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2024 Stage 21 (최종회)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날 스테이지. 하지만 선수들에겐 괴로운 날 중 하나 일 듯.
여느 해 대회와 마찬가지로 중립 구간이 길면서, 서로 인사도 하고, 팀 사진도 찍고, 우승 세리모니도 하고, 샴페인도 마시던 마지막 행복한 스테이지와 다르다. 마지막 남은 근지구력 1까지 모두 쏟아내야 하는 날. 개인 타임트라이얼(Indivisual Time Trial) 스테이지다.
파리에 올림필이 열리는 일정을 감안, 매년 열리던 개선장군의 수도 입성 마지막 스테이지가 아니다.
프랑스 남부. 모나코에서 출발하여 니스까지, 그것도 평지가 아닌 400~500m의 클라임 두 개를 넘어가 33.7km를 달려야 하는 고통의 타임 트라이얼. (총 획고 667m. 그러니까 내 동내로 치면 말구리, 여우, 하오, 하오, 여우, 말구리를 다시 넘어와야 얻을 수 있는 획고수준. ㅋㅋㅋㅋ)
오늘의 예상. 역시나 클라이머로서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GC 컨텐더들에게 주목.
경기시작.
타임컷에 걸린 선수와 경기를 포기한 선수들을 제외한 모든 선수 총 141명이 출전.
대회 주최와 관련된 인사들의 인사가 마무리되고, 경축 행사 퍼레이드가 마무리되자마자 코스는 정리.
이제 가장 첫 번째 선수 다비드 발레리니부터 (팀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출발. 이어 동 팀의 동료 마크 카벤디시가 뒤따른다.
최소한의 자존심? 1분 30초.
보통 개인 타임트라이얼은 1분~2분 사이의 갭을 두고 선수의 출발을 잇는다. 공식 기록상 가장 느린 선수로부터 출발한다. 종종 근지구력보다는 순간 풀 개스 힘을 발달시켜 스프린트 경주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경우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메스티끄 중에도 펀처에게는 쉽지 않은 기록경기다.
때문에 종종 출발한 순서가 늦은 선수가 앞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어차피 기록경기에서는 크게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선수들은 에어로 타입의 장비와 헬멧을 갖추지 않고 출발하기도 한다.
굳이 비교할 자존심은 아니란 소리다. 때문에 실제 우승에 가까울 선수들 위주로 살펴보는 게 재미를 더하는 스테이지.
극한의 에어로 자세로 단 0.1초를 줄이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페달링 자세를 감상하자. 참고로 이번 대회에는 드론 촬영이 도입되어 좀 더 생동감 있는 선수들의 자세와 속도를 느껴볼 수 있다.
ITT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링크를 참조하시길. (https://en.wikipedia.org/wiki/Individual_time_trial)
이번 대회의 ITT는 특히나 직선 회전 코너가 많아 선수들에게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근 지구력으로 특정 속도 임계에 이르렀다가 회전하느라 줄이고, 다시 가속해야 하는 힘든 코스들로 구성.
마리요 존느가 어느 정도 타데이포가차로 확정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경기의 지배적 전환은 없는 상황에선 더욱 죽을 맛 아닐까. 아무튼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홀 많은 도로 상태와, 이런 급회전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쌍한 마크. 중계진들 웃고 난리. 뒤에 제라드 드리즈너에게 잡힐듯한 아슬함~! (나이 마흔의 노장 스프린터에게 정말 고통스러운 스테이지 아니겠는가)
자 이제 완주를 하면?
선수들의 기록은 하나씩 비교되며 테이블에 오른다.
자 이제 도착하는 선수들의 기록을 하나씩 살펴보자.
가장 먼저 출발했던 다비드 발레리니 도착. 53분 10초 2의 기록으로 통과.
불과 15여 분 뒤. 도착하는 선수들의 순위가 반영되기 시작한다.
순위는 도착하는 선수들의 기록이 가장 짧은 순으로 반영(세 계측구간의 통과 기록을 비교하며 순위는 실시간으로 변경)되고, 1위 선수는 타임 트라이얼 우승자의 의자에 앉아 자신의 기록을 깨는 다음 선수가 나올 때까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관람(?)한다. 스테이지 초반이니 아직은 세스 볼이 1위. (이제 고작 1/3 정도의 선수들이 출발한 정도)
초반부 1위는 레미 마르티네즈에게 턴.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테자다에 의해 9초 93 갭으로 밀리면서 왕좌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다 내려오고.
드디어 후반부.
렘코> 요나스> 타데이 순으로 출발. 마지막 세 선수의 퍼포먼스에 따라 오늘의 스테이지 승자가 갈릴 듯.
여전한 렘코의 젊은 피를 응원하는 렘코존! ㅋㅋㅋㅋ
요나스 빙거가드가 출발하고 각 CP(계측 지점) 구간마다 1위를 기록하며, 초반부부터 엄청난 퍼포먼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지난 ITT 스테이지에서 1위를 했던 렘코보다 더 좋은 기록에 요나스의 대회 유종의 미를 보는 줄 알았다.
CP2에서 렘코 대비 무려 26초가 빨랐다. 하지만 후반부 바로 기록이 저조하게 떨어지면서 CP3에선 렘코와 14초로 격차가 오히려 줄었고, 마지막 파이널 결승선에선 11초 차. 결국 요나스의 근 지구력이 준비기간이 짧았음을 보여주는 기록.
오늘의 위너!!!
3년 만의 왕의 귀환을 완성하는 여섯 번의 스테이지 우승. 타데이 포가차!!
기록은 무려 45분 24초로 스테이지 가장 첫 주자 다비드 발레이니대비 8분의 격차. 같이 달렸음 바로 따라 잡히고도 한참 백 점했을 기록이다. 2위 빙거가드 대비 1분 3초나 빨랐고, 렘코 에벤에폴 대비 1분 15초가 빠른 압승 플랫. 올해는 그의 해이다.
최종 대회 부문별 우승 기록
종합우승
타데이 포가차. 2위 요나스와 무려 6분 17초, 3위 렘코와 9분 18초 갭이다. 우월의 정도가 너무 크고 깊다.
그린져지 스프린터 우승
비니암 기르마이. 2년 전 지로에서 발군의 스프린트를 보고 예상은 했었다. 이 친구의 시대가 올 거라고.
폴카도트 산악왕 우승
돌아온 리차드 카라파즈. 타데이 포가차대비 25포인트나 앞선 기록. 이건 단순히 마무리 클라임마다 역전해서 이기는 게 아닌 진정한 산왕왕으로써, 먼저 달려가서 점령하는 선발대로서의 발군의 실력도 우위에 있다는 증거.
영 라이더 우승!
25세 이하 영 라이더 중 가장 좋은 기록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역시나 렘코(22세). 아직 철이 덜 든 만큼(?)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선수. 수 삼 년 내엔 분명 요나스나 포가차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까지 입조심하는 자세만 더 갖추면 될 듯.
이로서 총 스물한 개의 스테이지, 총 3,498 km의 거리, 총 5만 2천의 획고를 넘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중간 SNF를 했건, 컷오프를 당했건, 완주를 했건 176명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한 우수한 프로선수들이다.
갈채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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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뚜르 드 프랑스 피드백. 나름대로 피드백을 몇 가지 해보자면...
#힘 빠진 배틀
왕관을 탈환하려는 자, 지키려는 자 사이의 진정한 배틀이면서 힘 있는 전투는 단 한 두 번 정도였던 듯.
스테이지 11의 요나스의 집념이 빛나는 스테이지. 또 하나는 스테이지 14 팀 UAE의 전략전술이 그대로 위닝으로 이어진 스테이지. 분명 요나스는 타데이에 버금가는 선수이지만 도로 사이클링은 팀 경주다. 홀로 스테이지를 위닝 하긴 너무 어렵다. 이번 팀 비스마의 도메스티끄들은 매우 약해졌고, 죽음 앞까지 갔던 요나스가 부상에서 한 달 만에 복귀해 이런 상황의 팀을 이끌고 우승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대회를 그걸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스마는 팀 재건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이 망가진 대회라 할 수 있겠다. 스테이지 하나를 우승함으로써 작은 자존심 하나 챙긴 수준. 내년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적 시장에서 활발히 챙겨야 할 듯.
#스프린터 vs 스프린터
스프린터들의 플랫 스테이지는 그야말로 폭풍 같은 전쟁이었다. 세 번의 스테이지 우승을 보여준 비니암 기르마이는 이름을 제대로 알리는 대회를 만들었고. 전년 스테이지 네 개를 휩쓴 야스퍼 필립센은 역시나 팀 리드아웃에 최대한의 수혜자임을 재입증하며 세 개의 스테이지 우승.
#전설의 마크
마크 카벤디시는 드디어 뚜르 드 프랑스 35번째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곧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이나, 대회 끝까지 애쓰는 모습에서 노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대회라 할 수 있겠다. 마크는 혼자가 아닌 우리가 이루어 냈다는 위대한 멘트를 남겼다.
이 같은 중후한 코멘트를 남긴 그에게 이 대회가 뚜르 드 프랑스 마지막일 거라는 의미의 눈물은 정말 아름다웠다.
#왕관은 다시 2년 전으로.
타데이 포가차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스테이지 6개를 휩쓰는 기염을 토한 대회. 다시 한번 그의 명성을 확인한느 어택들의 향연. 특히나 마무리 마운틴 스테이지에서 보인 그의 처절한 노력은 마리요 존느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 능력이라 인정해야만 하겠다.
#조금 더 안정적 대회
5km로 동 시간대 타임으로 조정하면서 스프린트 치는 선수들의 안정성을 살펴주었고, 매 스테이지마다 대회 카가 20여분 앞에서 도로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견고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27일 열리는 일정과 겹쳐 파리로 입성하지 못하는 주최 측의 모습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르 드 프랑스는 가장 큰 사이클링 대회이자, 그랜드 투어에 있어 가장 큰 주목도와 역사를 가진 대회이다. 팀과 선수들도, 얼론도, 팬들도 이 대회를 매년 기다리는 만큼 2025년엔 좀 더 다이내믹하고 즐거운 경기를 보여주리라. 지금까지 각 스테이지 결과 리뷰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25년 대회 시작은 프랑스 최북단이자 벨기에 국경에 근접한 프랑스 Lille에서 출발한다.)
이미지 출처: 공식 사이트, 대회 공식 SNS 계정, 스테이지 공식 YOUTUBE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