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밸런스
물가
매년 12월 말. 통계청은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2024 소비자물가는 2.3% 상승. 4년 만의 낮은 수준이라 한다. 이게 좋은 건가? 국가 경제정장률(생산성관련지표)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2022년 2.7%, 2023년 1.4%, 2024년 0%대를 예상한다.) 물가 상승률은 2.3% 평균이라면 꽤나 많이 오른 것으로 생각해야 하나?
뭐든 상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가는 올랐는데 내 월급만 오르지 않았던 전년도를 기억하시라. 수출입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면 그게 정상적인가? 기사의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가계도 그렇다. 버는 게 얼마인데 연봉 올라서 좋다고 단편적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버는 건 얼마 없는 걸 어떻게 방어했느냐도 중요하고, 버는 건 얼마 올랐는데 오히려 쓰는 것을 줄여서 절약했다고 해야 하는 상황을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
통계청 자료를 조금 더 들어가 보자.
가계지출 목적별 물가상승률 그래프다. 이 목적별 내용을 보면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잘 관리해 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식품/음료, 상품 서비스, 교육, 음식과 숙박 분야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월등히 높다. 식품/음료의 항목 세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로 가관이다. (농산물) 채소 항목은 무려 10.7% 전년 동월대비 상승을 기록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9.8% 상승)
2004년 이후 20년 만의 최고치 24.3%가 오른 신선 과실에 추석이고 뭐고 모두 망연자실했던 건 모두 기억하실 듯. 축수산물도 꽤나 올랐고 전기가스수도는 3% 상승을 기록했다. 그래 최장기를 기록한 열대야의 영향이나 폭우 영향이 있다손 치더라도 14년만 최고치를 기록할 수준이었다면 정부가 물가관리를 잘 못했다는 것이다. 출하량의 변화, 가격 급등에 대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
우리 집은
[작년과 달랐던 것]
교통비와 의료비 -20% 절감!
자전거를 주로 타면서 이동하는 내내 주로 자전거를 이용했다. 차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단거리는 차라리 브롬톤을 이용해서 이동하다 보니 오히려 전년 대비 교통비는 대폭 줄였다.
전년도 대비 건강했던 터라 (특히 치아) 의료비 역시 16%를 줄였는데, 어머니/장모님/장인어른의 건강이 다소 호전되는 영향과 함께 회사가 지원하는 상해보험의 영향이 크다. 꽤 감사한 복지다. 물론 우리 가족도 여느 해와 달리 병원은 덜 방문한 해다. (이 부분에 상당히 감사하다)
고등교육 현실경험
고1이 된 늦둥이 딸을 위한 교육비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선험 한 선배들로부터 '많이 모아둬라 고등학생 되면 엄청나게 들어간다'라는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는 했지만 그 수준이 두 배 이상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중등과 고등은 교육비가 다르다.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 고등교육은 대부분 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교재비 역시 높은 수준과 양이었으며, 방학 특강은 어렵게 찾은 내 쌈짓돈(?) 계좌를 넘나들었다. 참고로 그 수준을 넌즈시 이야기 하자면, 아래 이미지는 새 발의 피다.
13~18% 상승한 식비, 외식비
위에 설명드린 물가 인상률을 우리 가정도 피해 가지 못했다. 신선 야채를 이용한 음식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한 끼니 이상은 해결하는 터. 해서 식비, 외식비가 상당히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식비는 18%가 늘어버렸다.
해결은...
문화비와 가정/집기 비용은 상당 수준(-50 ~ -70% 수준) 절감했고 교통, 저축/보험 비용을 줄여서 고등교육을 커버했다. 그나마 내 연봉이 일정 수준 현실화 되어 소폭이라도 올랐던 것도 유효했다.(회사에 감사한 마음이다.) 전년도 안방의 가구와 거실 그리고 책상 두 개를 교체하면서 구매했던 비용 대비 올해는 그 어떤 큰 비용을 집 혹은 집에 들여놓는 물건에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절약할 수 있었다.
[작년과 같았던 것]
기변 그리고 가정의 평화
내 문화비로써 최고가 미니벨로인 브롬톤 T라인을 구매한 것은 꽤나 큰 소비였다. 꽤나 큰 소비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마님께 그만큼의 현금을 바쳤(?)기 때문. 그러니 거의 두 배 가격에 들여놓은 셈. 전년도 마님과 큰마님을 이탈리아 / 유럽 여행을 보내드리고 나는 기함급 로드 사이클로 기변했던 것과 유사한 비용 규모다.
힐링을 위한 여행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속초, 서울 명동(호캉스), 여수, 원주, 제주 3회에 걸쳐 여행을 다녀왔다. 짧고 긴 여행 중 기억에 남을만한 가족여행은 항상 힐링의 중요한 방법 아니겠는가.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가족이 또 가고 싶다는 반응은 내게 항상 힘이 되어 주는 가족애 중 하나다. 특히 좋아하는 지인과 둘이 떠난 제주 라이딩 여행은 철저한 N빵(?)을 지켜 다녀왔다는 것으로도 만족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2.3% 올랐다는데 나는 지출을 아주 작더라도 줄였다는 것(전체 지출 규모로 고작 -1%지만)은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아내와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간간히 지급되는 보너스에서 일정 부분 용돈을 할여하는 첫 해를 보냈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하고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일명 쌈. 짓. 돈)
중년을 넘는 이들에겐 생활에 있어서 쌈짓돈? 은 소소한 행복이나 활력소로 만들어가는데 꽤 도움이 된다. 아내와 나 스스로 필요한 것에 쓰도록 약속하고 할여하는데 무엇에 썼는지 서로 묻지 않기로 한 부분. 물론 그 금액이 크지는 않다. 생활해 보니 백만 원 수준이면 그 어느 때 라도 나는 내가 원하는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겠더라. 나 같은 경우는 그저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 맛난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술 한 잔 기울이는 비용 혹은 자전거 의류나 용품 필요한 것에 쓴다.
올해도 필요 없는 허영에 쓴 적은 별로 없는 듯하다. 맛집은 가급적 공명을 위해, 호구 잡히지 않는 선에서 공명을 위한 지출 수준의 선을 넘지 않았다. 필요 없는 대출이나 차입은 0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내 가계부에 있어서는 상당 수준 중요한 원칙인데 이것도 잘 지켰던 듯.
전년도 반성의 포인트였던 통신비. 반성한 대로 잘 줄였고 지켰다. 전체 가계 통신비의 -10% 가까이를 줄였고, 2025년엔 휴대폰 분납금이 0인 상태로 1년을 기존 폰을 더 사용해도 충분한 터라 꽤나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물론 이 줄인 비용은 딸아이 교육비에 들어갈 거라 예상한다. (하나만 잘 지키면 된다. 아이폰 16 프로를 경계하라!)
2024년의 반성이라기보다는 계획이자 바람이 있다면 2025년엔 저축액을 조금 더 늘리는 것. 이제 딸아이의 대학교육비 준비를 마무리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나의 은퇴자금을 0원에서 쌓기 시작해야 한다.
해서 2025년의 나의 가계부 기조는 '저축액을 늘려라'이다.
경제 활동의 근간이 되는 머니 체인지. 어쩔 수 없다. 수입이 있으면 지출이 있고, 지출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허영심은 버리고,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게끔 한 번 더 숙고하는 생활이 중년에겐 기본인 듯. 2025년도 스스로 경계하고 절제하는 삶을 가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