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삿포로 여행
사흘차 여정을 시작한다.
오늘도 아침은 호텔 조식. 가이드의 조언대로 장에 좋고 피곤함을 달래주기에 쾌적한 낫토를 담았다. 살짝 부담스러운 구수함은 관자, 오징어, 연어회를 육각 썰어 넣은 카이센동 스타일로 덮어서. 젓가락으로 훌훌 둘러보면 보이는 낫토만의 폴리글루탐산 충만한 실. 이 실이 많을수록 오늘 내 장은 한 겹 더 튼튼해진다는 마음으로 꾹 참고 먹는다. 반숙란까지 더해서. 남은 15분간 소담한 커피를 그윽하게 마시고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해 보자.
오늘은 비에이조 대협곡 유역에서 출발해서 오비히로의 도카치가와 온천까지 간다. 가는 도중 협곡에서 이어지는 아름다운 관광지 몇 곳을 방문하는데 가는 곳마다 장관이려니 하고 따라간다.
첫 관광지는 청의 연못. 하늘을 담은 푸른 연못 '아오이이케'다.
유황 온천수가 내려와 알루미나이트 성분으로 물을 만나 청색을 띠는 호수.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도카치다케 화산의 분화로 알루미늄이 함유된 물이 흘러들어 하늘의 푸른빛을 남김없이 반영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 우선 10월 말 사과 회사가 촬영한 이미지를 보자.
이 촬영 시기는 10월 말. 즉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한다. 나도 몇 번 지정했던 바탕화면 중 하나다. 연못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물에도 잘 썩지 않는 나무 자작나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살짝 한 컷.
앞서 10월 말의 청의 호수와 달리 많은 눈이 내리고 얼고 또 내린 12월 말의 청의 호수는 이런 상태다.
조금 초라해 보이지만 역작의 결과다. 걷고 또 걸어서 들어가 더 들어가 촬영한 나만의 노력샷.
애처롭지만 갸륵하다.
다시 차로 달리길 고작(?) 10분여.
도착한 곳은 산 중턱의 흰 수염 폭포. 주차 후 차에서 내려 3분 정도 걸으니 큰 다리가 보이고 이 다리 위에서 폭포를 만난다. 푸른 에메랄드 빛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지만 12월 말의 물줄기는 추위로 인해 얼거나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그 광경 역시 내겐 경이롭고 아름다운 푸른 빗 그리고 백색 설경만으로도 충분했으니.
영롱한 푸른색. 협곡사이의 흐르는 계곡물에 난 그저 잠시 바라만 보고 있다가 사진 촬영하자는 가족들의 소리에 자못 놀라 셔터 누르기 바빠졌다. 잠시 확대해서 감상해 보시길 추천한다. 오늘의 샷이다.
또다시 10분여를 차로 이동. 스키장에 근접한 통나무집 콘셉트의 공예품 판매상들을 구경. 닝구르테라스. 지역 특산품을 최대한 살리려는 모습이 우리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져 아늑하고 좋았다. 총 15개의 통나무로 지어진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운데 소복하게 내리는 습설에 조용하면서도 안온한 느낌이었다.
(여기서 만났던 눈을 보면 환장하는 외국인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 물론 나도 그들 사이에선 외국인이었다. ㅋㅋㅋㅋㅋ)
일본의 에도 막부시대 중 1853~1854년. 미 페리제독의 흑선이 입항하며 강제 개항을 요구. 미일 화친 조약(이라 쓰고 거의 강제)에 의해 개항되면서 신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명치 시대 근대화로 가는 초석의 일이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철도. 철도를 설치하고 증기기관차가 들어오며 근대화를 시작했는데 이때만 해도 일본이 100년 뒤엔 철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장본인이 될 거라곤 아무도 몰랐을 것.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의 해에 맞추어, 동력 분산식으로 열차 여러 칸에 모터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신칸센을 일본 국유철도 JNR사에 의해 개발했다. 우리나라가 도입했던 프랑스 TGV는 기관차에 동력 집중식으로 엄연히 다르다.)
갑자기 기차 이야길 꺼낸 이유는 다음 여행 행선지인 이쿠토라역 때문이다.
영화 철도원 배경지로, 홋카이도의 여객 철도 네무로 본선의 역 중 하나.
영화에도 등장한 곳으로 아름다운 설경을 보는 곳으로 유명한데,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 작은 철도역의 내외부를 둘러보니 소박하면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데 영화는 너무 오래된 영화라 다시 보더라도 큰 감동이 일지는 아이돈노우 되시겠다. 기차역 내 대기석에서 딸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 사진 촬영한 것만으로도 만족!)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는 자작나무길.
홋카이도 오토 후케초에 운영 중인 도카치 목장 내 아름다운 명소 중 하나로 드라마, CF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번 여행 행선지들 중 가장 짧았지만 내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왜 미술관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잡는 하나의 작품에서 잠시 멈춘 적이 있는 그 느낌 있잖은가. 가장 큰 선명함을 남겨준 이곳의 자세한 설명과 사진은 마지막 여행 글타래로 아껴둔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1시간여를 다시 달려 숙소에 도착. 도카치가와 마쿠베츠 그랑비리오 호텔이다.
오늘 호텔 역시 그 유명한 온천욕의 중심호텔. 홋카이도 유산으로 인정받은 도카치 지역 천연 온천. 모르온천이 최고층의 뷰를 자랑하는 곳과 1층으로 연결되는 두 곳이나 운영되는 호텔이다. 투숙하자마자 우리 세 가족은 바로 온천욕으로 풍덩. 은근한 내음과 함께 피부를 문질러보면 미끈한 온천탕 내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새록새록. 말 그대로 부드러운 온천욕에 피곤이 풀리는 느낌 그대로다. 홋카이도 가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할만한 베스트 온천욕이다. (심지어 개량 유카타에 개인라커까지 시설 완비도 굿!)
온천욕을 마치고 호텔 뷔페식 석식. 오늘도 나는 생맥주의 세계와 니혼슈를 곁들인 사시미의 세계에서 행복하구나~ (특색 있는 건 매우 싱싱하고 깨끗한 새조개 속살이 회와 함께 제공된다는 것. 안심 스테이크는 거들뿐. 게다가 이찌방 맥주를 적당한 거품을 감안하는 각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해 따르는 기계까지~ 국내 도입이 시급하구나~)
오늘의 에피소드 #1
푸른 에메랄드 빛 장관의 흰 수염 폭포 다리 위는 설상가상 레이어로 10cm는 쌓여있는 곳이라 미끄러질 가능성을 고려해 찍어야 하는 곳. 때문에 살짝 겁이 났던 건 안 비밀. 딸아이도, 아내도 그래서 살짝 스트레스받았던 듯. (Weal point: 다리 난간 높이가 무려 허리 아래라고!)
오늘의 에피소드 #2
온천욕 사진을 못 찍는 게 꽤나 아쉬운데, 이곳 호텔은 가족탕도 있... 하지만 우리 가족은 대중 남녀 구분탕으로 밤에도 한 번, 새벽 5시 30분에도 한 번 온천욕을 즐긴 것에 꽤나 만족!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