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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ENA Sep 30. 2020

층간 소음은 이웃에 대한 배려

한때 층간 소음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살인까지 불사하는 층간 소음은 사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고충을 다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로 겪어 보았는지에 따라 그 고충 또한 남다를 것이다. 나 역시 층간 소음의 피해자인데 나는 층간 소음에 또 다른 경험을 하나 가지고 있다.


10년 전 즈음에 천당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분당에서 거주한 지 10년째 접어드는 해였다.

고층 아파트의 중간 지점쯤 되는 13층에 살고 있었고, 그때 나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과는 현저히 다르게 길었다. 작업을 할 때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고, 밤을 새워서 일을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정말이지 대놓고 쿵쿵 거리며 위층에서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린아이가 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쿵쿵 거림이었다. 더욱이 거실과 화장실 쪽에서 그리고 내 방자로 위에서, 마치 책상 위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천장 무너지는 소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험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미칠 지경이었다. 더욱이 밤샘 작업을 끝내고 곤히 잠든 오후 시간에 천장에서 누군가가 뚫고 나의 침대로 떨어질 것 같은 소리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였다. 아마 이 고충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짜증이다.


한 번은 너무 심하게 뛰길래 정말 있는 데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단전에 기?를 모아서 "야!!!! 아아 아~~~~"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어머나 세상에 화장실 환기구를 통해서 소리가 올라간 건지 방음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지 위층에서는 더 발악(?)을 하며 쿵쿵거리고 다다 다다닥 뛰는 소리와 함께 나의 고함소리에 미친 듯이 반응을 했다.  이 정도 소리를 지르면 자신들이 심한 걸 조금 깨닫고 조용히 해주길 바랐는데 오히려 불난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날 이후로는 절대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 이쯤 되면 왜 경비실에 얘기하지 않았는지 혹은 왜 인터폰을 해서 해결을 해볼 생각을 안 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나는 그 당시 프리랜서였고, 프리랜서에 대한 시선이 "백수"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았었기 때문에 절대 대학생처럼은 안 보이는 내가 남들 일할 때 일 안 하고 집에서 노는 "진짜 백수"라는 시선으로 보일까 봐 그게 끔찍이 싫었다. 더욱이 윗집에서 나는 그 천장 무너지는 소리는 대부분 저녁 7~8시가 되면 또 나름 괜찮아 지곤 했다. 때문에 '그래,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내가 직장인이었다고 생각하면 사실 안 듣고 넘어갈 수 있는 소리인데 내가 지금 집에 있어서 이 고통을 당하는 거야 그러니 좀 참자. 아이들이 뛸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3개월 정도 참을 인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에 새기곤 했다.


그런데 3개월 즈음 지났을까? 오후  2시쯤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 보니 두 개를 겹친 백화점 대형 쇼핑백 속에 오렌지를 가득 담은 한 아주머니가 서계셨다. 윗집에 3개월 전에 새로 이사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나이로 치면 21살이니 성인 남자의 몸과 같은 체형에 체구인데 아이가 자폐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방방 거리고 뛰는데 이제 성인이 되다 보니 뛰어도 어린아이들이 뛰는 것과는 너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이 무너지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아이가 크면서 뛰는 것이 아래층에 소음으로 전달되니 항상 층간 소음으로 싸움이 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아랫집에서 심하게 항의를 하셨었고 그것 때문에 잦은 이사를 다니셨다고 하시면서  이사 와서 3개월이 지났는데 단 한 번도 시끄럽다고 얘기 안 한 집은 여태까지 우리 집 하나였다고 하시면서 너무 죄송하다고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고 계신다면서 언제 한번 상황 설명도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도 전하면서 그냥 이해주 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한 아름 담긴 오렌지를 주고 가셨다.


아주머니가 가신 뒤 받아 든 오렌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계속 났는데... 속상해하시며 감동 섞인 목소리와 마음으로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아주머님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속 사정이 있는 줄 모르고 매일 화나가서 분노했던 점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몇 번을 인터폰을 하거나 혹은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백수로 보이기 싫은 내 알량한 자존심이 참 다행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있는 나에게 윗집의 층간 소음에 대해  '시끄럽다고 무턱대고 쫓아 올라가서 따지고 볼 일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 게 되었고 조카가 생기고 난 뒤로는 '애들은 다 이렇게 통제가 안 되는구나, 뛸 수밖에 없구나, 뛰지 말라고 하는 것도 못할 짓이네'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한 어느 정도 공생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 내 인생의 한 컷 중 -


그런데 올해 초 2월에 이사 온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도 여전히 소음과 공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아파트는 최근에 지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윗집과 아랫집의 방음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내 방은 화장실과 조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욕실에서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이니 상상이 되는가??


부모님이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부부를 보았는데, 아이는 하나라고 했다는데 뛰는 소리며 문득문득 들리는 노는 소리를 들어보면 절대 아이를 하나 키우는 집은 아닌 것 같았다. 더욱이 지금 우리 윗집 아이들은 남들 다 자는 새벽 2시 3시에도 아이가 일어나서 소리 지르고, 가끔은 뛰어다니고, 자주 운다는 것이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나에게는 정말 최악의 방 배치가 아닐 수가 없다.


얼마 전에도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아이 엄마를 만났고 어떻게 얘기할까 하다가 시끄럽다는 얘기를 전하며 아이가 몇인지 물으셨단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우리 아이 하나인데요, 하나밖에 없어요" 였단다. 한 명이 뛰는 게 아닌 거 같다고 했더니 친구가 놀러 와서 그런다고 너무 당연한 듯이 이야기를 했다는데 순간 왜 그렇게 아이들이 많이 재잘거리는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아이들은 뛰는 게 당연하고 우리는 아이가 하나뿐이어서 그렇게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라고 너무 당당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나의 엄마도 할 말을 잃으셨다는데 어젯밤에는 거실부터 안방까지, 안방에서 내방까지 몇 명이서 계주를 하는지 천장에 구멍이 나는 줄 알았다.

벌써 이틀째인데 우리 식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왔나 봐" "추석 명절이라 친척들이 와있나" "며칠만 좀 더 기다려보자"라고 말하며 서로가 서로를 우리만의 상상으로 이해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6살이 된 나의 조카도 남자아이인데 걸을 때 뒤꿈치 퉁퉁퉁 거리는 소리가 난다. 집 바닥이 대리석이라 그 울림이 조금 더 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사 오기 전 아파트에서도 윗집에 어르신들이 살고 계셔서 걸으실 때마다 쿵쿵 쿵 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데 말 그대로 조금씩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윗집에서 자신들이 행동이나, 발걸음이 아랫집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정작 당사자는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도 집에서 모두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하지만 또 다른 소음이 아랫집에 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당사자는 모를지언정 아랫집에 사는 사람이 여차여차 느끼기에 심한 소음이 들린다고 한다면 적어도 당당하고 나는 아무런 죄가 없소이다라는 태도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남들이 듣든 말든 나는 내가 통화하는 것을 계속하겠다 하고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랑 뭐가 다를까 싶다.



이제 추석이 다가올 텐데 지금의 나의 윗집 수준이라면 이사 온 첫해 추석은 단단히 마음먹고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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