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자랑스럽게 “내가 이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1등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대한민국 1등이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가장 치만어를 잘한다.
치만어는 아마존 지역의 부족어 중 한 개이며. 현재 2,000명에서 3,000명 정도의 치만부족이 사용하고 있는 소수언어이다. 아마존에 국경을 긋고, 여기 사는 사람은 브라질 국민이다, 여기 사는 사람은 볼리비아 국민이다라고 나누는 것이 실제로 아마존 부족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치만족은 볼리비아 국민이고, 치만어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볼리비아의 36개 공용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이 치만어를 한국 사람 중에 가장 잘한다.
한국인 중에 치만어를 가장 잘 한다고 하니 굉장히 유창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나는 아주 간단한 회화와 기본 단어 몇 개를 아는 수준이다. 아니, 이었다.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한민국에서 치만어를 가장 잘한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치만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치만어를 해보라고 하면 간단한 인사말 정도밖에 기억을 못 하는데, 가끔은 “이 약을 반으로 쪼개고 짓이겨서 당신의 아이의 국에 넣어 먹이세요”라는 참도 어렵고 긴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아마존 지역에서 3년간 활동하며 치만족 부모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주며 했던 말인데, 정말 많이 했던 말이라 정말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이 말을 하면 내가 치만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한 뒤 사람들이 눈이 동그래졌다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그 말만큼 유창한 “미안해요. 나는 치만어를 할 수 없어요.”를 기계적으로 내뱉으면 사람들이 까르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치만어가 나를 표현하는 언어인 것은 내가 정말 치만어를 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나는 치만어라는 언어를 할 수 있어요.” 라는 말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볼리비아 아마존에서 3년간 자원봉사를 했던 것은 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볼리비아나, 아마존, 그리고 자원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