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빌딩의 당신
초기 JH의 컨설팅은 훈수가 아니었다. 점잖게 상식적으로만 행동하는 나의 투자 전략에 대한 힐난 위주였다. 회사를 1년 만에 퇴사하고 이제 서른도 되지 않은 20대 후반인 남자. 현금 조금 모아둔 것을 가지고 뒷방 늙은이처럼 투자하려 한다며 나의 안일하다고. 얼굴이 화끈 그렸다.
- 그래가지고 무슨 부동산 용어까지 들먹여가며 투자 젠트리피케이션이라 글을 썼습니까. 그렇게 겁이 많아서. 자신이 -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무덤에 묻어두고 살 겁니까?
- 가장 큰 자산요? 어떤?
- 가지고 계신 종잣돈 말구요. 그런 빌어먹을 이야길 하는 게 아닙니다.
- 아니 그래도. 저에겐 그 것 밖엔···
- 이래서 저 같은 컨설턴트가 먹고 삽니다. 윤호님께는 지금 누구에게도 없는 투자스킬의 자원을 가지고 계십니다. ‘젊음’ 나이 말입니다.
- 나이여?
-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왜 실패할 각오도 하지 않고 누가 떠먹여주길 기다리고 있냐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좋은 기회의 시장상황에서요.
- 젊음. 기회라···
첫 번째 지적. 중년부터 가장 큰 자산은 ‘시간’. 하나를 움직이고, 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더라도, 절대 에셋에 큰 영향도가 있지 않는 선에서. 저성장 하더라도, 잘 지켜내는 것에서부터 방점을 두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갓 서른도 되지 않은 상황. 젊음이 있다면 한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30대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공격적’ 으로 뛰어 들어야 하는 것 이라는 조언. 그리곤 내 자산의 규모보다는 투자 비중을 살펴주었다. 종잣돈의 90%가 넘는 것을 금리도 낮은 상황에 ‘은행’이라는 방석 아래 끼워두는 것 자체부터가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자세이니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두 번째 지적. 파편화된 경제 상황, 환율 하락, 수출은 증가하지만 단기 경기에 영향도는 낮은 수준. 지역경제까지 미치지 못하는 투자 상황. 이 상황이 가장 저점이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미래 가능성이 큰 기업에 가치 투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익률로 봐야 한다. 그렇다. 지금이 가장 저점 시기이며 지금이 주식투자에 들어가야 할 시기.
세 번째 지적. 에셋의 규모로 볼 때 투자 포트폴리오 설계를 개편해야 한다. ‘공격적’ 으로 가져가야 하니 단기 채권에 10%, 주식 투자에 80%, 나머지는 정기 예금으로. 단기 적금 여러 개 들어 회사원처럼 살아갈 생각이면 컨설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네 번째 지적. 이 정도 규모의 에셋 포트폴리오 가지고 부동산은 불가. 과거에 견주어 봤을 때, 현재 버블에 가까운 부동산 유동성과 단위 규모, 공시가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날만한 상황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잣돈의 규모가 작다. 개인 투자자로 계속해서 먹고 살기 위해 에셋 규모를 키워나갈 사람이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성장이 더디다. 지금 시장상황이 그렇다. 부동산은 당분간 잊자. 다만 나이에 맞추어 목표를 설정했다. 30대 중반까지 힘들게 투자를 해야 하고, 나이 40이 되기 전 수익률을 달성 후 재설계하기로 하자. 무엇보다, 가급적 50을 ‘은퇴’ 목표로 두자. 매우 가파른 계획이다. 하지만 내게 현실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로드맵이다.
단 한 번의 추가 미팅, 단 한 번의 온라인 채팅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왔다. 내 계좌와 에셋 포트폴리오는 한 순간에 아마추어처럼 취급되었다. 어이없었다. 나도 매일 공부하고 매일 본다. 나는 아직 젊고, 당신이 한두 살 더 많기로 소니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에셋을 그렇게. 한 순간에 폄하한 느낌. 하지만 나 역시도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어야 했고, 지금까지 미시의 눈을 가졌다면 JH는 내게 거시의 눈과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투자 계획과 JH의 권유를 바탕으로 나는 삼 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에셋을 분산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내 방안의 모니터를 두 대 더 늘려 네 대로 확장했다. 봐야 할 정보는 더 늘었다. 내 특기와 장점을 더 발휘해야 할 단계를 알았으니. 이제 제대로 실행해 나가야겠다 싶었다. JH의 권유 중 하나의 지표를 하나의 윈도우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두고 증권과 부동산의 지표를 함께 보라 했다. 큰 손들의 에셋이 어떻게 움직이고,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매수세의 쏠림)가 언제 발생하며 조정 국면은 어떤 상황에 벌어지는지 다양한 경제 지표와 함께 보기 시작했다. 나스닥, 다우지수, 닛케이, 정치상황, 유가, 투자심리, 매매동향, 공포지수, 경제수가와 수출입지표, 인덱스 펀드 레버리지 투자지표 등. 다양한 지표들의 모니터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치사회 이슈와 국제사회, 병렬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이 또 하나의 모니터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지막 모니터 하나는 이 지표들이 정리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JH의 예상이 드라마틱하게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SOC 사업과 함께 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조정하는 저성장 시대의 개선 투자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부터였다. 이 계획이 발표됨과 동시에 부동산 그린벨트 완화와 2주택 이상 보유세/종부세 개편 계획, 정부기관의 이전 계획 등이 연달아 발표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규제와 완화가 함께 동작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눈이 부동산이 아닌 기업의 투자로 돌아섰다. 3개월 사이 재편해 둔 포트폴리오 에셋은 이후 1년 가까이 매월 급성장했다.
JH의 가이던스는 내게 고마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내 투자는 45%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고, 불어난 투자 수익금만 1억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물론 JH는 그에 걸맞은 수수료를 챙겨갔다. 수수료 입금과 동시에 JH는 내 투자종목 리스트를 살펴보고 정기적으로 연락해왔다. 차익실현을 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도 좋지 않은 상황.
JH의 2차 컨설팅이 뒤따랐다. 요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손볼 필요가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의 70%는 유지 운영하되 20%의 단기 채권 금리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니 채권 투자를 20% 늘리고 배당비율이 높은 우선주와 우량주 위주로 모멘텀을 조정해나가는 관리 투자를 하라 권유했다.
그래도 은행이자대비 세배에 가까운 수익률 신장이 예상 되었고, 우리는 이걸 ‘조정 국면’이라 표현했다. 정확히 투자 컨설팅 계약을 맺고 내가 직접 투자 하며 실행한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까지 이를 지켜나갔다.
어느새 서른을 넘겼고 나는 전문 개인 투자가로서 어느 정도 공격적 실력과 안정적 회수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츰 미디어 경제지면에서 인터뷰 요청이 간간히 들어왔다.
- 하지 마세요.
JH는 단호했다. 사실 인터뷰에 응할 생각은 없었다. 내 성격에 맞지도 않고 누구 눈에 띄는 게 그렇게 반갑지 않았으니까. 노출이 되는 순간 이목을 받게 되고, 이목을 받게 되면 투자 패턴을 복사 당한다. 복사된 투자 패턴은 전문 기관 투자사들의 표적이 되고,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접수되는 순간 경쟁력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정된 재화 사이에서 유동성 경쟁을 해서 내는 것이 수익이다. 이걸 보여주고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JH는 투자역시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때에도 역시 내 상황에 맞는 기법만 사용했다. 내가 분석한 대로를 실행하지, JH의 모든 걸 그대로 반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런 조언의 경향은 이득이 되면 이득이 되었지 손해 본 적은 없었다. 예로서 뮤추얼 펀드나 TF 채권과 같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움직이는 집단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에 접수되지 말라던 JH의 조언 때문이었다.
JH가 살펴본 사실 내 투자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었다.
하나. 개인 투자자로서 지속적으로 그래프를 보며 가치 투자하거나, 기업의 강세 추이를 분석하고 가치주를 발굴하는데 더 신경 쓰는 게 중요했다. 하루 이틀 할 일도 아니고 길게 보고 가야 하니까. 연일 고점을 높여가는 코스피 지수상황. 각종 산업분야 중 관심 분야를 선정하고, 고성장 기조 성향이 있는지 봐야한다.
둘. 한 탕을 노리는 듯 한 모멘텀 투자, 펀드투자를 피하는 습성은 필사 고양이 습성 같다. 조신하면서도 도도한 투자 성향과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돈이 돈을 모으는 유동성을 만드는 것엔 참가하지만, 돈을 주겠다는 사람을 끌어가는 형편에 수동적으로 편입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만든 미래 가치주 기준에 따라 투자는 명확히 단행했다. PER, 현금과 유가증권 보유규모, 영업이익률,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나서는 기업, 그리고 이렇게 분석해 골라낸 회사들의 3년~5년 장기 기술이나 자원 투자 결과를 확인했다.
셋. 한번 분석해 낸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해 이후 투자 경향에도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달 반 사이 외국인 보유 비중이 두 배 가량 늘어나 있거나, 계단식 상승을 하거나, 20일 이동 평균 투자선이 지속 상승세를 그리면 보유한다. 20일 선에 위태하게 걸려 있거나, 5일 연속 하락했지만 짧게 반등 후 다시 떨어지는 경우는 바로 매도한다.
지지선과 저항선의 기준을 지정 해두고 변동 폭인지 아닌지 판단하되, 그 점검 주기는 하루를 넘기지 않고 지정된 시간에 바로 바로 결정하는 것이 내 규칙이었다.
그의 컨설팅에 더해 내 투자 패턴을 더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갔다. 내가 조금 변했다는 걸 느낄 정도. 내가 스스로 결정했던 시간에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것. 홀로 있는 시간에 침전 되어 살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교환. 실로 색다른 즐거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