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MBA 1년차 학생들은 간단한 돈놀이를 체험한다. 가상의 중앙은행이 정부를 대신해 교수에게 100달러를 지급했고, 교수는 학생 한 명이 운영하는 가상 은행에 이 은행권을 맡긴 뒤 예금 증서를 받는다.
이 은행의 지급 준비율이 10%라 가정하면, 중앙은행에 10달러를 예금하며, 나머지 90달러를 고객 중 한 명에게 대출해 준다. 대출받은 고객은 다른 은행에 예금을 한다. 이 은행 역시 10% 지급 준비율을 준수하여, 중앙은행에 9달러를 예금하고 나머지 81달러를 또 다른 고객에게 대출해 준다.
이를 통해 교수는 현대 통화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정의 두 가지를 설명한다. 하나는 중앙은행의 부채이다. 즉, 현금 그리고 민간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긴 지급 준비금을 합한 M0(본원통화)이다. 다른 하나는 유통 중인 현금과 요구불 예금을 합한 '종은 의미의 통화 M1(협의통화)'이다. 세 학생이 서로 다른 은행에 예금하면, M0는 100달러이고 M1은 271달러(100달러 + 90달러 + 81달러)이다. 이는 현대식 부분지급준비금 제도의 신용 창조 과정과 통화 창출 원리를 잘 설명해 준다.
-금융의 지배(니얼 퍼거슨, 민음사, 2010)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급하게 낮추었습니다. 이때, 신용을 통해 어떻게 돈이 시장에 공급되는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실제로는 100달러의 공급되었지만, 신용을 토대로 271달러의 돈이 창출됩니다. 실물경제에서는 이보다 많은 돈이 신용을 토대로 유통됩니다. 자본주의는 부채로 굴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의 지배'는 성공투자를 위한 필수 지식인 현대 금융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내일은 이와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