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란다.

by 더블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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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을 터덜터덜 걷는다. 이 터널의 끝에서 분명 빛이 보일 거란 믿음 하나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실낱 같은 희망도 무뎌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그냥 습관이 되어 걷고 있을 뿐이다.

나의 20대는 암흑이었다. 물밑에서 갈퀴질을 멈추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현실에 번번이 좌절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시기에, 희망이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피폐한 삶을 살아갔다.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순간, 다행히 군대로 도피할 수 있었다. 우울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26살에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다시 모든 것이 막막했다. 군대를 너무 늦게 다녀와서 대학교 3학년 치고는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늘 남들보다 한 발 늦었다는 불안과 압박감에 시달리게 했다. 군대 다녀오니 주변 지인들은 다들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가 한창이었다. 반면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모르겠는 엉망인 학점, 스펙이라고는 토익 895점 성적표 한 장뿐이었다. 그것도 2년 만기가 다 돼가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책을 정말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독서는 막막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현실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 누구 아들은 삼성에 입사했고, 누구 딸은 회계사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더 죽어라 책을 읽었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경제 분야 하나만, 지극히 편향적인 독서에 심취해 자는 시간만 빼고 계속 읽고 또 읽었다.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지만 그땐 그냥 행복했다. 부모님께서는 취업준비 안 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독서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생애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기에 도저히 멈춰지지 않았다.


마흔 살이 된 현재, 결과를 놓고 본다면 젊은 시절의 선택이 아직까지는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투자를 업으로 삼아 사업을 하고 있으니,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이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원했던 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누구나 굴곡이 있고, 힘든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버티면 또 좋은 날이 찾아오는 법이다. 이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미래의 목표와 그에 따른 결과가 아닌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Somtimes the world seems against you.
(때로는 세상이 너를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여.)

The journey may leave a scar.
(그 여정은 상처를 남길지도 몰라.)

But scars can heal and reveal just where you are.
(하지만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 그리고 네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지.)

영화 모아나(Moana, 2016) 중에서


신께서는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지난 고난의 시간에 비례하는 혹은 그 이상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인생에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또한 미래에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세상이 너를 힘들게 하고, 그 여정에서 크고 작은 상처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숙한 성인이 되는 과정이기에 피할 수 없다. 험난한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빠의 경험을 토대로 현명하게 어려운 시간이 지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싶다. 크고 작은 상처로 인해 실낱 같은 희망을 놓고 싶을 때, 이를 다시 잡을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분명 상처는 치유될 것이고,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먼 훗날 시련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소중한 선물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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