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의 사적인 프롤로그, 하우투메리 사람들을 만나다.
대학시절의 나는 PD를 꿈꿨다. 하필이면 절대 신규인원을 뽑지 않는 교양국 다큐멘터리 PD가 내 꿈이었다. DNA는 분명 있었다. 쓸 데없이 자주 진지했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푸는 것이 취미였으며 사람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청춘이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지금도 나의 20대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 고마운 성향으로 꼽는다. (주로 연애에 많은 도움이 됨.)
그런데 한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자주 깨닫는 사실이 하나 있다. 생각보다 위대한 일반인은 많으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이 지근거리에 숨 쉬고 있다는 것.
한 번은 친한 친구에게 그런 얘길 꺼낸 적이 있다. 기회가 되면 꼭 일반인 위인전 같은 다큐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동네 슈퍼 아저씨, 친구 어머니, 단골 미용실 디자이너, 아래층 카페의 바리스타 등 우리 주변 사람들 같은 인물을 따라다니며 그 혹은 그녀의 인생의 기록을 다큐멘터리로 남기고 싶다고 떠들던 밤이 있었다.
그래서 하우투메리의 주상돈 대표님이 "멤버들이 본인의 인생을 뿌듯해할 만한 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라며 인터뷰 컨텐츠를 외주로 맡아줄 수 있겠냐고 했을 때 나는 피할 구멍이 없었다. 표정관리를 하기 이전에 이미 '보통 사람들의 위인전'을 꿈꿨던 과거의 나를 속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 스타트업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멤버들과 1:1 인터뷰라니. 어떤 대표도 갖기 힘든 시간을 내가 가져본다는 것도 신선했다.
그리고 연타를 날리셨다. "이 콘텐츠의 KPI는 없어요. 100만 명이 조회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인터뷰 주인공이 자랑스러워하고 동시에 이런 사람과 일하고 싶은, 결이 맞는 한 명의 마음만 움직일 수 있다면 성공이에요."
KPI가 무엇인지 물어봤던 나는 그 민망함과 프로젝트 승낙을 교환했다. 그렇게 바빴던 여름의 끝에 덥석 인터뷰 컨텐츠를 적겠노라 약속해버렸다.
그리고 오랜 고심 끝에 '하메식당(하우투메리 식당)'이 탄생했다.
'하메식당: WE ALL HAVE A STORY TO TELL
행복의 순간을 만드는 사람들, 하우투메리 멤버 한 사람을 위해 열리는 식당입니다. 매주 목요일 하루, 저녁 7-9시의 식사만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음식과 피플 다큐멘터리, 하메식당을 시작합니다.'
인터뷰어인 내가 매주 목요일 한 명만을 위한 식당을 열고 인터뷰이의 사전 주문을 받아 식사를 준비하는 1인 식당이다. 선정릉 작은 공간을 빌려 요리를 해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다. 음식 값은 본인의 인생 이야기. 2시간 동안 나와 신나게 수다를 떨다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느낌이 올 거다. 하메식당은 픽션이다. 아니 식당의 존재만 픽션일 뿐 인터뷰 내용은 팩트다. 이런 걸 문학 시간에는 액자식 구성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결국 내 머릿속에만 살고 있는 식당이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이 컨셉이 있었던 건 아니다. 분명 상돈 님이 부탁한 것은 '직원으로서'의 인터뷰 컨텐츠가 아니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결국은 그 사람 자체의 이야기가 훨씬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사무실에서 만나선 안된다고 생각했고, 맛있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기획으로 제안을 드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음식'은 '사람'을 가까워지게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그리고 내가 그 둘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 큰 근거로 작용했다.
그렇게 상돈 대표님과 현실에 없는 식당을 차렸고 첫 번째 손님 이야기가 나왔다.
<100가지 취미를 수집하는 남자>
하메식당 1화. 풍기 버섯 리조또와 개발자, 안혁준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하메식당이 열리는 날이다.
'하메식당' 브런치 계정 https://brunch.co.kr/@askhappiness
하우투메리 홈페이지 http://how2marry.com/
하우투메리 우리 이야기 http://how2marry.com/ou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