 것이 실제로 아마존 부족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치만족은 볼리비아 국민이고, 치만어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볼리비아의 36개 공용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이 치만어를 한국 사람 중에 가장 잘한다.

한국인 중에 치만어를 가장 잘 한다고 하니 굉장히 유창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나는 아주 간단한 회화와 기본 단어 몇 개를 아는 수준이다. 아니, 이었다.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한민국에서 치만어를 가장 잘한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치만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치만어를 해보라고 하면 간단한 인사말 정도밖에 기억을 못 하는데, 가끔은 “이 약을 반으로 쪼개고 짓이겨서 당신의 아이의 국에 넣어 먹이세요”라는 참도 어렵고 긴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아마존 지역에서 3년간 활동하며 치만족 부모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주며 했던 말인데, 정말 많이 했던 말이라 정말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이 말을 하면 내가 치만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한 뒤 사람들이 눈이 동그래졌다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그 말만큼 유창한 “미안해요. 나는 치만어를 할 수 없어요.”를 기계적으로 내뱉으면 사람들이 까르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치만어가 나를 표현하는 언어인 것은 내가 정말 치만어를 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나는 치만어라는 언어를 할 수 있어요.” 라는 말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볼리비아 아마존에서 3년간 자원봉사를 했던 것은 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볼리비아나, 아마존, 그리고 자원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