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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Mar 07. 2023

나에 대한 정의

“이이힝~”

“뭐야,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냈다고?”

“아니, 누나가 자주 그래!”

“내가 그런 콧소리를 낸다고? 말도 안 돼!”


지난에 대학 후배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내가 저런 소리를 낸다며 여행 내내 자꾸 따라 했다. 내가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애교 섞인 콧소리였다.


“아니라니까, 이이ㅎ~ 어?”


아니라고 부정하며, 맘대로 되지 않자, 나도 모르게 콧소리가 났다. 내가 뭘 한 거지?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콧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무뚝뚝하진 않아도 콧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20년쯤 된 오래된 친구 앞에서 나는 평소의 나와 달랐다. 회사에선 체력 강한, 며칠씩 야근해도 거뜬한 사람인데, 이 여행에선 난 조금만 힘들면 징징거렸다. 특별히 후배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미리 이해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일을 시작하지 않는데, 후배랑 여행 갈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맡기기도 다.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의 나와 모습과 오래된 친구와 여행하는 나의 모습 중 진짜 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내가 다르고, 일을 할 때의 나와 취미활동을 하는 나, 봉사활동을 하는 나, 공부하는 나도 모두 같지 않다. 여러 사람들과 있을 때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나도 판이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달랐고, 내일의 나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모습들이 다 나다. 어느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은 50가지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난 아마 50가지쯤의 음영과 50가지쯤의 양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100가지가 넘는 밝고 어두운 모습이 모두 나다. 그래서 내가 보는 나를 어느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정의하긴 어렵겠다. 짧게 설명할 수 없는 내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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