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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May 05. 2022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전 시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마존 정글 부족마을의 밤은 정말 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초저녁이라고 할 시간이었지만, 이곳은 모두가 잠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온종일 더위와 싸워가며 땀 흘리며 일을 해서 정말 샤워가 하고 싶었습니다. 물 귀한 아마존의 3년차 생존력이면 1.5리터짜리 생수 2병이면 샤워가 가능합니다. 귀한 식수이긴 하지만, 내일 이곳을 떠날 예정이니, 생수 2병 정도는 써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내 몸을 가릴 수 없는 곳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없으니 허허벌판에서 제가 샤워를 해도 아무도 절 볼 수 없습니다. 텐트에 있던 동료들에게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는 암흑 속, 사방이 뻥 뚫린 공간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며칠간의 땀을 씻어내니 제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늘에는 별빛이 샤랄라 내리고 있었습니다. 불빛이 없는 게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달빛이 나오려고 해서 부끄러움에 제 볼은 장미빛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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