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지 않은 순간들이 만드는 일시정지
데이나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레터의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며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aletter
혹시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나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지난 어린이날 떠난 양평에서 첫 경험을 했습니다. 지인이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거든요.
사실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예쁜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장면만 떠올라 가볍게 승낙했던 거죠. 다만, 이상했던 것은 지인의 말이었어요. ‘같이 간다고 결심하기 어려웠을 텐데 고맙다’라고 몇 번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떠난 지 30분 만에 그것이 단지 예의상 던진 말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맛집을 좋아하는 저는 늘 그렇듯 검색한 맛집 몇 군데를 가지고 출발했어요. ‘뭐 먹으러 갈 거야?’라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가게 이름을 나열하려는데 그때 들리는 말. ‘애견 동반 가능한 곳이 두 곳밖에 없던데 먼저 거기 전화해보자.’
정말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선택의 기준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애견 동반이 가능한 곳에도 일일이 전화를 해 테라스석이 비어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바람에 주인분이 방을 내어주시지 않았다면 축축한 테라스에 앉아 먹을 뻔했어요.
이렇게 식사를 겨우 해결하고서 반려동물 친화적인 곳으로 유명하다는 쇼핑몰에서 장을 보려고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멍멍이가 환영받는 곳이 생기겠구나 기대를 안고 도착했죠. 하지만 다른 반려동물들이 너무 많은 탓에 2시간을 기다려야 맡길 수 있고 유일한 마트에서는 동반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친화적인 환경은 경험하지 못한 채 주인은 강아지와 차로 돌아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급하게 장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글로 읽으실 때는 꽤나 무탈하고 연속적인 프로세스로 보일 거예요. 그러나 저는 수많은 ‘일시정지’를 느꼈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겪을 수 없는 허들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왔으니까요. 생각해보지 않은 순간들은 저를 멍하게 만들었는데요. 역설적으로 깨달음도 주었습니다. 역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들의 불편함을 알 수 없다는 걸 제대로 느꼈거든요. 기사를 텍스트로 읽는 것과 마음으로 읽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몰랐던 타인의 불편함을 깨닫는 것은 나를 더 겸손해지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여행을 다닐 텐데 저는 생전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으니까요.
세상에는 내가 모르고 사는 어려움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많이 지나쳤을까요. 작게는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부터 크게는 몸이 불편한 이들의 입장까지.
이렇게 평소에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더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처럼 냉큼 잡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노력해보려고요. 올해를 돌아봤을 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면서요.
- 외출하기 싫어하는 두 고양이의 집사라 다행인 데이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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