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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Aug 10. 2020

마지막 퇴사 편지

마지막 출근 일주일을 앞두고 전사 발표자리에서



사실 어제 이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한 자를 못 쓰겠더라고요.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건지. 아무튼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겨우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지막 인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저희가 했던 일들을 정리하는데 무엇보다 감사한게 너무 많더라고요. 뭐 당연하게 조직문화 일을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애 둘이 와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때 부족한 점도 많았을텐데 그럴 때마다 한 분 한 분이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 마냥 함께 도와주고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또 활동이 끝나면 피드백도 주시면서 이 문화를 같이 만들어왔잖아요.


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저희가 해온 모든 일은 지금의 구성원이 없어서는 절대 한 발짝도 가지 못할 일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희는 의견을 정리하고 한 방향으로 일이 되게 끌고 가기만 했을 뿐. 나머지는 웨딩북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믿고 떠날 수 있는거고요 :)


애증의 리더십분들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많습니다. 여태 저희 잔소리를 듣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ㅎㅎ 고심해 살짝 질문만 하면 아 잠시만요 저희 팀 다 같이 얘기하시죠 하면서 회의실에 가둔 것처럼 우다닥 모여서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내고. ‘조직문화팀에 제일 무서워요’ 라는 농담이 진심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ㅎㅎ 의견을 다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인간적으로 더 알게 된 점도 많아서 더 정이 쌓인 것 같아요.



마지막 시간이니 꼭 저희 팀에 대한 오해를 좀 몇가지 풀고 싶은데요.


저희가 저녁 약속 자리나 몇 분이 모이는 사석 술자리를 꾸준히 거절 아닌 거절을 해와서 맘이 항상 무거웠어요. 어딜 가도 조직문화 옷을 벗지는 못하기에 사석의 이야기들을 듣는게 일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또한 저희가 없어야 더 편하게 이야기 하실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이건 팀 정책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려드립니다. 절대 외부에 친구가 많아서거나 남편이 너무 보고싶어서가 아니었다는 점. 강조드립니다. ㅎㅎ


두번째로 조직문화팀이 고충처리반이자 욕받이라서 소진되어서 힘들어서 퇴사하는게 아니냐라고 많이들 추측하시던데. 이건 정색하고 정말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팀의 이름으로 많은 일을 했지만 구성원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실 원동력이었어요. 인간으로서 가장 뿌듯할 일이 다른게 뭐가 있겠어요. 한 사람이 하루의 반 이상을 지내는 직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는 것. 그걸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것. 그게 저희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 노력의 기억으로 우리의 쓸모를 계속 상기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며칠 전에 카페에 혜운님과 같이 앉아서 했던 말이 있어요. 저는 원래 참 게으르고 노는 것 좋아하고 모든 일이 다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살던 사람인데 웨딩북에 와서는 참 다르게 살았다고. 그런 제가 조직문화팀이라는 이름을 입는 순간 마치 유니폼을 입은 것 같았어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끈질김과 뚝심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 개인이라면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일들을 인생 살며 참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년 반동안 더 나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는 웨딩북을 졸업하지만 알럼나이로서 서울과 호치민의 모든 예비부부가 웨딩북으로 결혼하는 날을 기대하고 응원할게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웨딩북 조직문화팀으로 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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