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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인터뷰

김택빈, 최은영 연구원님과 알아보는 북한이탈주민과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

by 꿈꾸러기 Jan 16. 2025

    7번째 글을 끝으로 반석학교와의 교류 기록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3개월간 북소리팀과 함께한 여정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북한이탈청소년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이 많이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소속 김택빈, 최은영 연구원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다뤘습니다. 북소리팀은 이를 통해 교류 기록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조금 더 거시적인 사회 주제까지 전문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인식, 북한이탈주민 내 가치관의 변화 등 여러분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택빈 연구원님

1. 현재 어떤 분야를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계신지를 포함하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 중이고, 올해 말 부연구원으로 이직할 예정입니다. 학사부터 석사, 박사를 거쳐 현재의 직장까지 계속해서 북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된 관심분야는 정치학인데, 특히 권위주의체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데, 우선 독재자와 엘리트 사이의 관계입니다. 독재자가 엘리트를 당근과 채찍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북한 내부정치의 작동원리를 탐구합니다. 다음으로는 남한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듯이, 북한 사회 내부에서는 어떠한 핵심적 균열이 발생하는지 연구하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 독재체제가 북한이탈주민에게 남긴 유산에도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 온 북한이탈주민과 기존의 남한 주민 사이의 의식과 태도의 차이에 주목하여 연구 중입니다. 


2. 어떠한 계기로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학부생 때 다수의 북한이탈주민 친구들과 교류한 경험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북한 친구들과 통하는 점이 많아서 가깝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북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200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친구들로부터 공개총살 등 북한의 충격적인 인권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주민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히 통일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3.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며, ‘다문화 수용성’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다문화 수용성은 이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하는데,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대할 때에도 이와 같은 무조건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할지, 또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별도의 주의사항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포용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다른 사회 취약계층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우리의 태도만큼이나 북한이탈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제도적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도 주민 스스로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의지가 없다면 통합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편,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제도는 충분히 많지만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매년 남한 주민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조사를 실시하는데, 그 결과 북한 체제와 주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늘어날수록 통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도 북한 체제와 주민에 대한 지식을 늘려간다면 인식 개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4. 시장화, 경제난,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북한 사회 내부, 특히 MZ 세대의 가치관에 큰 변화가 발생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북한 MZ 세대의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이러한 변화가 MZ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오늘날 북한 주민은 배급제를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MZ 세대는 경제난으로 인해 배급제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MZ 세대는 국가로부터 제도적 혜택을 수혜한 경험이 많지 않으므로, 사회주의와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매체와 한류가 이들 사이에 크게 확산되면서, 자본주의와 탈북에 대한 북한 젊은이의 인식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문화와 접촉한 세대의 경우 자본주의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유체제에 대한 동경으로 탈북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외부 세계의 정보에 민감하다는 세대적 특성에서도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5. 향후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차별이나 편견의 시선 없이 적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까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제도적 지원정책은 잘 구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북한이탈주민을 경험적으로 만나본 결과,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게서 혜택을 받아본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로서 평등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냉혹한 자본주의와 약육강식의 모습 또한 나타납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오히려 국가를 수탈하는 존재로 느끼기도 합니다. 

    만족도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정량적으로 접근해도 제도적 장치는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탈북민 정착금이 작년보다 50% 증가했으며, 1500만 원 정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주거, 취업, 교육 측면에서도 지원 제도가 여럿 존재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맨투맨 케어처럼 개인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가능해져, 하나원에서 사회복지사를 1:1로 매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제도적 측면보다는 남한 주민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북한이탈주민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저희 북소리팀은 북한이탈청소년들과 지속적으로 글쓰기 수업, 문화교류 수업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관련 도서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이를 진행함에 있어, 대북인식의 개선이라는 취지를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 특별히 고려하거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북한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노력을 하겠다는 목적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을 다루는 경우,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현실이 자극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도 충분히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과장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과장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증언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지거나 북한 현실에 대한 관심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우리나라 MZ 세대와 북한 MZ 세대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그리고 이러한 공통점을 활용한다면, 젊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요?

     둘 다 젊고,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남한으로 온 북한 MZ세대에 관해 연구해 보면, 기성세대보다 남한 사회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도 있는데, 젊은 세대 내 말투나 화장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 여성 탈북민의 적응 속도가 비교적 빠른 이유를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는 남북한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과 북한의 젊은이가 접촉하고 교류하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북한 학생끼리만 어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소리팀과 같이 남북한의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마련해야 합니다.   


8. 논문 “한류 문화 경험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 한류는 과연 북한 주민들을 변화시키는가?”를 읽고, 한류 문화의 경험이 남한 문화 수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한류는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 수도인 평양이나 내륙 지역에 비해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한류의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지역적 차이가 인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지역적 차이는 국경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국경에 가까울수록 한류의 영향이 더욱 큽니다. 국경 지역의 경우 중국과의 밀무역이 활성화되어 있어 중국을 통해 한국의 소식과 한류 매체가 쉽게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활발하여 중국 조선족이 북한에 넘어오기도 하며, 일부 장소에서는 중국 휴대폰의 전파가 잡히기도 합니다. 

    논문에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문턱이 존재한다”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류가 북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자명하게 보여줍니다. 북한 당국의 세뇌로 인하여, 주민들은 처음에는 드라마와 영화 속 모습이 과연 실제일지 의심합니다. 그러나 남한에 있는 지인이나 조선족으로부터 남한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2차적 확인 프로세스를 거친 뒤부터는, 남한의 발전상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국경 지역의 경우 이러한 확인 프로세스가 더욱 용이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도 전파 탐지 등을 통해 북중접경지역을 집중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9. 논문 “북한의 젊은 세대 내 이질성에 관한 연구: 개인주의, 자본주의, 남한, 남한 중심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를 읽고, 성별, 교육 수준, 당원 여부 등의 차이로 인하여 북한 젊은 세대 내의 이질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남한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북한을 이탈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이질성이 큰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탈북을 결정한 사람들은 남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가치관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동질성이 크게 나타날 것 같습니다.

    서베이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한 결과,  남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조차 이질성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북한 내 젊은 세대에서는 이질성이 더욱 심각하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닙니다. 남한의 젊은 세대 또한 각자의 개성을 무시하고 MZ세대로 묶어서 하나로 규정되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북한의 젊은 세대 또한 자라온 배경과 생각이 다양하며 이를 존중받기 원합니다. 북한 사회도 결국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인간 집단이므로 일정한 이질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10.  북한 주민에 대해 연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북한에 자유롭게 방문하지 못한다는 점이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연구자로서 대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직접 만나봐야 하는데, 북한 주민의 경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어 아쉽습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만나는 기회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인지 또는 북한이탈주민인지를 구분하는 것보다는, 어떠한 분석 틀과 관점으로 연구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최은영 연구원님

1. 현재 어떤 분야를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계신지를 포함하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계와 경계를 넘는 이주를 공부하는 지리학자입니다. 중국 내 탈북여성의 이주와 인권문제로 박사논문을 썼으며 현재는 국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사회통합, 북한 내에서의 인간, 정보, 물질, 화폐 등의 이동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 어떠한 계기로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박사과정 1학기가 끝났을 시점인 2002년 겨울, 중국 내 탈북민 문제를 언론에서 보았습니다. 탈북민 인권문제를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때였는데, 당시 난민 문제를 공부하고 있었기에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또 무엇보다 탈북민의 상황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2003년 여름방학 동안 중국에서 탈북민 지원활동을 하는 NGO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계속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3.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사회의 인식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표현하자면 '양가성'일 것 같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관심과 동정을 표현하면서도,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받는 정착지원을 '특혜'로 여기며 불편해하거나 그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만 남을까 염려하기도 합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통일된 미래를 앞당기겠다는 기대감에 이들을 '통일 역군'으로 호명하며 환대하면서도, 혹시 그들 사이에 간첩이 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남한주민들의 이러한 복잡한 시선은 그들이 같은 민족이며 같은 언어를 쓰는 이주민이지만, 언젠가는 통일될 수도 있는 (하지만 현재는 적대적인) 체제에서 탈출해 귀순한 이들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합니다. (책 "MZ세대의 통일의식" 112쪽)


4. 남한 사회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인식은 대체로 어떻게 형성되어 있나요?

    이 부분은 통일평화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통일의식'이라는 책의 남한적응실태 파트에 담겨 있습니다. (다운로드할 수 있는 주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5. 남한으로 온 북한이탈주민 각자의 정체성(북한 사람, 중국 사람 등)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남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 것 중 무엇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아스포라로서의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들의 민족적, 또는 출신국의 정체성을 온전히 인정하는 환경에서 거주국에서의 정체성도 온전히 세워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민족적 정체성으로서의 Korean과 거주국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양립하여 존재하며, 이를 모두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재일조선인이나 한국 거주 탈북민은 두 가지 정체성의 양립을 부정당합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경우, 냉전체제 내에서 이념논쟁에 휘말리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그들의 출신국을 부정해야 남한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에 인정투쟁을 벌이도록 강요받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그들이 북한에서의 경험과 그들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이산가족으로서의 아픔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인정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그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남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분단이라는 틀 내에서 그들의 삶을 규정하는 제도적, 법적, 정치적 틀이 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6. 논문 “North Korean women’s narratives of migration: Challenging hegemonic discourses of trafficking and geopolitics”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방적이며 때로는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 내부의 상황이나 주민들과 같은 미시적인 부분이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지 않는 현실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므로, 북한의 군사 도발 문제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같이 거시적인 측면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단편적 시각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그 논문에서 이야기했듯이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일상에 대한  관심을 서로 연결하여 맥락화하여 이해하려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5번 답변의 연장선상에서, 남한 주민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념이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니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그 틀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탈북민들 또는 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리의 시선에서 해석하여 representation 하는 것에 대해 방법론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책에서 decolonized understanding을 강조하였습니다.


7. “김정은시대 북한의 청년들: 순응과 자립사이 국가와 시장을 횡단하기”를 읽고, 오늘날의 북한 청년은 기성세대와 달리 국가로부터 독립하여 개인의 인생을 기획하며, 때로는 국가와 개인 간에 정치사상적 긴장도 발생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청년상의 변화가 북한 청년이 탈북하여 남한에 정착할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정착 양상이 과거와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탈북동기뿐 아니라 정착 양상도 크게 변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이 지면 상에서 다 담기는 한계가 있네요. 다른 기회가 생겼을 때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탈북민 중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는 장혁(장선비)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유튜브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겁니다.

[장선비님의 탈북스토리 통합편] 김정은도 막을 수 없었던 사랑의 힘 - https://www.youtube.com/watch?v=lnDpKyF_3sc

북한 이탈주민의 취업 전쟁 in 서울 | 장혁 크리에이터 - https://www.youtube.com/watch?v=s7_Q73lGmPw


8. 북한이탈청소년을 대할 때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지, 혹은 이주배경 청소년 및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라는 포괄적인 맥락에서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둘 다를 고려해야 합니다.


9. 남북 청년들이 효과적으로 교류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매년 1200명의 대한민국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부터 2019년까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이 ‘친근하지 않다’보다 약간 높았던 반면, 2020년부터 친근하지 않게 여기는 응답이 더 높아지면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친근감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2024년도에는 북한이탈주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이 17.5%로 역대 최저치이고 ‘친근하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6%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앞섰습니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1.9%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시냐’는 질문에 ‘반반/보통이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반반/보통이다’가 친근하지도 친근하지 않지도 않다 뜻으로 해석되지만 ‘관계가 없이 지내서 모르겠다’, ‘생각해 본 적 없다’ 등도 포함된 수치로 여겨지기에 응답자의 50% 이상이 선택한 이 문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한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친근감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60대 이상에서 친근감이 21.3%로 가장 높았으며 50대 19.6%, 40대 18.6%, 30대 11.8%, 19세~29세 13.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젊은 층일수록 친근감이 낮으며 특히 30대가 낮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2024년 통일의식조사).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수록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친근감이 증가하는데, 청년층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경험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따라서 남북 청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넓어지는 것도 중요하고, 그 만남이 피상적이고 편견만을 강화시키기보다는 질 좋은 접촉의 장으로써 기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시도가 매우 훌륭합니다. 최근에는 탈북 청년들이 유튜브 활동이나 언론기고, 저서 활동 등을 통해 자신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대화하자고 나서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정말 많은 탈북민들이 책을 내고 있지만 몇몇 분들을 추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경일 - "리얼리티와 유니티"(관련 기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1813

     주승현 - "조난자들"

    이런 탈북 청년들의 외침을 더 적극적으로 듣고자 하는 자리가 서울대 내에도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연구원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북소리 프로그램과 같은 북한이탈주민과의 교류프로그램,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학부생의 시선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거시적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대안학교인 '반석학교'의 선생님과 졸업생을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또한 북한이탈청소년이 직접 집필한 <같은 하늘 아래서>는 2월 말 출판될 예정입니다.


북소리(北;Book)가 우리 사회에 널리 울려퍼지는 그날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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