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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Sep 12. 2018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우리의 노래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무척 기쁜 멜로디였을 거야

데이나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레터의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며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aletter



18.6.25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무려 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입니다. 지난 금요일 생컨 현장을 모두 정리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던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더라고요.


'연극, 관객, 배우'라는 가사의 단어들을 사뭇 어색하지만 짧은 이벤트를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하고 막을 내려본 사람들의 여운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5월 9일은 생컨의 킥오프 회의 날이었습니다. 그날부터 꼬박 6주를 달려 지난 목요일, 행사의 막이 올랐고 그 후 치열한 28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 후 정욱 님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였던 '2018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꿈인 것 같을 만큼 아득하기도 합니다. 200명에 가까운 청중과 24명의 연사분들을 어떻게 먼 부산까지 모셔와 치러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


저는 매니저들 중 가장 마지막에 입사했고 그만큼 이번 행사에 고민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연례 스얼 행사들 중 생컨은 가장 규모가 크고 해야 할 일이 많은 행사라는 말을 누누이 들었거든요.


해보지 않은 자는 큰 그림을 볼 수 없기에 우선 저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행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연사 커뮤니케이션 및 피드백, 행사 사회가 제 담당이었어요. 아시다시피 대부분 바깥에 보여지는 일이죠.

하지만 이 일은 정말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일입니다. 그 껍질 속에 얼마나 세심해야 하고 중요한 일들이 많은지 몰라요. 그런데 그런 일들을 마치 톱니바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척척 해내며 돌아가는데, 기존 스얼멤버들의 노련한 수행에 참 많이 배웠습니다.


모든 게 완벽했던 건 아니었죠.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함께 기지를 발휘하고 협업하여 문제가 없도록 애썼어요. 그 과정을 함께하며 저는 '아 이게 스얼이구나'하는 깨달음을 크게 얻었고요.

이런 여운과 배움은 아마 '연극이 끝난 뒤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6주간 울고 웃으며 만들었던 이 행사가 꽤 힘들었지만 그래서 스얼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울게 많았던 저는 더더욱요.

다시 그 노래가 떠올랐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그 가사와 달리 청중이 떠나고 난 생컨의 객석에는 정적과 고독만이 남아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멤버들로부터 배운 점과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가득했거든요.


그래서 만약 그 순간을 주제로 우리의 노래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무척 기쁜 멜로디였을 거라는 확신으로 레터를 마칩니다.
 






- 생컨이 끝나고 먹은 광어회가 벌써 그리운 데이나 드림





#스얼레터 133호 보러가기: https://mailchi.mp/startupall/123-203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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