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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파 May 11. 2022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후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국회 의사당 잔디마당을 방문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로 치루어지는 국가 행사라 그런지, 서울 촌뜨기 눈에는 장대하기 그지 없었다. 4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집하는 곳에 가본 것도 난생 처음이며, 수많은 경찰, 경호 인력들이 엄중하게 통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내심 압도되는 경험이었다.




 

 



 일을 시작한 뒤로, 평일에 회사를 비워두고 마음 놓고 외출해본 경험이 없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푸념을 좀 하자면, 직원들 참거리를 사는 것이나, 병원 방문도 모두 퇴근 후에 할 정도로, 나는 썩 편안한 성격은 되질 못한다.) 하지만, 살면서 언제 또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한 발 디뎌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렵사리 참석하게 되었다.

  

 국회라는 공간은 뉴스나 신문에 빈번하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익숙한 공간이긴 했으나 그것은 모두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간접 경험의 소산일 뿐이었으니, 직접 눈으로 확인한 '민의의 전당' 국회 의사당의 위엄은 상당했다.

 

 잔디마당에 도착하니 쏟아지는 뙤양볕으로 인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꽤 힘에 부쳤다. 시간이 되어 취임식 본행사가 시작할 때가 가까워오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차례에 맞춰 입장하였다. 아무래도 취임식에 참석한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울 것인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한 쪽의 입장 때에는 야유와 비난이, 다른 한 쪽의 입장 때에는 환호와 성원이 이어졌다.

 

 인상깊었던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군중 속에서 웅성거림을 시작으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이미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던 것처럼, 갑자기 마른 하늘의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뜬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반원형의 무지개는 아니었으나 구름 사이로 절묘하게 보이는 무지개는 상서로운 조짐으로 보여져 군중들이 신기해 하고 환호했다.


 사실, 그곳에 가기 전에는 얼마간의 들뜬 마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다녀온 직후에는 피곤에 젖어 내가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랜만의 사람 구경을 실컷했다는 점이 그나마 기억에 어렴풋이 남았다.

 살면서 내가 앞으로 두 명의 대통령을 (엄밀히는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볼 기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왕조 시대의 군왕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우리의 리더다. 여러 언론에서 향후 대통령이 새롭게 이행해야할 과제에 대하여 많은 제언을 하고 있기에 거기에 보잘 것 없는 사족을 덧붙이는 것은 쓸모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대통령이 밝혔듯이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정치적 분열은 끝간 데를 모르고 치닫고 있다. 그가 우리 사회의 이러한 분열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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