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아

by 더블유투자자문


KakaoTalk_20201120_164432952.png


한 어머니는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두 아이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만 했다. 반면 한 아이는 미성년자임에도 가로수길 빌딩의 건물주이다. 어떤 이는 밥을 먹지 못해 아사해야 했고, 어떤 이는 10살에 나이에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되었다. 이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이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이런 일련의 사태는 빈부격차를 키웠고, 앞으로 그 간극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축적된 자본은 더 큰 자본을 낳는다. 수십 년간 축적된 자본이 구르는 속도는 열심히 일한다고 따라갈 수 없다. 근본적으로 메워질 수 없는 갭이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강남은 그들 만의 리그로 변하고 있다.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녀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만기 때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20년을 상환해야 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치솟는 주거비용을 메꾸는데도 버겁다. 죽도록 일해야 하지만 앞으로 20년 간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또는 아파서도 안 된다. 하루 평균 자녀와 3분을 보낸다는 통계는 안타깝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돈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야 한다.


그렇게 앞만 보면 달리다가 멈춰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 아빠 무릎에 앉아 쉼 없이 조잘대던 아이들도 머리가 굵어진 후로 말 한마디 없다. 연애시절 따뜻했던 아내도 짜증과 신경질적인 답변뿐이다.


가족을 위해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쉼 없이 달려왔는데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서럽다. 다 너희를 위해 그랬다고 항변해 보지만 아이들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유치원 입학식을 함께 하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며,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아빠를 원했을 뿐이다. 늘 그리워했지만,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이제는 당연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It's kind of nice to slow down every once in a while.
(가끔은 천천히 달리는 것도 기분 괜찮아요.)

영화 카(Cars, 2006) 중에서


라이트닝 맥퀸은 샐리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어쩌다 포르셰가 이런 시골 마을에 오게 되었어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샐리는 과거에 LA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으며, 늘 빨리빨리 숨 쉴 틈 없는 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맥퀸은 흠칫 놀라며, 장난스럽게 ‘그럼 부자였겠군요?’라고 묻자, 샐리는 그 시절 내내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떠나 달리다 보니 차가 망가졌고, 이곳 사람들이 수리를 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수리를 마치고, 왜 떠나지 않았어요?’라고 맥퀸이 묻자, 샐리는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늘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만 몰두했던 레이싱카의 삶을 살았던 그가 샐리 덕택에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가끔은 천천히 달리는 것도 기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삶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 멈추지 않으면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팍팍한 현실에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돈은 분명 행복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나, 결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가끔 아이와 손을 잡고 느리게 걷다 보면 길가의 이름 모를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도 보이며, 쉼 없이 떠드는 조잘거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걸으면 세상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은 무엇이며, 유치원 생활이 어떤 지 귀에 들어오게 된다.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이런 호사가 행복이라 생각한다.


인생이란 긴 레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분명 번아웃되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름다운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천천히 걷는 법을 독서를 통해 가르치고 있다. 언젠가 느리게 걷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전 09화시련은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