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o D'Italia 2023 Stage 19
'오르고 오르니 올라서 또 오르다.'
오늘 스테이지를 일컫는 한 줄. 말 그대로 클라임 중의 클라임 스테이지다.
말리아 아주라도, 로자 GC도 한 번에 역전될 수 있는 스테이지 이기도 하다. 경치가 좋은 돌로미티 산맥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보기에 충분하고 아름다운 스테이지.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도사리고 있는 선수들의 어택 공포는 '참혹한 현실'. 우린 이런 날의 스테이지를 '퀸 스테이지'라고 부른다.
그나마 위안은 시작지점 계곡 사이 등바람이 분다는 것. 순풍의 돛 달듯이 전진하라 펠로톤! (이제 선수는 176명에서 125명만 남았다)
그래서일까, 1시간이 넘어서야 탈출 성공한 9명의 BA 그룹이 형성된다. 여기에 잠시 후 6명이 합세. 총 15명의 BA 그룹 완성.
벤 힐리, 티보 피노의 말리아 아주라 경쟁은 오늘이 화룡정점. 역시나 펠로톤도, 두 선수도 서로를 놓아주지 않는 싸움 중. 그 사이 BA그룹과의 격차는 4분 28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중계를 향한 뷰 포인트는 이들 GC와 클라이머 전쟁보다 돌로미티 계곡 장관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에 충분. 아 이래서 지로 디탈리아가 박수를 받는다. PIZ BOE의 설경은 참으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100km to go
BA 그룹 내에서도 여유가 보인다. 첫 번째 2등급 업힐을 오르며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이야길 두런두런. 팀은 달라도 국적이 같은 선수들. 오랜만이니 반갑기야 하겠지. 하지만 너희들 어차피 결승선 앞에선 서로 이겨내야 하는 상대라고. 선수들 뒤로 계곡과 장관의 설경이 펼쳐지고 있다.
첫 번째 업힐 Campolongo KOM은
Davide Gabburo의 포인트 겟.
1) Davide Gabburo(Green Project-Bardiani CSF-Faizanè) 18점 Maglia Azzurra
2) Mattia Bais(Eolo-Kometa) 8점
3) Derek Gee(Israel-PremierTech) 6점 (아~ 데릭 지)
4) Alex Baudin(AG2R Citroën) 4 점
5) Patrick Konrad(Bora-hansgrohe) 2점
6) Magnus Cort Nielsen(EF Education-EasyPost) 1점
75km to go
펠로톤과의 갭은 7분 36초. 벨코 스토이니치는 후미로 떨어진다. 펠로톤의 속도는 그리 높지 않고. 마치 장관을 구경이라도 하면서 가듯이 선수들은 후미나 앞이나 별 차이가 없다.
로드 주변 절경의 푸른 언덕. 그리고 그 사이사이 헤어핀과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한 하얀 눈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싶지만. 즐기기에도 바브다. 석회암석도 마치 눈처럼 들풀을 수놓고 있는 수준이라니. 하아~ 우린 언제 이런 로드에서 라이딩을 해볼 수 있으려나. 한마디로 굽이굽이 헤어핀 사이사이 나무와 바위와 눈과 바이크.
9.9 km의 카테고리 1등급 파소 쟈우로 오르는 업힐의 시작.
댄싱?
선수들이 댄싱을 치는 이유는 쳐지는 근육을 다잡기 위함도 있고(근육의 수축이완 웜업효과), 경사도에 적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며(어느 정도의 텐션을 유지해야 하나), 느려지는 속도를 다잡을 때(아 자꾸 쳐지네. 올라가자.) 필요로 하기도 한다. 상하체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는 데에도 잠시동안의 댄싱은 상당한 도움을 준다. 댄싱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속도를 내기 위한 댄싱과 상체를 탑바에 기대어 오르기 위한 댄싱으로 나뉜다.
지금 BA는 무비스타 호세 호아킨 로하스길 선수가 끌고 있다. 거의 대부분을 탑바에 기대는 댄싱을 치고 있는데 그 폼이 정말 힘들어서 핸들바에 기대어 있는 자세다. 유니크하다. 유니크하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상체의 중심이 좌우로 흔들리 좋지 않은 댄싱이다. 이유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댄싱의 기본자세는 상체가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팔만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깨가 무너지며 상체가 비틀어지듯 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힘이 그만큼 달린다는 항변이다.
그렇다, 운동의 효율과 퍼포먼스는 좋은 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 리드아웃 맨으로서 충분한 프로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카를로스 베로나 선수를 위한 리드아웃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5km 뒤에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카를로스 베로나 퀸타닐라가 댄싱을 치며 어택을 시작한다. 데릭 지가 바로 반응한다. 선두는 데릭 지, 산티아고 부이트라고 산체스 그리고 카를로스 3파전으로 흐른다.
잠시 2km를 더 오르니 매그너스 코트 닐슨(EF)과 마이클 햅번이 올라왔다. 이제 BA 그룹은 다섯 명. 점점 속도를 올리고 펠로톤과의 갭은 늘려간다.
뒤쪽의 말리아 로자 그룹 레이스엔 별 변화가 없다. 분명 파소 쟈우가 끝나면 팀 윰보비스마의 움직임이 달라질 거라 예상한다. 혹은 최소한 마무리 2등급 업힐에서 승부를 볼 가능성이 크다. 30초 가까이 복구하지 않으면 TT 전문 출신이자 현 말리아 로자인 게런트 토마스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
40km to go.
카를로스 베로나 퀸타닐라는 미리 기다리던 스텝으로부터 방풍복을 받아 입는다. 이곳 파소 쟈우의 정상 부근은(고도 2,236m) 그만큼 춥다. 첫 번째 kom에 이어 두 번째 1등급 파소 쟈우의 KOM 포인트도 데릭 지가 가져간다. 금발의 콧수염 매그너스 코트 닐슨이 뒤쳐지긴 했지만 금세 다운힐 스킬로 따라잡는다.
이제 윰보비스마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 다가온다. 파소 쟈우를 넘고 다운힐을 시작한다.
22km to go
이제 마무리 2등급, 1등급 업힐만 남겨둔 상태.
BA그룹은 11명으로 그룹 재정리. 펠로톤은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고 네 명의 이네오스(말리아 로자 게런트 토마스 호위대)와 다섯 명의 윰보비스마 팀이 이끌고 있다. 이제 마무리 전쟁에 돌입. 29초의 갭. 하루에 커버 가능하다?
뭔가 작전이 걸린 듯하다. 코르티나 즈음 지나는 19km 남은 지점. 펠로톤 후미 팀카로 가더니 자전거를 바꾸고 올라온다. 기어비 좋은 좀 더 가벼운 구성의 바이크로. (10-44T 카세트가 있는 1x 그래블 그룹 셋)
클라임으로 끝내는 스테이지에 단단히 작전을 준비하고 들어온 듯. 펠로톤 뒤에서부터 조금씩 야금야금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그의 기어비와 휠을 비춘다. 세상에..... 아우터 5단이다. 펠로톤 선두 네 명의 팀원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때마침 중턱 부근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전쟁 전 선수들의 몸을 식혀주는 단비.
마무리 파소 트레 크로치와 라바레도. 과연 어느 지점에서 누가 폭발할 것인가. 최고 경사 18%일까? 잠시 내리막 숨통을 트이는 10km 남은 지점일까. 흥미진진. 드디어 노란 벌떼 군단의 제대로 된 작전을 한 번 보고 싶다. 오늘은 BA보다 GC 경쟁에 눈이 더 간다. 중계도 비중이 계속해서 펠로톤을 비춘다.
BA그룹. 드디어 잠시 내리막. 그리고 10km to go.
BA들이 찢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1등급 업힐에서 모두 승부를 보려는 심산이다. 8.5km가 남은 시점까지 어택에 어택. 그리고 하나둘씩 인터벌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어택은 어택을 낳고. 캐나다 출신 데릭 지. 그간 계속해서 스테이지에서 2등만 전전했는데. 오늘은 작정했다. 6km를 남은 시점. 어택감행. 고도 2304m 트레 치 디 라바레도로 오른다. 마이클 햅번과, 부트라고가 반응하고 뒤따른다.
펠로톤. 어떤 변화도 없다. 로글리치와 토마스의 전쟁은 그대로다. 이대로라면 게런트의 승리다. 결국 로글리치의 전쟁은 여기서 마무리인가.
3km to go
레이스 리더 데릭 지는 스테이지 위닝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추격 그룹과 격차를 1m씩 차곡차곡 벌려가고 있다. 등뒤에선 계속해서 2위를 자극하는 관중의 응원의 소리.
'알레 알레 부이트라고'
산티아고 부이트라고?
바레인 빅토리우스 팀 소속. 24세. 스페인 출신. 그랜드 스테이지 경력 1회. 뒷심을 발휘하면서 데릭 지와의 격차를 야금야금 깎고 있다. 심지어 1.6km 남은 시점. 댄싱을 치기 시작. 데릭 지는 지쳤는지 연신 좌우로 흔들린다. 결국 부이트라고 어택 감행. 1.4km를 남겨두고 선두로 나서며 데릭 지를 제쳐버린다.
펠로톤은 18%의 경사도에 선수들 하나둘씩 지쳐가기 시작한다. 팀 이네오스 도메스티끄 한 선수는 나가떨어지고. 이제 단 한 명만이 게런트 토마스를 리드아웃. 윰보미스바는 역시나 셉쿠스만이 남아 로글리치 옆을 지킨다. 이런 형국이라면 지금 어택해도 게런트 토마스의 말리아 로자를 뺏어오긴 어렵다.
2km to go
로글리치 발사. 말리아 로자 게런트 토마스 바짝 반응.
오늘의 stage winner!
바레인 빅토리우스 팀의 산티아고 부이트라고!! 숨겨두었던 폭발적 댄싱이 터지며 데릭 지를 가볍게 재치고 제대로 위너가 된다.
GC 경쟁은 대회 승부 중의 승부. 마무리 댄싱으로 게런트 토마스 재어택!
하지만 클라임으로 끝내는 스테이지의 극적 승부는 바로 30m 앞에서 벌어지네. 프리모스 로글리치를 떨어내려던 게런트 토마스 뒤로. 다시 로글리치 2차 발사아아아아아아~~~!!!! .
백전노장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다. 댄싱 투 더 라인. 결국 로글리치가 앞서며 3초 보너스타임 겟! 정말 엄청난 스테이지였다.(그래도 누적 종합격차는... 쩝. 29초 -> 26초)
보너스타임?
특정 스테이지에서 순위 차이에 2~3초 정도의 격차 점수를 반영한다. 레이스의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위한 룰 중 하나다. 뚜르 드 프랑스에서는 없어진 규칙 룰이긴 하지만, 아직 지로 디탈리아는 존재하는 룰 중 하나.
오늘의 스테이지 20.
타임 트라이얼. 그런데....두둥.... 우리가 알던 평지 TT가 아니다. 획고 1천키로미터를 올라야 하는 클라임 성격의 타임 트라이얼 스테이지. 아직 말리아 로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몬테 루사리(Monte Lussari)를 올라야 하는 9.4 km 지점에서 스위치 허용. 즉, 디스크 플래터로 된 레어 휠로 달리다 이 지점에서 사이클을 세우고 팀카의 지원을 받아 기어비 좋고 가벼운 휠의 사이클로 다시 바꾸는 선수들의 전략이 마구 시전 되는 스테이지. 이후, 7.5km를 엄청나게 가파른 오솔길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고통의 타임 트라이얼!!!
로글리치가 전해달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