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사고법의 중요성

by 더블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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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means no worries For the rest of your days.
(남은 여생 동안 걱정없이 살라는 말이네.)

It's our problem-free philosophy.
(이건 우리의 속편한 인생철학이지.)

Hakuna Matata!
(하쿠나 마타타!)

-영화 라이언킹(The Lion King, 1994) 중에서


나의 20대는 우울했다. 긴 터널 속을 계속 걷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지만, 저기 어딘가 분명 터널의 끝은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언젠가 빛이 보일 것이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끝이 없다는 절망이 한 번 싹트면, 두려움은 희망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10년을 걸었다. 지하 1층이 끝인 줄 알았는데, 2층이 있었고, 3층이 있었다. 인생은 롤러코스터라는데 반등의 기미가 없었다. 살기 위해 물 밑에서 계속 물갈퀴 질은 하지만, 앞으로 전혀 나아가지 않는 교착상태와 같은 삶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도 믿어주질 않는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발 짝도 진전이 없었기에 그들의 기대는 모두 메말라 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가족들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부모님의 출근시간 대를 피해 새벽같이 나가야 했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현관문 닫는 것까지 조심해 가며 슬그머니 귀가했다. 어쩌다 눈에 띄는 날에는 세상 끝난 것 같은 비관적인 말 일색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럴때면 이미 황폐해진 자존감에 또 다시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한 가닥 희미하게 남은 희망만은 꼭 지키고 싶었다. 이마저 잃는다면, 세상과의 끈이 모두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암흑 같던 20대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서였다. 당시 유일한 벗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단 하나의 창구였다. 책은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게해주는 몰핀과 같은 존재였다. 나에게는 피터팬의 네버랜드와 같았던 다른 세상을 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이다. 그녀는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말도 안 되는 장점 하나가 있었다. 초능력으로 보일 정도로 놀라운 능력이었다. 물론 그때 콩깍지가 쓰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연애하던 시절, 우리는 둘 다 백수였다. 가끔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딱한 처지를 위로하고 앞날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는 잠깐 현실을 잊게 해줄 뿐,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내 안에 자존감이라는 우물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된 상태였다.

그러나 아내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똑같이 백수처지인데 늘 자신감이 넘치고, 항상 긍정적이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나?’ 찬찬히 살펴봤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두뇌 회로를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의 앞날이 창창한 것도 아닌데 타인의 미래를 응원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그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늘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었다.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니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영화 ‘라이언 킹’에서 심바, 티몬, 품바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외친다. 이는 ‘problem-free philosophy’라 그들은 말한다. 이 얼마나 멋진 말(What a wonderful phrase!)인가!

10년을 살다보니 아내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problem-free philosophy’가 몸 속 깊이 밴 사람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이런 긍정적 사고방식은 알게 모르게 주변에 전염이 된다. 그래서 아내 덕택에 늘 그늘졌던 얼굴에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진심으로 타인의 성공을 바라는 등 삶의 방식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버티다 보면 분명 반등의 시기가 온다.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어려운 시기를 기왕이면 현명하게 버티라 말씀하셨다. 젊었을 때는 '현명한 버티기'란 말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의 사고방식에 서서히 물들면서 이에 대한 의미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현명한 버티기'란 ‘problem-free philosophy’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이게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이나모리 가즈오, 쌤앤파커스, 2017)’이란 책에서 강조했던 ‘플러스 사고법’과 맥을 같이한다. (인생의 결과= 사고법 X 열의 X 능력, 저자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도 사고법이 부정적이라면 결과가 마이너스가 되기에 플러스 사고법을 강조했다.)


암울했던 20대의 경험을 토대로 사고법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능력이 떨어지는데, 노력도 부족하고, 설상가상으로 사고법마저 부정적이니 잘 풀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고법만이라도 긍정적이었다면, 나의 20대가 결코 암울하지만은 않았을 것임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다.

노력은 개인 의지에 문제이고,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사고법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영향을 받는다. ‘problem-free philosophy’ 하나만 아이들에게 제대로 이식해도 충분히 성공적인 자녀교육이라 생각한다. 능력이 출중하고, 노력이 가미 되어도, 사고법이 부정적이라면 결국 인생의 결과는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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