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늘 우연히 찾아온다

by 더블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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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so great about plans? I never had a plan.
(계획이 뭐 그리 대단해요? 난 그런 거 없이 살았어요.)

That’s because the best things happen by chance.
(좋은 일들은 다 우연히 생긴다는 거예요.)

Because that’s life.
(그런 게 삶이에요.)

-영화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2016) 중에서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 번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동시 방학이다. 하필이면 여름에는 최성수기에 방학을 한다. 극성수기를 피해 휴가 계획을 세우면, 1년 중 가장 무더운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다. 여행 계획을 짜려고 하니 모든 게 비싸다.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내는 솔직하게 동시 방학을 도저히 견뎌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오랜 고민 끝에 일주일 동안 저기압인 아내를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 떠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온 가족이 아내의 눈치 보는 것보다 돈 쓰는 것이 낫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제주도 2주 살기가 시작되었다.


아내와 좋아하는 음식부터 여행 스타일까지 서로 상극이란 사실을 이때 알게 되었다. 기왕 가는 거 제대로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스케줄을 촘촘하게 세웠다. 심지어 숙소 위치, 이동 동선, 맛집의 위치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고려해서 계획을 만들었다. 반면 아내는 계획 없이 그날 기분에 따라,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동네 산책을 하면서 만난 길가의 꽃이 될 수도 있고, 간판도 없는 맛집을 찾았을 때라고 말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치부했다. 그래서 출발하기도 전에 이 문제를 놓고 참 많이 다퉜다.


열심히 일정을 짠 노력이 가상했는지 아내는 내 의견을 따라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일단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일정대로 소화할 수가 없다. 늘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갑자기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느닷없이 생리현상을 호소할 수도 있으며, 오랜 이동시간으로 인해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이런 변수가 무려 셋이나 존재하니 애당초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운전기사 겸 가이드가 된 기분이었다. 함께 즐기기 위해 가족여행을 왔는데,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내의 말대로 일정을 무시하고 발길 닿는 대로 가보았다. 그러자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고, 돌담을 따라 걷다 보니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보였으며, 아이들의 쉼 없는 조잘거림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우연히 만난 해변에서 차를 세웠다. 유명 해수욕장은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번번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도 깊지 않은데,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놀 수 있는 곳이라니! 제대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을 만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제주 현지인들이 여름을 즐기기 위해 찾는 장소라고 했다. 나중에는 삼 남매가 제주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잠깐이나마 우리 부부는 꿀맛 같은 휴식시간도 주어졌다. 이렇게 행운은 계획되지 않은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도리는 문어 행크에게 같이 바다로 가자고 제안한다. 평생을 아쿠아리움에서 살았던 행크에게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두려운 제안일 수밖에 없다. 행크는 클리브랜드를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를 위해 계획도 다 세우고, 그 목적을 거의 달성할 수 있는 지점에서 갑작스러운 제안에 망설인다. 그러자 도리는 평생의 친구 말린을 만난 것도, 행크 너를 만난 것도 계획에는 없는 우연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좋은 일들은 다 우연히 생긴다는 거예요. 그런 게 삶이에요.’라고 말한다. 이 대사를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우리들 모두는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이 늘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인생에 사이클은 없을 것이다.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만 간다면 분명 인생은 재미없을 것이다. 내리막길은 지독히도 힘들지만, 이게 있기에 더 높게 도약할 수 있는 거 아닐까.


2017년 홀로 독립해 회사를 설립할 때, 현재 2020년의 모습은 계획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2018년 썼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야 하고, 회사는 성장 일로를 거듭해 탄탄한 회사가 되었어야 한다. 새롭게 나만의 사업을 시작할 때, 누구나 긍정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이에 따른 계획도 수립하지만, 사실상 최상의 상황을 가정해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만은 않는다. 물론 능력의 부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가 계획을 헝클어뜨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유행병의 창궐을 그 누가 예상했을까!


큰 목표 아래 세부 계획까지 세웠다면, 목적 달성을 위해 단계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세부 계획은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해 언제든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럴지라도 실망하지 않고 큰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절대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지속한다면, 분명 뜻하지 않은 행운은 반드시 찾아온다. 역풍이 불지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언젠가 바람의 방향은 바뀌기 마련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를 젓고 있어야만 순풍이 날개가 된다.


먼 훗날 아이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해 주저앉고 싶을 때, 부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 것이다. 이때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이란 여정의 목적은 목표 달성이 아닌 이를 위한 과정에 있다고 말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인생은 훨씬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리의 말처럼 행운은 늘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는 아빠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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