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oing this for your own good!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영화 주먹왕 랄프(Wreck-It Ralph, 2012) 중에서
2016년 아내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있었다. 하필 그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곧 둘째도 태어나기에 아내는 직업의 큰 변화가 있는 것을 분명 반길리 없으리라. 그러나 아이들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변화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이 최적기라 결론을 내리고, 오랜 고민 끝에 아내에게 사업을 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의외로 아내는 그 자리에서 ‘오케이’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가 난관이었다.
특히 아버지께서 반대가 심했다. ‘애가 둘인데 왜 도전을 해?’, ‘학벌이 좋지 않다’, ‘증권사 임원 출신도 아닌데 투자업을 어떻게 하느냐?’,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젊다.’등등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이었다.
안정을 취해야 할 시기인데 오히려 그 반대로 가니 무모한 도전이란 주변 반응에 적지 않게 놀랐다. 어리석게도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줄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만약 실패할 시에는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에 주변의 조언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의지대로 밀어붙여야만 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내 인생과 가족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자면’이란 말로 포장해 미래가 정해진 것처럼 예단하는 말에 꽤 상처를 받았다.
주인공 랄프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며, 큰 주먹으로 소녀의 꿈이 담긴 과자 자동차를 부순다. 바넬로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자동차 레이스에 참여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가장 믿었던 이가 ‘널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꿈이 짓밟았으니,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랄프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다시 협력자가 된다. 하지만 당시 바넬로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보지도 않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이뤄질 수 없는 꿈이니 '널 위한다는' 명목으로 포기하게 만든다면 이보다 모순인 말은 없을 것이다. "내 경험상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를 잘 극복한다면 넌 해낼 수 있을 거야!"란 말이 '널 위해서'란 말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분명 같은 순간이 올 것이다. 딸아이가 더 자라서 고민이 생겼을 때, 부모님의 연륜과 경험을 빌려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게 될 것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될 수도 있고, 배우자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부모들도 과거에 해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문제일 수도 있다.
모든 부모들은 과거의 실패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조언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결정은 아이가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묻게 될 수도 있다. ‘넌 할 수 있어!’ 혹은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우린 네 편이야.’라는 따뜻한 용기와 위로를 원할지 모른다. 30년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이게 널 위한 것이야.’라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면, 이는 분명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 '내 경험에 의하면', '널 위한 거야'라고 포장된 독단적 결정은 대화를 단절시킨다. 어쩌면 아이는 부모에게 더 이상 조언을 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순간이 왔을 때, 뭐라고 말할지 미리 생각해 봤다. 훗날 아이가 제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렸을 지라도 욱하는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 하라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닌가!
“아빠가 너보다 30년 먼저 태어나 살아봤지만, 아빠도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모르는 것이 많아.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네가 내린 선택에 대해서 무조건 지지할게. 단, 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말이지.”
부모의 경험과 연륜은 자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경험을 토대로 널 위한 독단적 결정이 아닐 때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 좋은 부모 되는 것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