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늘 순환한다.

by 더블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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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실망하여 매도할 때 매수하고, 탐욕스럽게 매수할 때 매도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만 보상도 가장 크다.”

-존 템플턴


대학시절, 하루 일과의 시작은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신문을 공짜로 읽을 수 있는 호사를 매일 만끽했다! 경제지는 정독을 했고, 일간지는 주로 경제 부분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다. 금융시장은 살려 달라는 아우성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에 코스피 2,000을 넘어 3,000을 간다는 기사를 주를 이뤘는데, 투자자들의 행복한 미소가 잿빛으로 바뀌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과거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기회임을 직감했다. 하워드 막스에 말대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로 인해 밸류에이션은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양극단을 왕복하기에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현재는 기회가 확실했다. 문제는 학생이라 돈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머니께 사정사정해 돈을 빌렸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조금 모았던 쌈짓돈까지 탈탈 털었다. 곧 부자가 될 것이라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대규모 지진 후에는 여진이 있기 마련이다. 더불어 좋은 기업을 사서 진득하게 보유하면 될 것을…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늘 남의 떡이 커 보여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 바빴다.


하늘이 주신 기회를 잡고도 내공이 부족해 정작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주식담보대출까지 써가며 공격적으로 임했다. 그 덕에 큰 손실을 입었다. 여진으로 인해 반대매매가 나가면서, 소중한 종잣돈의 일부를 잃게 되면서 앓아눕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패를 복기해 보면서 장기투자가 내 스타일에는 어울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가가 내리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적립식으로 쌓았다. 그러자 잃었던 돈이 차츰 복구되기 시작했고, 받았던 종잣돈 이상으로 차츰 불려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기투자는 정말 고난의 연속이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스페인이 위험하고, 그리스가 붕괴 직전이며, 심지어 실제 존재 여부도 몰랐던 유럽의 한 나라에 금융위기가 왔다고 우리 지수가 폭락했다. 이제 좀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2015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하락하고,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다고 곤두박질치고, 2020년 대망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수년을 제자리걸음 속에서 버티다 보면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 상에 쐈다고 속보가 나와도 별로 두렵지 않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로 인해 시중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일부 집중되면서 10년간 염원했던 코스피 3,000을 돌파하게 되었다. 그럼 드디어 강세장의 시작인가?


자본주의 사회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돈의 흐름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일정한 사이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와 동일한 사건이 계속 연속적으로 발생하진 않는다. 완전히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진 않지만, 유사한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고 있음은 알 수 있다. 경제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이 오르내리면서 일정한 사이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클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양극단으로 주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마켓 사이클은 어떻게 움직이며, 이를 이용해 좋은 기회가 창출되는지 알아보자.



KakaoTalk_20210408_155536865.jpg -호황 VS 불황,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군터 뒤크, 원더박스, 2017)



위의 그래프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경제 사이클이 순환하는 원리를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상관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먼저 초식동물 개체 수의 정점과 육식동물의 정점이 시간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기억하자.


초식동물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면, 육식동물은 그만큼 먹이를 구하기가 쉬워지기에 같이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다 초식동물이 번식에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음에도 육식동물은 한동안 계속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초식동물의 숫자가 급속도로 감소할 때, 육식동물은 멸종위기에 처할 정도로 감소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초식동물에 비해 육식동물이 더 많이 늘어나서 죽음의 ‘불황’이 오게 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적은 수의 육식동물이 잡아먹는 것으로는 초식동물의 증가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초식동물이 빠르게 늘어났던 시절은 ‘호황’의 시기다.

-호황 VS 불황,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군터 뒤크, 원더박스, 2017)


자연의 법칙 속에 자본주의 경제가 순환하는 원리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육식동물이 늘어난 개체의 보존을 위해 줄어드는 초식동물을 마지막까지 잡아먹는 과소비를 하게 되면 종족이 멸종위기에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투자자의 심리로 인해 시장이 양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원리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명목 아래 과소비를 유발해 나아가게 된다. 즉, 소비가 없으면 성장이 정체되기 때문에 대출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 사회는 주기적으로 대출을 따라 성장하고, 하락하는 주기적인 사이클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속성장 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과잉생산을 과소비로 메꿔야 한다. 돈이 부족하다면, 정부는 앞장서 지폐를 발행할 것이고, 개인의 능력을 초과한 부채도 호황에선 다 용서가 된다. 이미 신발은 충분하지만, 계속 신제품을 출시해 다섯 켤래, 열 켤래를 사게 만들어야만 경제가 성장한다.


심지어 빚을 내어 소비하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그렇다 보니 호황과 불황 사이의 진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극단을 치닫는 경제 사이클로 인해 빈부격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잘 활용하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파산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마지막 들소까지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심리와 벨류에이션 사이클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아는 것이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하워드 막스, 비즈니스북스, 2018)


한 교사가 갭 투자를 통해 수십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고, 이익을 실현해 차를 벤츠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의 한 투자자는 테슬라만 집중적으로 사서 100억대의 수익을 보고 이제 은퇴를 한다는 트윗이 이슈가 된다.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라 소개한 그는 수백 억대 계좌를 인증하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의한다.


이러한 요지의 기사, SNS, 동영상은 하루에도 수십 개를 접할 수 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 자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심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기에 보통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는 부채라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반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경제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최근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80억에 거래가 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이 사실을 주변인들과 공유했더니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한 채에??? 건물이 아니고???”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 부동산 경매시장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현재는 재건축되어서 래미안 단지로 바뀌었지만, 서초의 한 아파트가 시가 16억 가량인데 8억이 좀 안 되는 가격에 낙찰이 되었다. 현재는 약 20억이 넘어가니, 그때 샀었어야 했다!


이렇게 불황과 호황에는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심리가 더해져 예상보다 더 내리거나, 더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경제가 순환하는 사이클을 파악하고,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는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현재가 사이클상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의 사이클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수없이 많지만, 글로 이를 다 익힐 수가 없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조차 힘겹다.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KakaoTalk_20210408_155536865_01.jpg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하워드 막스, 비즈니스북스, 2018)



여기서 하워드 막스의 통찰력을 빌려오도록 하자. 먼저 마켓 사이클이 중간지점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중간지점인지, 고점인지, 저점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이건 마켓 사이클의 중기 파동이라 불리는 ‘주글라 파동’의 한 사이클을 온전히 경험해야만 어느 정도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마켓 사이클이 중간지점은 자산 가격의 상승의 기대감과 너무 비싸다는 부정적 인식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압구정 현대를 80억에 매수한 사람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앞으로 100억 이상이 될 것이란 판단 하에 샀을 것이다. 반면 매도한 사람은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 하에 팔았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기대수익률이 점점 낮아진다는 점이다. 더불어 금리인상, 세금의 증가 등의 외부적 요인도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실거주의 목적이라면 매수가 합당하겠으나, 투자의 목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



KakaoTalk_20210408_155536865_02.jpg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하워드 막스, 비즈니스북스, 2018)



이제 마켓 사이클의 고점에 왔다고 가정하자. 물론 자본주의의 균열을 내는 어떤 위기가 오고 나서야 고점이었음을 알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이슈로 위기가 올진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투자자들 전체가 너무 행복하고, 돈에 대한 광기로 물들 때, 곧 음악이 멈출 수 있겠다고 짐작을 할 뿐이다.


이런 순간을 피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균열의 사인이 미리 나와도 가치평가의 새로운 시대가 도달했다는 과도하게 긍정적인 다수의 의견으로 인해 쉽사리 발을 빼기 힘들다.


만약, 곧 닥쳐올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매도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상황에서 한가한 소리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너무 싸게 던져버리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지진 후에 여진이 발생할 때를 기회삼아 더 자금이 투입하는 것이 낫다. 자금이 없다면 이 악물고 버텨야 한다. 자산시장은 양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겠으나, 시간이 흐르면 결국 회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원치 않지만 강제로 손해보고 팔아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긴 하다.



KakaoTalk_20210408_155536865_03.jpg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하워드 막스, 비즈니스북스, 2018)



마지막으로 마켓 사이클의 저점에 왔다고 가정하자. 마켓 사이클의 중간지점부터 추격매수를 자제해 왔다면 이런 기회를 만나게 된다. 인생에서 3~4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물 반 고기 반인 상황이라 뭘 사도 대부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여진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너무 욕심내면 낚싯대가 부러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어쨌든 이 시기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모든 자산의 가격이 폭락하고, 신문을 펼쳐 보기 두려울 정도로 우울한 뉴스 투성이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고, 서로 살려 달라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혼자 길을 간다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인생일대의 기회를 만나도, 형성된 목돈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만, 소수만이 달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순간을 노리고, 형성되는 목돈의 사이즈를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마켓 사이클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 우리 국민들은 교육 수준이 아주 높기 때문에 과거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통해 이를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기회를 맞이했을 때, 손에 쥔 돈의 사이즈가 차이를 만들 뿐이다. 목돈이 형성되는 시기에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느냐가 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갭 투자를 통해 차를 벤츠로 바꿨다는 말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돈이란 결국 스스로 다뤄본 그릇의 크기만큼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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