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핀 꽃을 본 적 있나요?

다시 꽃 피울 그날을 기약하며

by 쓰지



드넓은 평지를 나지막한 키의 꽃들이 각각의 색으로 그곳을 감싸고 있다. 그들의 키를 넘는 나무도 식물도 없는 그곳에서 꽃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태양을 향해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곳은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이다. 화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곳의 건조함을 표본 삶아 화성의 지표면을 연구할 정도라고 하니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5~7년에 한 번씩, 기상이변에 의해 슈퍼 엘리뇨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이곳에 평년의 10배 정도의 많은 비가 단기간 내린다고 한다.

언젠가 바람에 의해 날아와서 흙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이 긴 세월 기다렸던 비를 만나 자신의 본성을 깨우치며 모래톱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3~4주 동안, 200여 종이 넘는 꽃들은 황홀한 꿈을 꾸며 그들만의 축제를 누린다. 그리고 그들의 조상이 그랬듯이 다시 꽃 피울 그날을 기약하며 씨앗을 모래 속 깊숙이 떨군다.


이러한 현상은 기상이변에 의한 것으로 그 원인과 그로 인한 피해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꽃이 핀 사막의 모습을 직접 본 이들은 오랜 세월을 척박함 속에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다 마침내 꽃이 된 그 존재를 마주하며 경외감과 신비로움을 절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오늘 만났던 선생님에게 나의 능력이 부족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그분은 "마음속에 씨앗 하나를 품고 견뎌내다 보면 그 씨가 싹을 틔울 환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며 지금 자신의 상황을 비평하지 말고 지금처럼 꾸준히 가보자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씨앗이라는 표현을 쓰셔서 그랬을까? 우연히 마주한 아타카마 사막의 꽃이 씨앗의 모습으로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졌던 열망은 오랜 세월 뿌리내린 나무의 그것에 뒤지지 않음을, 그러기에 마침내 꽃을 피운 거라고 의미를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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