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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반석학교 선생님과 졸업생 인터뷰

북한배경청소년 대안학교의 진솔한 이야기

by 꿈꾸러기 Jan 29. 2025

 이제 북소리팀과 반석학교 학생 작가님들의 책 <같은 하늘 아래서>가 출간될 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브런치 매거진의 첫번째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반석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현재는 제3국 출생의 탈북민 자녀도 포함해 다양한 성장 배경의 북한배경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있지요. 이번 부록에서는 반석학교의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를 담은 두 인터뷰를 다뤘습니다. 북소리 프로그램을 함께해주신 반석학교의 정희윤 선생님과 올해 반석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는 한 졸업생께서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반석학교 정희윤 선생님과의 인터뷰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경로로 반석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반석학교에서 영어랑 홍보 담당하고 있는 정희윤이라고 합니다. 영어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려고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아는 언니가 대안학교를 추천해줬어요. 대안학교 연맹 사이트에서 알아보다가 영어회화 파트타임을 구하는 자리가 있어서 지원했었고, 현재는 정직원으로 채용됐어요.


2. 현재 반석학교에서는 주로 어떤 수업을 하고 있나요?
 일단은 국영수 당연히 하고요. 검정고시를 봐야 하기 때문에 검정고시 시즌이 되면 도덕, 사회, 역사도 공부를 하게 됩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맞춤형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각자 담임 선생님은 있지만 각 수업마다 맞춤형으로 들어요. 저는 각 레벨에 맞는 영어 수업 들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직접 탈북을 한 친구들보다 부모님이 탈북을 한 이후에 제3국에서 태어나서 남한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어 수업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외에 외부 강사님들이 오셔서 한국어 수업, 클레이아트 수업, 심리 상담 수업 이런 것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3. 반석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일단 좋은 점은 맞춤형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어느 한 명이 조금 더 쉽다 혹은 조금 더 어렵다라는 의견을 냈을 때 그걸 무시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최대한 실시간으로 반영해서 반에 배치를 하려고 하는 게 가장 장점인 것 같고요.
 아쉬운 부분, 이건 선생님으로서 저의 역량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수업에서 최대한 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내게끔 하는 저의 역량, 자질 부분이지 커리큘럼에 대한 아쉬운 점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4. 반석학교 학생들과 상호작용하실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시는 편인가요?
 일단은 학생마다 다 성격, 성향, 생각,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학생들마다 감정적으로 민감한 포인트가 달라서 그걸 건드리지 않으려고 첫 번째로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친구들의 배경을 알 수 없잖아요. 근데 솔직히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이 많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울컥하거나 터질 수가 있어서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상호작용 할 때 사랑이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도하고, 대화하고, 상담할 때 내 안에 사랑이 있나 살펴봐요. 동시에 무조건적인 사랑만 해주는 것도 안 되고, 아닌 거는 선생님으로서 아니라고 지도하는 부분도 있어야 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 반석학교에서 졸업한 학생들은 졸업한 후에 주로 어떤 삶이나 진로를 향해 나아가는 편인가요?
 대학교는 보통 다 가요. 그래서 대학교 입학률이 꽤 높은 편이고 합격률도 꽤 높은 편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나면 이제 취업해서 은행으로 간 친구들도 있고, 간호사 쪽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고 다양한 영역으로 각자의 진로에 맞게 가는 것 같아요.


6. 이번 학기에 북소리팀과 협업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까지의 소감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솔직히 서울대학교라는 타이틀을 무시할 수 없었고, 저희 학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한국어 글쓰기 부분이라서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점도 좋았어요. 그리고 문화 교류 커리큘럼을 봤는데 매주 되게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좋았던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역시나 그 계획표에 있는 것처럼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아이들이랑 해 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또 서울대 탐방을 하는 경우에도 사실 지하철 타고 가도 되는데 택시까지 보내주시면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맞춰주시는 그런 부분들이 되게 인상이 깊요.
 아쉬웠던 부분은 아이들이 아무래도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하다 보니까 서울대학교 학생들이랑 조금 더 깊은 유대감이나 라포를 형성하길 원했는데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좀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요.

7. 북소리팀이 책을 편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남한에서 북한배경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식 개선이라기보다는 인식 확이랄까요. 그러니까 북한배경청소년이 비단 북한에서 직접 탈출한 친구들만 있는게 아니라 탈북민 부모 밑에서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과 북한과 한국의 모든 문화를 다 흡수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라는 점을 알려서 누군가의 인식과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8. 앞으로 남은 회차 동안 북소리 프로그램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일단은 커리큘럼 자체가 너무 잘 짜여져 있어서 충분히 잘해주고 계신 것 같아요. 해주었으면 하는 거는 이 학생들이랑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니까 아이들이랑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 더 알고 친해지면 좋지 않을까 싶어. 이 친구들이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한국의 대학생은 이렇구나하는 인식이 잡히는 거니까. 언어적인 장벽이 있다고 해도 사실 마음이 있으면 그게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다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9.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문화 교류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가 최근에 요리 경연대회를 했는데, 자기들이 메뉴를 생각하고 레시피를 찾아오고 재료를 선정하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요리하는 활동을 되게 좋아했어요. 자기들이 잘 알고 있는 거를 가지고 누군가한테 소개시켜주는 게 자기 효능감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회복되는 느낌있었고요. 그래서 한국은 이런 거야 이렇게 소개해 주는 것도 좋지만, 이 친구들에게 본인들의 문화를 소개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10. 반석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북한배경청소년들이 남한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요?
 제가 그냥 본 거로만 얘기를 하언어가 제일 클 것 같아요. 언어문화 차이. 제가 중국에서 살아봤으니까 중화사상이나 중국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관이나 목표점, 사람들을 대하는 것 같은 게 정말 한국의 문화랑은 다다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중국에서 출생한 제3국 출생 북한배경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출생한 친구들과 많이 다르고, 한국 적응에 더 많은 시간과 힘과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리고 이 친구들은 자신의 의지로 한국에 온 게 아닌 경우가 많아요. 보통 엄마가 북한 사람이고, 중국에서 계속 생활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한국에 오게 된 상황이 많아요. 한국에 와서 한국어도 배워야 되는데 영어도 배워야 되고 근데 중국에 돌아가고 싶고 이런 상황들 속에서 힘들어하는 거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거나 바쁘시거나 하면 정말 여기 있는 선생님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되거든요. 태도부터 시작해서 인간관계, 친구 관계, 생활 방면의 모든 것들을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경우가 많죠. 

 정리하자면 첫 번째는 언어와 문화, 두 번째로는 생활 방면에 있어서 부모님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으셔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충분한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11. 이러한 어려움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북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정말 소수잖아요. 제 주위에만 봐도 그렇고, 대부분은 자기 인생에만 관심이 있죠. 북한 배경의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식 개선만 되어도 저는 되게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반석학교를 졸업하는 한 북한이탈청소년과의 인터뷰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 현재 반석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ㅇㅇㅇ이고요. 13년 전에 북한에서 와서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어요.


2.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나요?

 저는 9살 때 북한에서 떠났는데, 가족들이랑 다 같이 왔어요. 너무 어렸을 때라 과정을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중국을 거쳐서, 태국을 거쳐서, 거기에서 한국으로 온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엄마가 가족들을 속이고 중국에 돈 받으러 간다고 하셨기 때문에 당시에는 놀러가는 줄 알았습니다.


3. 어떻게 반석학교에 오게 되었나요? 

 반석학교를 오기 전에 다른 대안학교에 다녔어요. 좀 더 자율적인 커리큘럼 상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교를 옮기게 됐어요. 이전에 다니던 대안학교는 되게 건물도 크고 학생 수도 많았는데, 반석학교는 건물도 작고 학생 수도 적어요. 그래서 오히려 가족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석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요. 가족같은 분위기가 반석학교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4. 반석학교에서의 생활이 본인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선생님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것이 제 미래에 영향을 많이 줬어요. 진로 찾는 데에도 교감선생님이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아무래도 가족 다음으로 저희를 잘 알고 계시는 선생님들이시니까, 저희 성향에 맞는 진로 방향도 많이 잡아주셨습니다.


5. 반석학교의 수업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나요?

 학생들이 15살부터 30살 전까지 나이대가 다양해요. 그래서 각자에 맞게 수준별로 수업이 있어요. 한국어, 수학, 영어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우고, 경제 강의도 들어요. 다양하게 선생님들이 프로그램들을 짜주시는 것 같아요.


6. 앞으로 졸업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이번에 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일단은 대학 졸업을 목표로 다닐 것 같고, 제가 앞으로의 일을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 시간이 지났을 때 우리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그게 어디 국한되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일을 하던 간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7. 한국에서 적응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학교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말투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놀림도 당하고 해서. 그게 조금 힘들었어요.

8.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변화했다고 느끼시나요?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북한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했어요. 북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남한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그러한 인식이 조금 개선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9. 앞으로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더 잘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요?
 재정적인 도움도 많이 필요한데, 재정을 떠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혼자서 와서 지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가족들은 다 북한에 있고.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부에서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런 인간적인, 1대1로 돌봐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을 붙여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케어해줄 수 있는.

10. 남한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여기에 와있는 북한 출신 사람들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사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중요할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믿으니까, 여기 와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북소리 프로그램과 함께한 반석학교에 대해, 북한배경청소년들에 대해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알게 되셨나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반석학교 정희윤 선생님과 졸업생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최종 디자인 작업 중에 있는 <같은 하늘 아래서 - 북한배경청소년들의 글쓰기와 삶 읽기>는 2월 말에 이매진 출판사를 통해 출판될 예정입니다. 출간 소식으로 돌아올 때까지 함께 응원하고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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