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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Feb 03. 2022

Casa mia


내가 살던 아마존은 주소가 없다. 원래 없는 것인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주소가 없다.
월세 계약서에서도 무슨 street과 무슨 street 사이에 있는 파란집이라고 적혀 있었고, 한국에서 내게 보내는 편지는 “볼리비아 ○○주 ○○시 이윤효”라고 하면 내게 배달되었다. 사실 배달되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편지가 도착하면 직접 가서 받아와야 했다.

편지야 어쩌다 한 번 오는 일이고, 사실상 주소가 필요한 일은 오토바이 택시를 탈 때이다.
처음엔 무슨 street과 무슨 street 사이에 있는 벽돌집이라고 설명했지만,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른 설명 없이 casa mia(우리집)! 이라고 말하면 집까지 데려다 준다.
다른 사람도 우리 집을 오기 위해 어디서든 택시를 타고 Casa coreana(한국사람집)!이라고 말하면 집 앞까지 정확히 데려다 준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살던 마을이 참 작았고, 이 마을의 처음이자 유일한 아시아계 외국인이라 가능한 일이다.

처음 파견될 때 안전을 위해 집을 가능한 노출하지 말라고 교육받았어서 처음엔 우리집이 어디인지 모든 마을 사람이 안다는 것이 참 불편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2년쯤 지나자 택시를 타고 우리집이라고 말했는데 너희집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짜증이 났다.
‘이 기사 아저씨 뭐야? 왜 우리집을 몰라?’ 그러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어떻게 우리집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이런 경우엔 십중팔구는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이제 막 택시일을 시작한 초짜 기사이다.

어느 저녁, 택시를 탔는데 우리집이라고 하자 택시기사가 너희집이 어딘데? 라고 반문했다.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그날은 그냥 아무 말 않고 여기서 쭉 가다가 저기서 오른쪽, 저기서 왼쪽 이렇게 설명하며 집까지 갔다. 집 앞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자 택시기사가 “어, 여기 한국애 집인데.” 라고 하며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이젠 내가 너무 새까매져서 한국사람인 걸 알아볼 수도 없게 현지화가 된 것인가? ㅠㅠ’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마존은 그냥 불빛이 별로 없어서, 그래서 아저씨가 나를 잘못 본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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