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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 mia

by 꿈꾸러기


내가 살던 아마존은 주소가 없다. 원래 없는 것인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주소가 없다.
월세 계약서에서도 무슨 street과 무슨 street 사이에 있는 파란집이라고 적혀 있었고, 한국에서 내게 보내는 편지는 “볼리비아 ○○주 ○○시 이윤효”라고 하면 내게 배달되었다. 사실 배달되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편지가 도착하면 직접 가서 받아와야 했다.

편지야 어쩌다 한 번 오는 일이고, 사실상 주소가 필요한 일은 오토바이 택시를 탈 때이다.
처음엔 무슨 street과 무슨 street 사이에 있는 벽돌집이라고 설명했지만,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른 설명 없이 casa mia(우리집)! 이라고 말하면 집까지 데려다 준다.
언제부턴가 우리집 앞 사거리는 한국여자네 앞 사거리도 불리고 있었다. 우리 앞집 사람들도 물건을 배달시킬 때 한국여자네 집 앞집이라고 말하고 물건을 시켰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살던 마을이 참 작았고, 이 마을의 처음이자 유일한 아시아계 외국인이라 가능한 일이다.

처음 파견될 때 안전을 위해 집을 가능한 노출하지 말라고 교육받았어서 처음엔 우리집이 어디인지 모든 마을 사람이 안다는 것이 참 불편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2년쯤 지나자 택시를 타고 우리집이라고 말했는데 너희집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짜증이 났다.
‘이 기사 아저씨 뭐야? 왜 우리집을 몰라?’ 그러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어떻게 우리집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이런 경우엔 십중팔구는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이제 막 택시일을 시작한 초짜 기사이다.

어느 저녁, 택시를 탔는데 우리집이라고 하자 택시기사가 너희집이 어딘데? 라고 반문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그날은 그냥 아무 말 않고 여기서 쭉 가다가 저기서 오른쪽, 저기서 왼쪽 이렇게 설명하며 집까지 갔다. 집 앞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자 택시기사가 “어, 여기 한국애 집인데.” 라고 하며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이젠 내가 너무 새까매져서 한국사람인 걸 알아볼 수도 없게 현지화가 된 것인가? ㅠㅠ’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마존은 그냥 불빛이 별로 없어서, 그래서 아저씨가 나를 잘못 본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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